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눈길 끄는 비주얼로 여행 유혹 부추기는 대한항공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눈길 끄는 비주얼로 여행 유혹 부추기는 대한항공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3-14 10:40
  • 승인 2012.03.14 10:40
  • 호수 932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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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시장 파이 키워 수익증대 꾀하는‘꼼수’ 숨어있다

대한항공의 여행 캠페인 광고는 2008년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미국 편을 시작으로 중국, 호주, 뉴질랜드, 동유럽 편 등 각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시하거나 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여행욕구를 유혹하며 지난 몇 년간 장기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그때, 캐나다가 나를 불렀다'는 광고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명소들을 간직한 캐나다로 여행하고픈 마음을 표현해 흥미를 더했다. 또한 ‘일본 온천을 말하다’ 편에선 온천에서 노천을 즐기는 원숭이를 소재로 활용하여 ‘온천하면 사람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도 했다. 색상이나 방향성 그리고 표현하는 방법 등 광고의 전반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톤 앤 매너(Tone & Manner)’가 돋보이기도 했다. ‘재핑(Zapping)'은 TV에서 광고나 흥미 없는 화면에선 재빨리 채널을 돌리는 것을 뜻한다. 이 회사의 일련의 광고들은 특히 젊은이의 눈길을 사로잡아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회사의 캠페인 시리즈는 작년 하반기부턴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편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의 문화를 새로이 조명해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들은 광고의 본질을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다. 마치 여행사 광고 같기도 하고 해외 시리즈 광고는 그 나라 관광청의 광고를 보는 것 같다. 항공사에 대한 각인보다 ‘저렇게 좋은 곳도 많네’ 하는 마음에서 광고의 인지가 끝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광고의 궁극적 전략이 ‘여행시장의 확대'만을 노리고 있는 점이다. 시장점유율 70%인 국내 1위 항공사로서 여행에 대한 욕망만을 부추겨 시장의 파이를 키우게 되면 점유율만큼의 수익도 증대될 것이란 의도의 상술을 감추고 있는 것은 기업 윤리와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편(좌)과 '캐나다'편
생리(生理)학자 파블로프는 개에게 고기를 먹이는 과정에서 침이 분비되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종소리는 고기와 전혀 상관없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갖다 주기 전에 종소리를 듣기만 해도 이를 먹이로 인식하여 침을 흘리는 것이다. ‘조건 자극’이라는 이 같은 현상은 맛이 신 포도를 연상하면 침이 분비되는 것처럼 사람도 이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과 광고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발전시킨 이론이 ‘고전적 조건화 모델(classical conditioning model)’이다. 광고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중성자극)에 대해 무조건적 자극(긍정적 이미지 : 종소리)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면 무조건적 반응(긍정적 평가 : 종소리를 고기로 인식하여 침을 흘림)을 나타낸다는 이론이다. 광고에선 대다수의 이미지 광고에 활용되고 있는데 술ㆍ담배 등 기호품이나 화장품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항공기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이유로 이 이론을 대부분의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하드웨어인 항공기 자체는 어떤 기종이라도 탑승객의 기본 욕구를 대부분 만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이용객에게 어떤 혜택을 주느냐에 목표를 두고 이의 달성수단으로 안락성과 편리성 및 안전성 등의 관점에서 자사의 이미지 차별화를 도모하려 한다.

안락성은 스튜어디스의 서비스, 기내식, 친절, 좌석의 편안함 등을 말한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경우 광고에선 스튜어디스를 항상 그리고 크게 등장시킨다. 중성자극인 ‘싱가포르 에어라인’을 스튜어디스의 밝고 깨끗한 모습의 무조건적 자극과 반복적으로 연결시켜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이미지를 광고소비자들에게 무조건적 반응의 ‘편안한 기내 서비스를 약속하는 항공사’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콘셉트로 지속적인 광고를 하고 있는데 실제 영국의 권위 기관인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매년 발표하는 항공사 품질평가에서 최고등급인 ‘별 5개'를 받고 있을 정도로 최고의 항공사로 인정받고 있다. 편리성은 연결 항공편 수가 많아 여행시간 절약 등을 이점으로 내세운다. 대형 항공사들의 마케팅 포지셔닝에 적합하며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 등이 내세우는 콘셉트로 이 회사의 광고 또한 ‘편리성’이라는 무조건적 반응을 얻기 위한 광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항공기의 안전성을 이미지 목표로 하는 독일 루프탄자(Lufthanza)등은 사고 없는 오랜 역사를 주된 광고 전략으로 삼아 무조건적 반응에 해당하는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안락성ㆍ편리성ㆍ안전성에 있어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인식되는 이미지가 잘 보이질 않는다.  항공기는 만의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어 안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고객들에겐 장거리 여행의 안락성도 절실하며 시간절약 등을 위한 편리성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서비스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몇 년간 여행객들이 가장 중히 여기는 이런 요소들을 가벼이 하는 광고를 했다. 오직 여행에 대한 유혹만을 자극하여 커지게 되는 시장 파이로 수익만을 챙기겠다는 것이 대한항공 광고의 숨은 의도라면 이것은 항공기업 윤리와는 한참 먼 비행길일 것이다. 광고는 기업윤리와도 밀접하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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