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국내 10대 그룹 중 삼성그룹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기업 집단 소속 회사의 거래 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 기준’을 제정해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29일 발표한 ‘10대 그룹의 광고·시스템통함(SI)·건설·뮬류 업체 내부거래 금액’(2010년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제일기획,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전자로지텍 등과 6조2500억 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 2조8870억 원, 롯데 2조3110억 원, SK 1조8890억 원, LG 1조3800억 원, 한화 1조 150억 원, GS 5955억 원 한진 1070억 원, 두산 904억 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광고·SI·물류관련 계열사가 없어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47개 민간 그룹의 내부거래규모는 27조 원에 달했고, 이중 10대그룹 내부거래가 17조5000억 원을 차지했다.
공정위는 “그룹 계열사 간 수의계약을 통해 기업 그룹 내 폐쇄적인 내부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 중 88%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되고 있어 역량 있는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기회가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조사·제재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경쟁 입찰 확대를 통해 독립 중소기업에게 사업 기회를 개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대기업이 참조할 만한 모범 기준과 절차를 정해 권고키로 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모범기준은 계열회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금지, 비 계열 독립기업에 대한 기업기회 개방, 거래상대방 선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 3대 기본 원칙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단 수의계약은 경영상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했으며 계열사와 대규모 수의 계약 체결 시 내부거래위원회 또는 감사부서 등을 통해 계약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할 것으로 요청했다.
또 계열사가 실질업무를 비 계열 독립기업에 일괄 위탁하면서 특별한 역할 없이 거래단계를 추가해 과다한 이익을 얻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공정위는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어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 등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불공정해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