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감으로 주가상승… 비꼬는 시선 많아
- 정씨 형제간 계열분리론 ‘솔솔’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의 일감 몰아주기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형제는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그룹 내 일감을 꿋꿋이 몰아주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 관련 보유지분 평가액은 크게 증가해 30대 그룹 총수들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고 재계는 현대백화점그룹 주가 상승의 비밀에 대해 수군대는 형국이다.


특히 공시대상 중 거래금액은 기존의 자본총계 10% 또는 100억 원 이상에서 5% 또는 50억 원 이상으로 기준을 확대했으며 거래상대기업은 총수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대폭 강화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에 맞춰 일감 몰아주기를 축소할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너인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정몽근 명예회장의 지분이 30.54%에 달하는 현대그린푸드에 일감을 몰아줬고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 내에서 올린 매출은 무려 1000억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7400억 원이지만 그중 23%인 1700억 원 가량은 그룹 내 19개 계열사로부터 올린 것이었다. 이에 힘입어 현대백화점 주식은 연초 대비 40% 가까이 올랐고 현대그린푸드의 주식 역시 20%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브랜드스탁과 한국CXO연구소가 30대 그룹 총수의 2011년 주식평가액 변동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의 보유지분 평가액은 지난해 1월 3일 6830억 원에서 12월 29일 8410억 원으로 늘어났다. 서열 12위였던 정 회장은 30대 그룹 총수 중 최고 수익률인 23%를 기록했고 증가액도 1580억 원에 달해 8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실상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주가가 연초부터 연말까지 각각 38.6%와 19.0% 상승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고, 여기에는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가 포석으로 깔려있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초고속으로 승진한 오너 형제의 주식투자 감각은 역시 남달랐다”는 ‘뼈 있는 말’이 오가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입사 2년 만인 2003년 31세의 나이로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4년 뒤인 2007년에는 그룹 회장직에 올라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었다. 롯데ㆍ신세계 등 유통업계 ‘빅3’ 중 최연소 회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동생인 정 부회장 역시 현대백화점 입사 3년 만인 2008년 31세에 현대홈쇼핑 사장을 맡았고, 3년 뒤인 지난해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한편 정씨 형제의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수익은 물론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07년 계열사들로부터 현대홈쇼핑 지분을 상장 전에 사들였다가 2010년 상장을 통해 3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낸 바 있다. 당시 정 부회장은 2007년 10월부터 12월에 걸쳐 현대홈쇼핑 보유 지분을 13.2%로 늘렸는데 이는 디씨씨 등 계열 SO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상장 이후 정 부회장은 기존에 보유했던 현대홈쇼핑 지분 5.4% 이외에 매입 지분 7.76%만으로도 3년 만에 286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차익 그 자체보다는 지분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이 아닌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사들인 후 기다렸다가 상장을 시킨 것은 결국 형제가 서로의 것을 가르고 그룹을 분리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정 회장이 16.8%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지만 정 부회장의 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반면 현대홈쇼핑은 정 부회장만 9.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정 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오너 일가의 지분은 아예 없다. 현대그린푸드는 정 부회장이 15.25%의 지분으로 1대주주이고 정 회장은 12.67%의 지분으로 4대주주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정 부회장이 홈쇼핑ㆍF&B 부문을 가져가는 형태의 계열분리가 언제 이뤄질 것인지”를 초미의 관심사로 꼽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와 관련된 내용을 인정한다”면서 “아직 계열분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