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팝' 음반 수상 덕분에 자신감 넘쳐~ "다시 생각해도 대견해요"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뮤지션 ‘야광토끼’(30·임유진)를 모르는 이들에게 그녀를 설명할 수 있는 2가지 방법이 있다. 강수지, 하수빈이 떠올려진다는 점과 인디록밴드 ‘검정치마’의 키보드리스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2011년 1집 정규앨범 ‘Seoulight’(서울 라이트)로 활동을 시작한 야광토끼가 90년대 가수 강수지, 하수빈과 비교되는 이유는 아련하면서도 세련된 음색, 동시대 가장 감각적인 사운드 때문이다. 야광토끼는 ‘Seoulight’의 전곡을 작사·작곡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월 29일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음반’을 수상했다. “수상 기쁨에 의욕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녀는 한층 새로운 팝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오는 5~6월을 목표로 ‘EP’앨범(미니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야광토끼는 선배 여가수들과의 비교를 ‘의도하지 않았던 반응’으로, 검정치마 멤버 시절의 거론을 ‘민망하면서도 미안한 일’이라고 얘기했다. 데뷔앨범 ‘Seoulight’은 모두 그녀의 솔직함, 독특한 매력으로부터 나온 듯했다.

검정치마’의 조휴일, 야광토끼 위해 액션영화음악, 게임음악 프로듀서로 유명한 클리프 린 소개
야광토끼의 ‘Seoulight’는 지난해 3월 발매된 직후부터 음악전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음악평론가 이경준은 “보편적 정서와 개별적 감성을 모두 가진 신스 팝 뮤지션의 등장”이라고 칭찬했고, ‘김작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외연과 내연을 꿰뚫었다”고 호평했다.
야광토끼 역시 팬들의 만족스런 첫인상을 기억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도, ‘자꾸자꾸 듣게 된다’, ‘올해 최고 앨범이다’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밝혔다.
야광토끼의 등장에 대한 반가움은 2011년 음반을 결산하는 시상식에서 장르부문 ‘최우수 팝’에 선정으로 이어졌다. 데뷔앨범이 누릴 수 있는 최대치나 다름없다.
수상 다음날 오랜만에 찾아 들은 앨범이 “대견스러웠다”는 야광토끼는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앨범이 이렇게 해내자 정말 놀랐다. 1년간의 작업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야광토끼’, 토끼 좋아해 붙여진 예명
야광토끼의 음악관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이후로도 돋보였다. 기대치가 훌쩍 높아진 것에 대한 부담이 없냐는 질문에 “오히려 예전보다 여유가 생겼고, 가치를 알아줬다는 점에서 의욕이 샘솟고 있다”고 대답한 것.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순수함과 음악세계에 대한 내공이 엿보였다.
야광토끼는 “목소리에 대한 일부 팬들의 관점 때문에 뜻밖의 청아함, 풋풋함이 앨범에 입혀졌으나, 만드는 과정은 치열했고 완벽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2집에 대해서는 “팝 사운드의 강렬함과 완성도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 가사 또한 조금 더 깊고 어두운 느낌으로 써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음색보다는 이를 지탱하는 사운드와 가사에 더 치중하겠다는 것. 물론 강수지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때 TV에서 많이 봤는데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힘들 때 작업 잘돼…경쾌한 사운드 재탄생
야광토끼는 자신의 목소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보컬이 ‘Seoulight’에 담긴 이야기를 더 감성적으로 전달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야광토끼 첫 앨범은 ‘20대 초반’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10년 전의 일기, 메모를 통해서였는데 어떤 경우는 적어 놓았던 메모를 그대로 가져왔고, 어떤 경우는 무의식적으로 간직했던 기억을 짚어가면서 음악 안에 스미도록 했다. 신인 가수의 앨범은 ‘개인사’와 음악적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목소리가 그녀만의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해준 셈이다.
1집에 담긴 그녀의 개인사는 이별, 짝사랑을 다룬 가사뿐 아니라 앨범 제목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싶어 제목을 ‘서울 빛’라고 붙였다”는 답변 때문이다.
야광토끼는 “9곡 전부에서 도시적인 사운드가 느껴져 서울시를 떠올렸다”며 “서울의 야경과 풍경이 좋고, 내가 살아가는 도시라는 점이 이런저런 생각을 꽃피워준다”고 말했다. 제목 자체는 ‘Seoulite’(서울 사람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Seoulight’, ‘Seoulite’ 모두 ‘서울 라이트’로 읽힌다.
외부 영향 민감과 낯가림, 조휴일과 공통점
개인적인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 큰 재능을 가진 야광토끼지만, 이런 감수성은 적극적이지 못한 대인관계로 연결되기도 했다.
대중들 혹은 음악적 관점이 전혀 다른 이들과 섞이다 보면 내면의 틀이나 감성이 흐려진다고 고백한 야광토끼는 교류하는 뮤지션이 아직 없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앨범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도 부탁을 받을 때 거절하는 것이라고.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 생기는 미안함 때문인 듯했다.
다만 아티스트 컬렉티브(Collective·공동체) ‘도기리치’의 동료 조휴일(30)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둘 다 친구가 없었던 점이 친해진 계기이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버클리 음악대학 동창사이인 야광토끼와 조휴일은 밴드 검정치마의 리더, 키보드리스트로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국내 대중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야광토끼는 검정치마 1집 ‘201’이후로 밴드에서 나왔지만, 검정치마가 다져놓은 인기는 신인 야광토끼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야광토끼는 “검정치마 자체가 원맨밴드고 조휴일 밴드인데 수년 전 당시 얘기가 계속 나와서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 무언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야광토끼는 자신과 조휴일이 가진 사소하면서도 독특한 기질을 들려줬다.
야광토끼는 “자주 가는 슈퍼마켓의 주인아저씨가 어느 날 덜컥 아는 체를 하면 그 다음부터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했는데, 조휴일도 그러더라”고 말했다.
야광토끼는 웃으면서 “사실 그게(아는척 해주시는 게)좀 싫다”고 덧붙였다.
야광토끼와 조휴일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는 따로 있다. 야광토끼가 하루 종일 재즈 피아노 연습만 하자 조휴일이 “너는 체육을 하고 싶은거냐”며 툭 던진 것이 내용이다.
야광토끼는 “인터뷰 비슷한 자리에서 그 일화가 끈질기게 나를 쫓아다닌다”고 말하면서도 “조휴일 눈에는 내가 음악을 고3 수험생이 타의적으로 문제집을 풀듯이 대한다고 봤나보다”라고 털어놨다.
기타 사운드 사랑, 록 밴드 ‘피닉스’ 팬
야광토끼는 몇몇 추억과 인연을 만들어준 버클리 음대지만 다시 갈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2년을 다니고 난 후의 휴학이지만 ‘영구휴학’이나 다름없다고.
재학 당시, 윤상, 김동률을 비롯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버클리의 명성을 실감한 그녀였지만 음악적인 욕심으로 대학을 다시 들어가더라도 버클리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야광토끼는 “버클리에 대한 마음이 멀어지다보니 그곳 특유의 음울함도 다시 접하고 싶지 않더라”고 말했다.
야광토끼는 차기 앨범 발매 전까지, EBS ‘스페이스 공감’ 출연, ‘월드DJ페스티벌’ 참가 등을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내 일상과 관심사와 전보다는 폭넓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을 물었는데 다소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야광토끼는 “국내 뮤지션으로만 한정하면 윤상, 김동률 같은 아티스트보다 아이돌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실제로 못 만나서 살짝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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