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회장 허창수)의 유통사업군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 계열사 중 하나인 GS샵(사장 허태수·이하 GS홈쇼핑)의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력 인수기업으로 삼성가(家)인 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이 거론되면서 “GS와 LG그룹(회장 구본무)의 대립이 다시금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GS가 유통사업을 완전히 접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허창수 회장이 유통사업군을 차례로 정리하려는 것에는 숨겨진 이면이 있다”는 분위기다. 그 향방을 가늠해 본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3일 그룹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사회 및 공생발전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다”면서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허창수 회장은 지난 1월에도 기획재정부장관-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중소기업과 건전한 동반성장에 소홀함이 없도록 힘쓰겠다”며 ‘상생’을 언급했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GS가 중소업종에 해당하는 계열사들을 선정하고 정리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앞서 GS는 주력했던 유통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한 전력이 있다. GS는 GS스퀘어·GS마트 등 백화점과 마트를 롯데그룹(회장 신격호)에 매각하며 유통사업군을 줄였다. 또한 남아있는 GS수퍼마켓은 정부의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로 인해 숨죽이고 있으며, 편의점인 GS25 등에 식료품을 제조·납품하는 후레쉬서브는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로 인한 눈초리가 곱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GS의 캐시카우인 유통사업군이 계속해서 축소되면 그룹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GS리테일이 지난해 12월 23일 상장한 지 2개월 반 만에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구설수에 오를 정도로 GS가 보유한 유통사업군에 대한 재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그 정점을 찍는 것이 GS홈쇼핑의 매각설이다. 재계에 파다한 이 매각설은 “GS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홈쇼핑을 매각할 예정이며 그 주인은 신세계가 될 것이고 이미 이면 합의 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GS홈쇼핑은 15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오다가 지난해 3~4분기는 CJ오쇼핑에 밀려 ‘2위의 굴욕’을 겪고 있다. 같은 해 3월 자회사인 GS강남방송·GS울산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SO)를 수도권 지역 최대 SO인 C&M에 매각한 것이 한몫했다.
보유했던 SO가 사라짐에 따라 GS홈쇼핑은 타 홈쇼핑들과는 달리 황금채널 확보에서 밀리고 송출 수수료 경쟁에서도 뒤처졌다. 경쟁사인 CJ오쇼핑은 CJ헬로비전을, 현대홈쇼핑은 HCN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똑같이 송출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SO 보유와 미보유는 입장이 다른 형국이다. 결국 GS홈쇼핑은 마케팅 비용만 증가시킨 채 채널 경쟁력이 하락해 시장 점유율도 추락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에 GS가 홈쇼핑을 신세계에 매각해 유통사업군을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지목된 신세계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신세계몰 등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을 보유한 것은 물론 신세계인터내셔날로 패션브랜드 수입·유통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여기에 홈쇼핑까지 사들인다면 종합유통채널을 총망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S가 신세계에 홈쇼핑을 매각한다면 신세계는 판매채널 확대는 물론 해외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 재고 처리에 있어서도 강점을 지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GS는 지난해 수(水)처리업체인 대우엔텍 인수전에서 LG에게 밀린 과거가 있다. 본지 [제902호 - LG 구본준 vs GS 허명수, 자존심 걸린 첫 대결 그 끝은?]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LG와 GS는 각각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부회장 구본준)와 GS건설(사장 허명수)을 내세워 동시에 대우엔텍 인수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서 승리한 것은 LG였고 GS는 스페인의 수처리업체인 이니마(Inima)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미 LG와 수처리업계에서 맞붙은 이상 GS는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그동안 LG의 구씨 일가와 GS의 허씨 일가는 2005년 경영권 분할 및 지분 정리 이후 상대방의 주력 분야에 손대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우엔텍 인수전을 기점으로 양측의 상호존중이 깨진 것은 물론 오너의 자존심 대결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GS의 경우 당시 자금력이 부족해 대우엔텍과 이니마 모두를 인수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때문에 GS는 대우엔텍 인수에 실패해 오너와 집안의 자존심을 구겼지만 만약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돌발적인 자금경색을 우려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GS는 LG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삼성가의 신세계에 홈쇼핑을 매각함으로써 LG를 자극하려는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GS와 신세계가 홈쇼핑을 두고 이전부터 물밑으로 접촉해 왔으며 이면 합의까지 마쳤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GS의 입장에서는 LG를 약올리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을 택한 셈”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GS 관계자는 “홈쇼핑 매각설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으나 사실 무근이며 그 대상이 신세계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