민간인 불법사찰, 진짜 몸통은 MB?
민간인 불법사찰, 진짜 몸통은 MB?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4-03 12:04
  • 승인 2012.04.03 12:04
  • 호수 935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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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 문건 공개, 총선 정국 요동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연일 새로운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몸통’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총선 정국에 묻혀 파장의 크기가 크지 않았지만 지난달 29일 KBS 새노조가 ‘리셋 KBS 뉴스 9’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불법사찰 문건 2619건을 입수했다고 공개하면서 총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뉴시스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의혹은 지난 2010년 전 KB한마음 대표 사찰 문제와 함께 남경필,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무소속의 정태근 의원이 공직자윤리관실·국세청·국가정보원 등의 기관으로부터 불법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러나 최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자윤리관실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의 지시를 받고 사무실 하드디스크를 삭제했다고 양심선언을 함에 따라 의혹은 또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의 주장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크므로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곧바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사건’ 재수사팀을 꾸리고 지난달 20일 장 전 주무관을 소환조사했다.

장 전 주무관이 검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인 19일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장 전 주무관이 지난해 4월 항소심 판결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이 보낸 5000만 원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이 나오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의 실제 몸통은 바로 ‘청와대’일 것이라는 의혹이 커져갔다.

민간인 불법사찰, MB도 알았다?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불법사찰 증거 인멸 등의 과정이 ‘VIP’, 즉 대통령에게 보고되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재 사찰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총리실 인사 7명에 대한 전담관리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27일 제기했다.

이털남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1월경 세종문화회관 옆 스타벅스 커피숍 옥상에서 정모 과장을 만나 ‘절 내버려두십시오. 제 스스로 해서 법정 가서 사실 밝히고 판결 좋게 공무원 계속할 것이고 못하면 내가 알아서 살아나겠다. 관여를 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는데 (총리실 류충렬 공직복무관의 부하직원인 정모 과장이) ‘그게 아니다. 지금 청와대 민정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한 “정모 과장을 며칠 뒤에 또 만났다. 그때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전 그런 식의 얘기했고, 그 때 정 과장님이 하신 말씀이 ‘이거 지금 VIP한테 보고가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우면서 ‘이 분한테 보고를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주무관의 말만을 들어보면 민간인 불법사찰의 모든 내용이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KBS 새노조가 입수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0일 밝힌 사찰내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를 지칭하는 ‘BH’라는 이니셜이 등장하고 ‘BH하명’, ‘인지’ 등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장악 정황에 자신들 편까지도 사찰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입수한 자료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KBS 새노조가 제작하는 ‘리셋 KBS 뉴스 9’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전 방위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정치인과 재벌총수를 비롯해 언론계, 금융계 인사들까지 심지어 작은 병원의 이름까지도 사찰내역 결과보고서에 올라와 있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러 인물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어청수·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조현오 현 경찰청장 등의 업무능력과 비위 의혹을 조사해 정권 초기에 국민의 거센 저항을 막았던 인물들에 대한 사찰 내용도 나타나고 있어 자신의 편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사찰을 벌인 것으로 의심된다.

또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던 언론 장악에 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현재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갈등을 벌이고 있는 KBS, MBC, YTN의 경우 노조의 성향, 움직임 등과 함께 주요 임원의 평가 등과 관련된 지시 사항이 기록돼 있는 것이다.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문건도 발견돼 현 정권의 인사 개입에 대한 의혹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KBS, MBC, YTN 등의 내외부에서는 현 사장들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이는 곧 정권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보도하고 불리한 내용은 축소 또는 보도 금지를 통해 국민들의 귀를 막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주장에 해당 언론사 사장들은 ‘언론 재갈물리기’란 지적을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공개된 문건으로만 봤을 때 해당 언론사 사장의 부인은 거짓이었다는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정국 술렁…19대 국회서 ‘특검’ 가능성 높아져

그간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온 야당으로서는 민간인 사찰 문제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열세에 몰려 있는 총선 지형의 변화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호기로 삼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달리 민간인 불법사찰은 이른바 ‘언론만 신난’ 이슈였을 정도로 묻혀 있었다.

민주당 이재화 변호사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선거용이 아니다. 선거와는 무관하다”며 “하지만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슈가 묻히는 것이 아쉽긴 하다”며 속내를 털어놨을 정도였다.

야권에서도 애써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규명이 총선용 카드가 아닌 19대 특검까지 갈 이슈라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려 했지만 KBS 새노조의 문건 공개로 야권은 곧바로 민간인 불법사찰을 총선용 카드로 잡아들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불법 민간인 사찰’, ‘방송장악’의 전모를 명백히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이번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역설했으며 진보신당도 “9개월가량 남은 임기도 국민은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자신의 부인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컨벤션 전문업체가 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전 새누리당 정태근 의원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으니 진실이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검찰이 못 밝히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건 공개로 커진 민간인 사찰 폭풍은 당장 10일가량 남은 총선 정국에 큰 폭풍으로 다가올 것임은 물론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특검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이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KBS 새노조의 문건 공개로 검찰 또한 수사를 대충 처리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새로운 국면을 맞은 민간인 사찰 의혹은 검찰의 수사 깊이에 따라 총선은 물론 대선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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