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잡아라’ 야권 3년 전 사건 재조사
집권여당의 새해 예산 단독처리의 막후 조정자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목되면서 이 장관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곱지 않다. 특히 새해 예산안 통과 후 집권 여당 의원들의 ‘자축연’까지 외부로 알려지면서 야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새해 예산안 기습 통과 당시에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및 야권에선 이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의혹이 제기됐던 부산 N 관광회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부산소재 유명 관광버스 회장이 이 의원을 비롯해 8명의 한나라당 의원과 2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불법정치자금 의혹 사건은 이재오 의원이 특임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정치자금 연루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2007년 부산소재 N 관광회사 이모회장이 법인자금을 동원해 본인과 친형 이모씨 그리고 자신의 영향력하에 있는 K 고속 오모 대표, G강남 김모 대표 등 4인의 명의로 종친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8명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명에게 각각 500만 원씩 후원금을 줬다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부산 출신의 K, L, A, P, P, L 의원이 받았고 수도권 출신으로 C, L 의원이 돈을 받았다. 구여권 인사도 존재했는데 J, C 의원이 포함됐다. 야권에선 부산소재 기업이 부산 출신이 아닌 여야 의원들에게도 후원한 것에 대해 해당 상임위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나라당 경기도 출신인 C 의원은 정무위, 열린우리당 J, C 의원은 각각 국토해양위와 환경노동위로 문제의 기업과 밀접한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국회의원 11명에게 자신의 명의와 친형 그리고 제3자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4500만 원의 후원금을 제공했다. 이 회장은 2004년도에도 이 장관에게 자신과 형의 명의로 각각 500만 원을 후원한 바 있고 이재오 팬클럽의 부산지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후원금 5천5백만 원중 3천5백만 원 ‘꿀꺽’
이에 부산시 선관위는 2007년 9월10일 불법성을 인지하고 이 회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2008년 7월1일에 부산지법(김한성 판사)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8년 11월 13일 2심(박용표 판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인사들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특히 2심 판결문에서 피고인 이모회장과 관련 “1인당 연 2천만 원의 한도를 초과하여 총 11회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과 관련된 자금으로 합계 5천5백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나,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종친인 국회의원 이재오 등의 요청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이며…”라고 적시됐다. 이로 인해 야권에선 “이재오 의원의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부자만 처벌되고 불법행위를 알선하고 불법자금을 기부받은 자에 대해서는 별도 기소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 수사’”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측이 불법자금을 후원금으로 위장해 국회의원을 관리하고 경선운동비용을 불법지원한 선거법 위반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야권에서 진상규명 차원에서 ▲이재오 후보자의 기부금 알선 사실의 진실여부 ▲후원받은 의원들의 불법성 인지 여부 ▲검찰이 재판과정에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이유 등을 추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일요서울] 취재 결과 이 장관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은 불법자금을 수수했지만 검찰 조사는 하나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 장관의 경우 국회의원 후원회 해산 사유가 발생해 불법정치자금으로 판명된 후원금에 대해 국고 반환이나 귀속할 의무가 없다는 게 선관위의 공식 입장이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부산 출신 K, L, P, P, L 의원 그리고 구여권 C, J 의원 등 6명 역시 불법후원금을 받았지만 18대 총선에서 낙마했거나 공천을 받지 못해 후원금을 국가 귀속을 할 의무가 없어졌다. 총 3천5백만 원이 국가에 귀속돼야 함에도 사라진 셈이다.
정치자금법 33조 이재오 ‘형사처벌도 가능’
반면 17대에 이어 18대에 국회의원이 된 인사들인 부산이 지역구인 A, 수도권 C, L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자진 국고귀속 공문을 통해 즉각 해당 후원금을 반납해야 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선관위가 관할 세무서를 통해 강제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후원금을 준 사람은 처벌되고 받은 사람은 조사조차도 받지 않았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부산 선관위 관계자는 “통상 국회의원 후원금은 후원회 회계와 국회의원 회계로 신고가 이원화돼 있어 불법정치자금인지를 해당 국회의원이 인지하기가 힘들다”면서 “검찰이 이런 점에서 처벌 규정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입증이 어렵지만 형사처벌은 가능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정치자금법 33조에 따라 누구든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만약 이 장관이 이 회장을 통해 반강제로 후원을 하도록 했다면 징역 5년, 벌금 1천만 원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이 장관이 자신의 종친을 통해 부산출신 의원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여야 의원들에게 강압적으로 후원을 종용해 종친인 이회장이 자신의 형과 자신과 유관한 자회사 대표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모회장의 변호를 담당했단 한 관계자는 “강제적인 요소는 없었던 것 같다”며 “부산에서 사업하다보니 부산출신 의원들에게 1인당 500만 원씩 후원하고 너희들도 내라고 말한 것일뿐”이라며 ‘강제성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부산출신 이외의 여야 국회의원도 포함됐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당시 이재오 의원은 파벌의 보스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며 “그 밑에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후원 좀 하라고 말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모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N 관광회사가 부산에서 상당히 큰 기업이고 국회의원들에게 후원한 K 대표와 G 대표의 회사가 이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장관 측, “문제될 것 없다” 자신
이에 대해 이재오 특임장관실에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실 한 관계자는 “앞서 선관위 입장처럼 500만 원 불법후원금에 대해선 의원직 상실에 따른 후원회가 해산돼 국가 귀속의무가 사라진 상황이고 검찰이 정치자금법 33조와 관련 입증을 하지 못해서 검찰 조사를 안 받은 것 아니겠느냐”며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 회장 변호인 측에선 “500만 원이 불법이면 돈을 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며 “문제는 형식에 치중하지 말고 받은 사람이 투명하게 썼느냐 아니면 자기 주머니로 들어갔느냐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돈을 국회의원에게 줄 때는 별 이해관계 없이 적선하듯 주지 않는다”며 “이럴 경우 국회의원에게 후원한 모든 사람들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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