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스러움’으로 정상권 올라선 현대카드의 저력
업계 4위 삼성카드는 ‘1등 삼성그룹’의 미운오리새끼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현대카드(사장 정태영)가 2004년 삼성카드(사장 최치훈)를 라이벌로 지목하는 광고를 내보냈을 때만 하더라도 삼성카드는 불쾌하다는 입장이었다. 회원 수 1300만 명에 시장점유율 17.1%를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회원 수 300만 명에 시장점유율 4.1%에 불과한 현대카드에 비교당하는 자체가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불과 몇 해 전 일이었지만 지금은 입장이 뒤바뀌었다. 현대카드는 더 이상 삼성카드를 라이벌로 여기지 않는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삼성은 2010년 말 최치훈 전 삼성SDI 사장을 삼성카드 사장으로 임명하고 반격을 노리고 있다. 특히 양사의 대결은 재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인 삼성家와 현대家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신화처럼 성장한 현대카드
현대차그룹은 2001년 다이너스카드코리아를 인수해 신용카드업계에 진출했다. 당시 시장점유율은 1.8%에 불과한 초라한 형편이었다. 하지만 정태영 사장의 부임과 함께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2009년 2분기에 분기별 실적이 처음으로 삼성카드를 앞섰다. 현대카드는 2009년 2분기에 개인과 법인의 신용판매,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모두 합친 취급액에서 12조5600억 원을 기록해 12조4893억 원을 올린 삼성카드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현대카드M 출시와 함께 선보인 알파벳 카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또 그동안의 카드와 달리 카드에 디자인을 입힌 것도 현대카드가 최초였다. 속이 비치는 투명카드, 기존 카드의 절반 크기인 미니카드를 비롯해 명화를 입힌 카드 등이다. 소비를 위한 카드가 아닌 소유하고 싶은 카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현대카드는 2009년 시장점유율 10.9%로 삼성카드(10.7%)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정 사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현대카드스러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최고의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별다른 모델 없이도 뛰어난 광고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바탕에 ‘현대카드스러움’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유명모델 없이도 현대카드만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유명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제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등 삼성’에 먹칠한 삼성카드
반면, LG카드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던 삼성카드는 카드대란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후 LG카드를 흡수한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에 이어 간신히 3위 자리를 유지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2009년 현대카드에 3위 자리마저 뺏기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1등을 추구하는 삼성그룹의 정서상 4위로 내려앉은 삼성카드는 용납하기 힘든 ‘미운오리 새끼’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2010년 12월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이 경질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에 뒤집힌 순위를 회복하지 못한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많았다.
최 사장은 부임 직후 첫해부터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카드는 2011년 2분기에 17조3750억 원의 이용실적을 올리면서 현대카드(17조192억 원)를 앞선 데 이어, 3분기에도 19조449억 원으로 현대카드(18조451억 원)를 1조원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삼성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카드는 이전까지 그룹 내부시장에서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 사장 부임 후 삼성전자·제일모직·호텔신라 등의 계열사에서 카드를 쓰면 이용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삼성S클래스카드’를 선보여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812억 원으로 현대카드(820억 원)를 넘어서지 못했다. 또 현대카드의 실적이 다시 앞서나가면서 지난해 양사는 무승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양사는 올해도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한다. 정태영 사장과 최치훈 사장의 자존심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와 경쟁하던 우리가 현대카드와 비교당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최치훈 사장이 임명된 뒤로 사내에서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