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공천이 한창이던 3월초 새누리당 고위당직자 K씨는 박 위원장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한창 새누리당 공천으로 정신없던 K씨는 박 위원장이 공천관련 지침을 알려주는 가 싶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K씨에게 “네거티브 방어팀을 맡아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아직 대선은 9개월이나 남았고 총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제안은 의외였다.
하지만 친이 친박 대립을 할 당시 중립을 지켰왔던 그로선 확실한 친박 인사로 되는데 기회이자 호재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운영자금에 대해선 일체 언급이 없었다. 한 마디로 K씨가 자비를 들여서 인적구성과 사무실을 얻으라는 무언의 의미였다.
이에 K씨는 여의도 L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얻고 네거티브 방어팀을 만들기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네거티브 방어팀 조직 특성상 박 위원장의 사생활 등 아킬레스건까지 다룰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K씨는 인선에 심사숙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박 위원장의 은밀한 X파일이 밖으로 새나갈 경우 그 후폭풍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수정예 네거티브 방어팀 신설
일단 K씨는 총선전까지 전.현직 보좌관을 중심으로 소수정예의 팀으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네거티브팀에서는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경선을 치룰 당시 억울하게 당했던 전력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박 위원장은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결단인 셈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에서 국정원내 ‘박근혜 TF팀’ 존재가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안병훈.홍사덕 박근혜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뿐만 아니라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까지 나서 이명박 후보측에 총공세를 펼쳤다.
박근혜 캠프에선 “이명박 캠프의 핵심 실세들과 국정원 비선팀이 박근혜 후보를 음해하는 도구로 국정원의 현직 간부인 박모씨를 활용해왔다”면서 “이들은 영남 출신의 고려대를 나온 국정원 고위간부인 K씨가 박모씨의 윗선 배후라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박 캠프에선 “이명박 캠프에선 오래 전부터 국정원 간부 출신들로 구성된 비선팀이 있었다”면서 “국정원 부서장 출신 임모씨 국정원과장 출신 손모씨, 박모씨, 남모씨와 국정원 국장급 출신으로 S그룹 임원인 박모씨 등으로 구성돼 박 후보에 대한 음해공작을 벌여온 조직”이라고 주장했다.실제로 이후 2010년 4월 한 월간지에서 “2007년 대선 전 박근혜 뒷조사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는 전직 국정원 증언이 나왔다.
이 인사는 2007년 대선 전 국정원의 박근혜 조사 여부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작업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그 결과로 핵심내용을 정리한 오리지널 보고서가 나왔다”며 “그 보고서와 관련된 문건들과 자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6월 17일 자신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부국팀 자문위원이라고 소개한 김해호씨가 63빌딩에서 이른바 ‘박 후보 의혹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김씨의 기자 회견 배후에는 이명박 캠프 일부 인사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 중에서 친이계 정두언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와 임모씨가 핵심 인사로 지목 됐다. 결국 기자회견을 가진 김씨와 자료를 건네준 임모씨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박 캠프에선 ‘박근혜 TF팀’관련 국정원 고위간부인 K씨는 김유환 전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지목했다. 김 전 지부장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정운찬 국무총리시절 정무실장(1급)으로 발탁됐다. 이 과정에서 정두원 의원이 김 전 지부장을 정무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 의원과 김 전 지부장은 2007년 인수위시절때부터 친밀한 관계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제2의 김해호는 없다’ 자신감 표출
또한 박근혜 캠프에선 국정원내 MB 비선팀으로 지목된 박모씨는 국정원 4급 간부였던 박광씨로 파악했다. 이후 국정원은 그를 직위해제했지만 그 역시 MB 정권 중반인 2009년 4월 한국자유총연맹(회장 박창달) 사무부총장으로 현재까지 직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김 전 지부장의 경우 인수위 전문위원과 정무실장으로 발탁될 당시 이화여대 김원용 교수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캠프에선 ‘박근혜 TF팀’ 구성과 폭로 과정에 김해호-김유환-정두원-김원용으로 이어지는 4인방을 핵심 인사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TF팀’은 재산관계뿐만 아니라 친인척 비리 의혹, 육영재단, 영남대, 부산 MBC 등에 대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일부인 경남기업 의혹부분만 이명박 캠프에선 폭로한 셈이다. 이후에도 민주당에선 MB 정권 집권초인 2008년 12월 세종시가 문제될 당시 “국정원 이모씨가 팀장인 박근혜 사찰팀이 재차 가동됐다”고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X파일’관련해선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 7월 국정원 몇몇 직원이 박 위원장관련 의혹들을 조사했고 당시에도 정수장학회, 고 최태민 목사,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관련 부분 등 정보를 수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위원장 입장에선 대선이 9개월이나 남았지만 K씨를 통한 네거티브 방어팀을 서둘러 구성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 됐다. 아직까진 ‘박근혜 대항마’가 부재한 상황이지만 김문수, 정운찬, 정몽준 등 친이계 잠룡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민생각’이라는 반박근혜 당도 출현했다. 어차피 2012년 대선을 앞두고서 ‘박근혜 X파일’이 나돌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일단 ‘네거티브 방어팀’ 가동은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처럼 당내 경선을 대비한 성격이 강하다. 경선 이후 민주당 후보 등 야권 후보와 본선을 치러야 하지만 ‘어차피 맞을 매라면 확실하게 경선에서 털고 가자’는 복안이 강하게 깔려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