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개념’ 강조하는 하이브리드 현대·기아차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개념’ 강조하는 하이브리드 현대·기아차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3-09 14:43
  • 승인 2012.03.09 14:43
  • 호수 931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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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 영향력만으론 미약해 보이는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 효과

1980년 현대의 ‘엑셀’ 승용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대성공을 거둔 데는 “Debt End(빚을 다 갚았다)”는 광고 메시지도 크게 한 몫 했다. 이 광고에서 소비자들은 왜 빚을 다 갚았는지 의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음의 카피에서 설명된다. 차 값이 불과 5499달러로 다른 차들에 비해 훨씬 싸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대부분 승용차 가격은 14000달러 수준으로 이 값의 차를 구입하려면 최소 6000달러 이상의 다운 페이먼트(Down Payment)를 해야지만 ‘엑셀’은 다른 차의 다운 페이먼트 금액보다도 적은 돈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귀인적(歸因的)이론의 광고기법이다. 특히 결과를 설명하는 원인의 제시가 논리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성적 소구(訴求)에 의한 설득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성적 소구는 제품 디자인이나 겉모습 등 이미지를 강조하는 감성적 소구 보다 가격이나 성능 등 실용성을 더 강조한다. 이 광고는 이러한 소구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광고가 이성적 소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파워나 주행성능 등 기능을 중시하는 인식에서 자동차를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가치로도 여기게 되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얼마나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지를 따지게 되어 이에 걸 맞는 감성적 광고도 많이 활용한다. 어떤 형태의 소구냐는 제품 콘셉트나 어느 계층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냐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돈의 여유가 적은 계층을 타깃으로 삼는 소형차는 가격이나 성능 등 경제적 이점을 강조하는 이성적 소구에 비중을 두게 되지만 사회적 성공을 이룬 고객을 타깃으로 한 중형차는 명예나 품격 등에 무게를 둔 감성적 소구의 광고를 하게 된다.

▲ K5 하이브리드 TV 광고 속 모스(Morse) 부호
현대ㆍ기아차도 과거엔 수치 위주의 성능과 제원을 어필시키는 광고를 해왔다. 그러나 기아차는 지난 2006년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브랜드 파워를 강조한 마케팅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여 이를 현대차에도 접목했다. 이것은 젊은 나이의 정의선 총괄부회장의 시대적 안목이 한 몫을 하며 이후 이 판단은 내수 판매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의 신종 하이브리드 차종의 출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 자동차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운전자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연비의 이점(利點)이 있는 ‘친환경’ 차종이다. 광고 또한 친환경을 강조하면서도 감성적 요소를 상당 부분 가미하고 있다. 모스 부호가 등장하여 ‘뚜뚜’ 거리는 기계음이 새가 지저귀거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로 바뀌는 ‘사운드 브랜딩’ 기법과 탄소배출량을 젖소와 비교하는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가. 이 같은 ‘친환경’을 강조하는 광고 전략이 갑자기 뒤바뀌었다. 대대적 광고 공세에도 이들 차종의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몽구 그룹 회장이 “요즘 나오는 하이브리드 차 광고가 너무 어렵다"면서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차량 자체 보다 기술을 알리는 광고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했다는 전언이다. ‘환경’은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이지만 팍팍한 삶에서는 어쩐지 멀리 있는 것 같고 쉽게 쏙 들어오지 않는다. 고유가로 자동차 타기가 무서운 판국에 판타지한 배경의 ‘친환경’을 내세우며 기술을 소홀히 하는듯한 광고들을 내보냈으니 목표했던 판매가 달성됐을 지가 의문시되기도 하다. 그동안 크게 빛을 보고 있던 정 총괄부회장의 디자인에 역점을 둔 감성 중시 광고가 좌초를 맞게 된 이유로도 짐작 될 만하다.

▲ 소나타 하이브리드
우여곡절 끝에 현대·기아차는 최근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 광고를 하고 있다. 원빈이 “언젠가 모두 하이브리드를 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전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조금 먼저 시작하려고요”라고 하며 ‘개념’을 강조한 광고 콘셉트는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 기법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그 다음 메시지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개념 있게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시작해 보실까요”로 이어지고 가수 이적은 “왜 이렇게 기름을 자주 넣나 그랬었는데, 요즘은 어쩌다 한 번 넣는 느낌?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40리터로 서울-부산도 왕복하니까요”라고 하며 탁월한 연비를 강조한다. 테스티모니얼 광고란 유명인  등이 등장하여 제품의 가치나 신뢰성 등에 대한 증언을 하는 광고 기법이다.

한편 최근엔 뚜렷한 주관과 의식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개념스타’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광고는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연예인이면서 ‘개념’까지 겸비한 이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활용해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꾀하려 한다. 제품에 대한 표현은 그 제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인 모델의 공신력이 클수록 설득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중요한 점은 ‘써보니까 좋아요’를 연기가 아닌 공감으로 이끌어 구매로 연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광고에 등장한 모델들이 제아무리 인기가 높고 개념 있는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광고 출연 후 그들이 실제 하이브리드 차를 타면서 테스티모니얼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또한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마저 확 뒤바꾸겠다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원으로서의 모델인지에 대한 검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더라도 광고 전략 등에 대한 부자(父子)간의 세대차가 앞으로도 계속 불거져 나온다면 이것은 더 큰 문제다. 현대ㆍ기아차는 ‘엑셀’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 때 이 조그만 자동차의 광고 전략은 세계적 명성의 광고 회사인 ‘사치 앤 사치’사에 의해 기획된 것이다. 광고는 오너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판단이나 광고장이들의 협의의 광고적 시각만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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