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심 판결문의 핵심적인 내용은 간단하다. 민주통합당 임종석 전 의원이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으로부터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5년 4월부터 2008년 3월21일까지 총 36회에 걸쳐 매달 300만원씩 제3자 명의로 된 위탁계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법적 공방의 쟁점은 왜 신삼길 회장이 임종석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주게 됐는지 배경과 대가성 그리고 자금의 용처 부분이다. 또한 이런 사실을 임 전 의원이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사건의 발단은 신 회장이 임 전 의원을 알기 전 선임보좌관인 K모씨를 먼저 알게 되면서부터다. 전대협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연으로 알게 된 백모씨의 소개였다. 그리고 K 보좌관이 먼저 신 회장에게 ‘딸이 운동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힘들다. 개인적으로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돈을 송금하기 시작했다는 게 K 보좌관의 진술이다.
임종석 신삼길 회장과 식사에 골프까지?
신 회장 또한 검찰 1회 조사에서는 K 보좌관과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2회 조사에서 신 회장은 “K 보좌관을 통해 임종석 의원의 정치 활동비 명목으로 준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신 회장은 “임 의원이 앞날이 촉망되는 유능한 정치인으로 향후 도움 받을 일이 있겠다 싶었고 돈의 용처를 살펴보면 딸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질 것이 뻔해 사실을 숨길 수 없었고 선처를 바라는 심경으로 사실대로 말한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현금으로 찾아 쓴 돈을 제외하고 K 보좌관이 밝힌 돈의 용처를 보면 주식투자, 대학등록금, 국회 활동비, 교통비 등 사적으로 상당액의 돈을 썼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임 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은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진술했고 K 보좌관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주장과는 달리 신 회장이 검찰 3회 조사에서 ‘자금을 제공한지 2~3개월 후 임 의원과 식사 자리를 했고 감사의 표시를 받았다’는 진술에 신빙성을 뒀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은 2009년 가을경 소개자 백모씨와 골프를 치는 과정에서 재차 임 의원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임 의원은 신 회장과 골프 회동은 부인하면서 ‘백모씨와 한 번 골프를 친 적은 기억난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아울러 K 보좌관이 돈의 용처를 사적으로 썼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그 돈이 신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인지 의구심을 표했다.
오히려 검찰은 임 의원이 2004년 5월경부터 1년간 대변인을 했다는 점을 들어 기자나 당직자를 만나는 폭이 넓어졌고 K 보좌관 역시 임 의원을 보좌하기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들을 독려하는 데 비용이 증가하고 2005년초에는 딸의 훈련비용 증가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보좌관 급여로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충당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신 회장의 자금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관련 K 보좌관은 “활동 폭이 넓어지면 당연히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며 “임 의원 역시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임 의원 또한 검찰 조사에서 “초선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활동비가 보좌관 급여로는 부족할 수 있을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알 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검 “보좌관이 의원보다 죄질 나뻐?!” 중형
이런 정황을 근거로 검찰은 K 보좌관이 신 회장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것을 임 의원이 알면서도 이를 용인 내지 묵인했다고 내다봤다. 결국 검찰은 임 의원이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K 보좌관이 의원실 운영을 총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원금 수수에 대해 공동정범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임 의원과 K 보좌관의 두터운 신뢰관계였음을 주목했다. 임 의원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3기 의장이었고 K 보좌관은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이하 서총련) 선전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이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출마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았고 이후 임 의원이 재선을 하는 7년동안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사실상 국회의원과 보좌관 관계라기보다 ‘동지적 관계’로 맺어진 사이다.
그러나 검찰은 임 의원이 신 회장과의 대가성 여부가 없었다는 점과 적극적으로 정치자금 수수행위에 관계하지 않은 점을 들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K 보좌관에 대해선 수수한 금품이 1억원에 이르고 신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점, 받은 금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 점 등을 들어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에 추징금 1억4백만원을 선고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