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중간의 이어도 관할권을 둘러싸고 외교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적 명분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12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에 대해 공식 항의하고, 경계획정회담 재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재신 차관보는 이날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장 대사와 면담을 갖고 “류 국장이 이어도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한다고 하는데 의도가 무엇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며 “우리 정부는 이어도가 한중간의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전이라도 우리 측 범주에 들어오는 수역으로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하려는 시도라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중단된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회담을 재개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장 대사는 “본국으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류 국장은 지난 3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고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며 이어도의 관할권을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통령 “당연히 한국 관할”, 中외교부 “양국 담판” 주장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이어도는 한중 양국 간에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조정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관할에 들어올 것”이라며 “이어도는 해수면 4~5m 아래에 있기 때문에 영토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쑤옌자오(蘇巖礁)라고 부른다”며 “쑤옌자오가 어디로 귀속될 것인지는 쌍방이 담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류 대변인은 “중국과 한국 모두 쑤옌자오를 영토로 여기지 않는 만큼 양국 간 영토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영토분쟁 방법이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으로 풀자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이어도 외교마찰, 제주해군기지 논란 확산
이어도에서 양국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한국해군이 부산기지에서 출발해 이어도까지 가는데 21시간(481km)이 걸리는데 비해 중국은 동해함대 기지에서 13시간(327km)이면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돼 해양 분쟁이 발생한다면 현재 효과적 대웅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이 힘을 얻고 있다.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예정지에서 이어도까지는 8시간으로(174km) 줄어들어 즉각적인 대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중국이 이어도를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며 정기 관찰지역으로 포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말이 많은 것은 안타깝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해서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주해군기지의 조속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B정부와 주요 언론사가 이어도를 선거용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 분쟁은 영토 분쟁이 아니라 EEZ 경계획정 사안”이라며 “‘이어도’를 둘러싼 EEZ 획정분쟁은 해양법협약과 판례에 따라 외교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이지, 반중감정을 부추기며 영토분쟁화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도’ 문제로 한중 정부는 오랫동안 교섭해 왔다. 그런데 MB정부와 조중동은 갑작스럽게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이어도를 중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을 만드는 어리석고도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합의되지 않은 수역에 한국이 먼저 함정을 보내 양국 해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손실은 감당하기 힘든 수순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도는 한국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149km 떨어져 있고 중국에서는 247km 떨어져 있다.
한·중 양국은 1996년부터 2008년 11월까지 14차례에 걸쳐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을 위한 국장급 회담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에 상관없이 우리 측 관할에 포함된다며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해 운영 중이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