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하 꼼수] 한양대, 수업일수 줄였다
[등록금 인하 꼼수] 한양대, 수업일수 줄였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4-03 11:57
  • 승인 2012.04.03 11:57
  • 호수 93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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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절대 안 보는 ‘장사꾼’ 대학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한양대학교가 한 학기 수업 주수인 16주를 15주로 줄이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등록금 인하 열풍에 한양대는 등록금 2%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요구했던 5%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등록금 인하가 결정된 것에 대해 적잖은 불만이 쌓여 있었다. 그런 학생들의 불만에 불씨를 당긴 것은 바로 수업 주수를 줄이는 학교의 방침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학교를 향해 등록금 인하로 인해 줄어든 등록금 수입을 메우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등록금 인하 철회하고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것이 더 낫다고 강변하고 있다. 한양대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입 감소분을 충당하고 있어 등록금 인하를 무색케 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의 한 간부는 “수업 주수를 줄이면서 수업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학교 측의 일방적인 수업 주수 축소를 비판했다.

이 간부는 현재 학생들의 불만은 매우 높은 편이며, 총학생회장 선거와 학생 총투표를 함께 진행하고 새롭게 총학생회가 출범하게 되면 이 문제를 전체 학생들과 논의해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는 올해 1학기부터 전체 16주의 수업 주수를 15주로 1주 줄였다. 축소 폭은 6.25%이다. 올해 등록금 인하율이 2%인 것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낸 등록금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총학생회 간부는 “등록금 인하율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낮은 인하폭에 불만이 많았는데 수업마저 줄어 학생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수업 주수 축소는 등록금 인하와는 상관없다고 말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측이 수업 주수를 줄이면서 학생들에게 제시한 내용은 강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전임교수의 수업시간을 늘리고, 계절학기를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박봉의 시간강사 위기에 내몰리나

한양대 측의 설명대로 전임교수의 수업시간을 늘리면 강의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임교수는 한 학기에 진행하는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어 일방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계절학기 확대 또한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계절학기는 등록금 외에 별도의 수업료를 내고 수업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계절학기를 확대한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시간강사의 경우 전임교수의 수업시간 확대에 따라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강의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는 시간강사의 경우 전임교수의 수업이 많아질 경우 자칫 자신들이 맡았던 수업마저도 전임교수에게 돌아갈 수 있어 당장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아직까지 시간강사들의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제가 한양대뿐만 아닌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될 경우 이른바 ‘엘리트 실업자’들이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지금까지 시간강사들이 외쳤던 강사료 인상과 방학 중 강사료 지급 요구는 그나마 유지했던 수업을 잃지 않기 위한 싸움으로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

콩나물 교실에 통학버스 유료화

한양대 외에도 등록금 인하 후 수입 감소를 메우기 위한 기상천외한 방법이 등장했다.

올해 5.1% 등록금 인하를 단행한 청주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43억9800만 원이었던 실험실습비를 올해 30억7700만 원으로 줄여 수업내용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교수와 직원의 상여금도 대폭 삭감해 등록금 인하로 인한 수입 감소를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그대로 전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충남에 위치한 한 대학은 지난해까지 무료로 운행하던 셔틀버스를 올해부터 유료로 전환했다. 이 학교의 경우 하루 평균 5000명 정도의 학생과 교직원이 셔틀버스를 이용해 등하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버스 요금으로만 등록금 인하로 인한 수입 감소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시간강사가 주로 맡았던 교양강좌 수업을 일부 축소하면서 시간강사들이 설 자리를 잃은 곳도 발견된다. 이 때문에 교양강좌 수강인원이 늘면서 강의실이 콩나물시루가 돼 학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등록금 인하가 학생과 교직원에게 전가되고 있어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제스처에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런 편법을 동원하지 않은 대학들마저도 수입 감소를 메우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라도 실험실습비 축소, 교양강좌 일부 폐지, 셔틀버스비 유료화 또는 인상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이런 꼼수를 동원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싸게 낸 만큼 질 떨어진 교육을 받거나 다른 비용을 더 내야 돼 오히려 등록금 인하 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 재단 전입금 충당과 새로운 수익창출 해야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혜택을 그대로 받기 위해 재단 전입금의 확충과 대학이 새로운 수익창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적립해 둔 적립금을 대학 발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동국대는 캠퍼스가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광고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자 별도의 팀을 만들어 촬영협조를 적극적으로 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성균관대도 기금관리자 직책을 모금관련 부서에 신설하고 대외 모금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여야는 모두 반값등록금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은 당장 내년부터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새누리당 또한 국가장학금 35%p, 대학 회계 투명성 제고로 15%p를 인하해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17년까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국민들에게 반값등록금에 대한 약속을 할 정도로 대학등록금 문제는 계속해서 사회적 이슈로 지속될 전망이며, 과연 총선 후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대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뜨거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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