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풍·이승준·문태영, "유니폼 벗어"...잔인한 트레이드와 섭섭함의 눈물
전태풍·이승준·문태영, "유니폼 벗어"...잔인한 트레이드와 섭섭함의 눈물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2-03-19 11:51
  • 승인 2012.03.19 11:51
  • 호수 933
  • 5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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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다져놓은 팀워크 처음부터 다시 쌓을 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프로농구(KBL) 경기의 질과 흥행을 좌우하는 혼혈 프로선수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혼혈 귀화 선수는 3년 이상 한 팀에서 뛸 수 없다’는 KBL의 조항 때문이다. 2009~2010 시즌부터 소속팀에서 활약한 전태풍(33·전주 KCC 이지스), 이승준(35·서울 삼성 썬더스), 문태영(35·창원 LG 세이커스)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자신을 불러줄 팀을 기다리고 있다. 홈 팬들로부터 고별식을 치른 세 선수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팀을 떠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태풍은 “차별이 아니냐”며 현 규정에 불만을 털어놓았고 이승준은 3월초 마지막 경기 인터뷰에서 “슬프다, KBL 룰이 바뀐다는 말은 없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국 농구 노하우를 선사한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을 조명했다.

 

이승준
 

 

‘전주 KCC’의 주전 가드 전태풍의 고별 경기는 지난 11일 벌어졌다. 전주 KCC와 ‘울산 모비스’간에 펼쳐진 KBL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전태풍은 부상투혼을 발휘했지만 팀은 66:79로 완패했다.

전태풍은 팀 승리를 위해 왼쪽 허벅지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출전을 감행했지만 11분44초 동안 7점을 넣는데 그쳐 마지막 경기의 쓸쓸함을 더했다. 전태풍이 경기에 나선 이유는 팀을 한번 더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집념과 팬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했다.

1, 2차전 패배의 원인을 자신의 공백으로 여긴 전태풍은 그토록 무서워했던 침 시술까지 받으면서 3차전 의지를 불태웠다. 손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공포에 시달렸지만 경기를 위해 견뎌냈다고. 팬들과 동료 선수들은 전태풍의 복귀를 열렬히 반겼지만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님을 이내 알고 안타까워했다.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MVP에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이 선정된 점도 전태풍 입장에서는 편치 않았다. 두 선수는 KBL 최고 가드를 거론하는데 1순위를 다투는 라이벌이다. 전태풍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원정 경기라 팬들과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다”며 “3쿼터에 벤치로 물러난 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계속 유니폼에 새겨진 ‘KCC’를 들여다봤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부상 때문에 마지막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한다는 사실에 화도 많이 났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3년간 활약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활약을 종합해 봤을 때 최근 몇 년간 KBL 최고 가드는 전태풍이 틀림없었다.

 

문태영

 

전태풍, 절친 하승진과 동시에 팀 옮겨 

‘NCAA’ 명문 조지아공대에서 주전가드로 활약한 점이 높게 평가돼 2009년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은 전태풍은 국내 KBL에 진출하자마자 기대를 실력으로 보답했다.

전태풍은 3시즌 평균 13.9점 4.8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10~2011시즌 우승을 도왔고 환상적인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 등으로 스타성까지 인정받았다.

‘서울삼성’ No.1 포워드 이승준의 고별전은 지난 1일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펼쳐졌다. 이승준은 홈 코트 팬들이 하프타임 시간을 빌어 깜짝 준비한 이벤트를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에릭 산드린이라는 이름의 외국인 선수로 2007~2008 시즌 KBL에 처음 데뷔한 이승준은 한국계 용병의 선입견을 뛰어넘는 파워로 주목을 받았다. 득점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오갔지만 적응기를 견뎌내면서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해나갔다.

2009~2010 시즌 서울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승준은 3년간 평균 16.1 득점, 6.4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골밑을 책임졌다. 이승준의 인지도는 우리나라로 귀화한 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더 높아졌다. 이승준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농구 은메달 쾌거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 출신도 ‘KBL 귀화 혼혈 선수 규정’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승준은 3년째가 만료되는 올 시즌을 끝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게 됐다.

 

 

전태풍

이승준·문태영, 팀 자원 부족으로 우승 역부족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승준은 “마지막 시즌에 플레이오프를 나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나는 삼성의 파란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 동료들과 함께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창원 LG’의 버팀목 문태영도 지난 4일 ‘부산 KT’전을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홈경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즌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겠다”며 개의치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담담했던 태도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자신을 향한 응원가가 평소보다 크게 울렸기 때문. 눈가가 촉촉해진 문태영은 팬들과 마지막을 함께 교감하면서 경기장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문태영은 현재 귀화 혼혈 선수기용 방식을 통해 2009·2010시즌에 데뷔했다. 친형 문태종(37·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과 함께 KBL에 몸담고 있는 문태영은 첫 해부터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문태종은 시즌 평균 21.9점으로 용병, 토종선수를 통틀어 리그 득점 1위에 올랐다.

문태영의 합류는 창원 LG 입장에서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당시 창원 LG는 2002-2003시즌 이래로 가장 좋은 성적(34승 20패)을 남겼다.

문태영은 마지막 시즌이 되는 올해를 우승으로 마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센터 서장훈을 비롯한 스타 선수들의 영입도 ‘챔피언 꿈’ 실현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물거품이 됐고 리그 7위(21승33패)로 시즌을 마쳤다. 문태영의 존재감은 창원 LG에서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팬들의 아쉬움도 상당했다.

한편 문태영은 ‘서울 SK 나이츠’ 문경은 신임 감독이 벌써부터 점찍어 놨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문 감독은 지난 12일 취임식 자리에서 귀화혼혈선수 영입에 관한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문 감독은 직접적으로 한 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 3번과 4번 포지션(포워드)이 약했다. 그런 부분의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는 말로 포워드를 보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 감독이 지목하는 선수가 문태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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