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원 직원, 박근혜 사찰 자료 갖고 있나
청와대 국정원 직원, 박근혜 사찰 자료 갖고 있나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12-14 14:00
  • 승인 2010.12.14 14:00
  • 호수 86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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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사찰 당했다
지난 7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08년 당시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의 한 행정관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수첩 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2012년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청와대 사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포문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2008년 대선이 끝난 직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던 이창화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C& 임병석 회장과 만남을 가졌는 지에 대해 사찰을 했다고 폭로했다. 박 전 대표는 이 폭로를 일축하고 있지만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사찰했다는 점에 대해 불쾌한 모습이다. 이미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유환 전 국정원 경기지부장이 ‘최태민 보고서’ 유출 및 ‘박근혜 TF팀’ 참여와 관련 곤욕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친박 측에서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박근혜 죽이기’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2년 차기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2008년 청와대에서 사찰을 벌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친박 진영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지난 12월7일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지식경제부2차관) 측근인 이창화 전 행정관이 2008년 상반기에 강남의 D 일식당에 간 박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C&그룹 임병석 회장의 누나가 강남에서 운영하는 이 식당에 두 차례 방문한 게 표적이 됐다”며 “이창화팀은 전남 영광 출신인 친박계 이성헌 의원이 왜 박 전 대표를 모시고 갔는지, 박 전 회장과 임 회장이 회동했는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D 일식집 여주인과 종업원을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근인 이성헌 의원은 “박 전 대표와 함께 D일식집을 간 것은 사실이지만 임 회장은 만나지 않았다”며 “시점도 대통령 경선이 끝난 2007년 후반기”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 역시 ‘임병석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지난 12월 10일 검찰로부터 배임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절까지 승승장구해 그 배경에 구여권 인사들과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장본인이다.


친박, “동향 파악치곤 너무 심해”

이명박 정권에서 사정기관을 동원해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주요 친박 핵심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항간의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 차관이 측근을 활용해 ‘박근혜 견제’에 나서면서 한때 친이 진영의 ‘박근혜 죽이기’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를 직접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행정관에 대한 궁금증마저 일고 있다.

이 전 행정관은 경북 경주출신으로 서울대 신문학과를 나왔다. 고향이 포항에 인접한 지역으로 MB 정권 주요 인사들의 대한 인사전횡 의혹을 받고 있던 ‘영포회’ 회원들과 친분이 깊은 인사로 전해진다. 이 전 행정관은 박 차관이 청와대를 나와 총리실 산하 국무차장으로 이동한 직후에는 박 차관과 함께 총리실에서 근무했다. 박 차관의 측근중의 최측근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정원에 복귀한 이 전 행정관은 이미 2006년에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이창화, 2006년 ‘JU 문건’ 흘린 장본인

이 전 행정관은 참여정부시절 국정원 직원으로 있으면서 ‘희대의 사기꾼’인 주수도 관련 국정원 보고서를 언론에 흘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주 회장은 불법 다단계 판매 영업을 통해 2조 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회삿돈 28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아 현재까지 복역중이다. 당시 검찰에선 피해자와 피해규모가 엄청나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회장은 국정원 직원 이 전 행정관이 언론에 흘린 것이라며 2010년 7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를 했다.

당시 그는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허위사실이 담긴 보고서 유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해 국가로부터 2천만 원 배상금을 받은 바 있다. 주 회장의 사기는 인정하지만 불법 사찰한 점은 법원도 인정한 셈이다. 이런 동일 인물이 재차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박 전 대표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 한 직원은 “국정원 특성상 이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내 잘 나가는 TK 인사중 한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 전 행정관을 잘 아는 또 다른 지인은 “이 전 행정관의 업무 스타일상 박 전 대표와 임 회장이 일식집에 만났다면 관련 사진과 녹취록에 도청까지도 했을 인물”이라며 “업무에 관한한 똑 부러진 사람이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사찰 의혹이 터지면서 친박 진영에선 발끈했다. 박 전 대표 경선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 전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받아 일하는 공무원이 사찰을 했다면 그것은 직권남용”이라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실 역시 “차기 대권에 유력한 주자에 대해 정부에서 동향 파악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건은 박 전 대표를 미행하고 식당 종업원을 매수하는 등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전 대표가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의혹을 받은 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정원과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중순 경 박 전 대표와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치열할 당시 ‘박근혜 파일 유출 및 이명박 후보 측과의 유착’의혹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경선 과정 내내 ‘이명박 후보 캠프와 국정원 측의 유착으로 박 후보가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로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가 “박근혜 후보와 관련 있는 최태민 목사와 그의 딸 등이 육영재단을 통해 거액의 재산을 증식했다”고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기자회견중 안기부 일부 자료가 포함돼 불법적으로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물론 안기부의 후신인 국정원이 의심을 받았다.

또한 ‘최태민 보고서’라는 파일이 CD로 정치권에 퍼지기도 했다. 최태민 보고서는 고 최태민 목사가 박정희 정권 시절 박 전 대표에게 접근해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담은 문건이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 유출한 용의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나아가 이재오 의원까지 나서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차마 말하기 창피한 정도의 안기부 보고서를 봤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기야 박 캠프에선 국정원내 ‘박근혜 TF팀’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팀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뒷조사를 수행해 자료를 수집.작성했다는 것. 실제로 올해 신동아 4월호에선 전직 국정원 직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박근혜 죽이기 TF팀 실제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전직 국정원 직원은 “B실장 시절 ‘태스크포스(TF)에서 박근혜를 조사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면서, ‘최태민 보고서 이야기도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고 적시했다.


최태민 보고서에 박근혜 TF팀까지

이에 박근혜 캠프에선 “국정원측과 이명박 캠프가 내통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핵심 실세들이 국정원 비선팀을 활용해 박근혜 후보를 음해하는 도구로 국정원 현직 간부를 활용하고 있다”며 “영남 출신의 K대를 나온 국정원 고위간부 K모씨가 배후라 제보가 있다”고 폭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K모씨로 지목된 인사가 바로 김유한 전 국정원 경기지부장으로 총리실 정무실장까지 근무했다.

김 실장은 부산 출신으로 고대를 졸업했다. 또한 정두언 의원과 이화여대 김원용 교수와 친분이 깊어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고위직까지 오르게 됐다. 무엇보다 친박계에선 국정원 두 전 현직 직원이 서로 앙숙 관계인 정두언 라인과 박영준 라인으로 나뉘어 박 전 대표를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국정원도 TK와 PK로 나뉘어 라인을 타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박 전 대표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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