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발언허용시간, "헷갈리네"
국회의원 발언허용시간, "헷갈리네"
  • 박정규 기자
  • 입력 2010-12-13 10:18
  • 승인 2010.12.1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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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인터넷 덕에 국회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의 발언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의원들의 발언을 듣다 보면 자동으로 마이크가 꺼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의원들의 발언 시간이 회의나 발언의 성격에 따라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30분 넘게 발언을 이어나가도 마이크가 켜져 있지만 다른 때는 5분만 넘겨도 꺼진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의원들의 발언이 자유롭다. 해당 상임위에서 동일 의제에 대해 횟수 및 시간 등에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돼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의원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발언을 마치게 된다.

발언을 원하는 의원이 2명 이상일 경우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15분의 범위 안에서 발언시간을 균등하게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때문이다.

본회의에서의 발언은 그 종류에 따라 더욱 세부적으로 제한된다.

가장 짧은 경우는 반론 발언이다. 다른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해당 의원이 해명을 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때는 발언시간이 3분 이내로 정해져있다.

의사진행발언, 신상발언, 보충발언, 5분자유발언 등은 발언시간이 5분 이내로 정해져있다. 현안이 되는 중요사항에 대해 정부에 질문하는 긴급현안질문은 10분 이내로 제한된다.

질의 및 토론, 대정부질문, 정당 및 교섭단체연설 등은 더 길게 발언할 수 있다. 질의 및 토론은 15분 이내이며, 국정전반에 대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하는 대정부질문은 20분 이내이다.

발언 시간을 가장 길게 허용하는 경우는 정당 또는 교섭단체연설로 40분까지 가능하다.

국회에서의 발언 시간이 이처럼 일정하게 제한돼있어 의원들의 장시간 발언을 통한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1973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발언시간 제한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필리버스터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6대 국회때인 1964년 했던 의사진행발언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시간은 무려 5시간19분이나 진행된 뒤 회기 마감인 오후 6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것은 공화당 정권이 한·일협정 협상과정에서 들여온 1억3000만달러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는 폭로를 했던 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회 역사상 가장 긴 발언을 했던 의원은 신민당 박한상 전 의원으로 무려 10시간이나 발언했다. 1969년 8월 30일 있었던 박 전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은 3선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안의 처리를 막기 위한 것으로 60여명의 속기사가 동원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 전 의원은 전날 밤 11시께부터 시작해 밤새 발언을 이어나갔으며, 시간을 끌기 위해 대통령 담화내용에서부터 헌법까지 인용했지만 3선 개헌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한편 발언시간이 제한된 현 국회에서는 이를 통해 회의진행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합법적인 의사지연을 통해 여야 간에 힘의 균형을 어느정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는 단점도 있다.

국회가 파행에 이어 여야간 몸싸움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로 필리버스터와 같이 합법적으로 다수당의 독주를 겨냥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되는 부분이다.

박정규 기자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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