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현대의 ‘엑셀’ 승용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대성공을 거둔 데는 “Debt End(빚을 다 갚았다)”는 광고 메시지도 크게 한 몫 했다. 이 광고에서 소비자들은 왜 빚을 다 갚았는지 의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음의 카피에서 설명된다. 차 값이 불과 5499달러로 다른 차들에 비해 훨씬 싸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대부분 승용차 가격은 14000달러 수준으로 이 값의 차를 구입하려면 최소 6000달러 이상의 다운 페이먼트(Down Payment)를 해야지만 ‘엑셀’은 다른 차의 다운 페이먼트 금액보다도 적은 돈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귀인적(歸因的)이론의 광고기법이다. 특히 결과를 설명하는 원인의 제시가 논리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성적 소구(訴求)에 의한 설득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성적 소구는 제품 디자인이나 겉모습 등 이미지를 강조하는 감성적 소구 보다 가격이나 성능 등 실용성을 더 강조한다. 이 광고는 이러한 소구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광고가 이성적 소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파워나 주행성능 등 기능을 중시하는 인식에서 자동차를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가치로도 여기게 되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얼마나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지를 따지게 되어 이에 걸 맞는 감성적 광고도 많이 활용한다. 어떤 형태의 소구냐는 제품 콘셉트나 어느 계층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냐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돈의 여유가 적은 계층을 타깃으로 삼는 소형차는 가격이나 성능 등 경제적 이점을 강조하는 이성적 소구에 비중을 두게 되지만 사회적 성공을 이룬 고객을 타깃으로 한 중형차는 명예나 품격 등에 무게를 둔 감성적 소구의 광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가. 이 같은 ‘친환경’을 강조하는 광고 전략이 갑자기 뒤바뀌었다. 대대적 광고 공세에도 이들 차종의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몽구 그룹 회장이 “요즘 나오는 하이브리드 차 광고가 너무 어렵다"면서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차량 자체 보다 기술을 알리는 광고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했다는 전언이다. ‘환경’은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이지만 팍팍한 삶에서는 어쩐지 멀리 있는 것 같고 쉽게 쏙 들어오지 않는다. 고유가로 자동차 타기가 무서운 판국에 판타지한 배경의 ‘친환경’을 내세우며 기술을 소홀히 하는듯한 광고들을 내보냈으니 목표했던 판매가 달성됐을 지가 의문시되기도 하다. 그동안 크게 빛을 보고 있던 정 총괄부회장의 디자인에 역점을 둔 감성 중시 광고가 좌초를 맞게 된 이유로도 짐작 될 만하다.

한편 최근엔 뚜렷한 주관과 의식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개념스타’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광고는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연예인이면서 ‘개념’까지 겸비한 이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활용해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꾀하려 한다. 제품에 대한 표현은 그 제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인 모델의 공신력이 클수록 설득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중요한 점은 ‘써보니까 좋아요’를 연기가 아닌 공감으로 이끌어 구매로 연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광고에 등장한 모델들이 제아무리 인기가 높고 개념 있는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광고 출연 후 그들이 실제 하이브리드 차를 타면서 테스티모니얼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또한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마저 확 뒤바꾸겠다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원으로서의 모델인지에 대한 검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더라도 광고 전략 등에 대한 부자(父子)간의 세대차가 앞으로도 계속 불거져 나온다면 이것은 더 큰 문제다. 현대ㆍ기아차는 ‘엑셀’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 때 이 조그만 자동차의 광고 전략은 세계적 명성의 광고 회사인 ‘사치 앤 사치’사에 의해 기획된 것이다. 광고는 오너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판단이나 광고장이들의 협의의 광고적 시각만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