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發 현대家 호텔전쟁 시작됐다
현정은發 현대家 호텔전쟁 시작됐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3-07 09:37
  • 승인 2012.03.07 09:37
  • 호수 931
  • 2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그룹, 반얀트리 인수


- 끝나지 않은 현대家 골육상쟁...오너 자존심 승부로 전환?
- ‘왕따’ 당하던 현대그룹, 특급호텔 인수로 설욕전 가능할까

[일요서울 ㅣ 김나영 기자] 현대가(家)의 자존심 싸움이 심상찮다. 최근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Banyan Tree Club and Spa Seoul·이하 반얀트리) 인수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현대가는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현대그룹·현대산업개발 등 각 그룹별로 호텔을 보유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그룹은 지난해 8월 아산나눔재단 설립에서도 배제되는 등 현대가 내에서 유독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반얀트리로 국내 호텔업에 진출함에 따라 현대가의 긴장감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그룹은 2일 현재 반얀트리의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후 1주차 실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얀트리는 2007년 어반오아시스가 옛 남산 타워호텔을 인수해 쌍용건설에 시공을 맡겨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 2010년 회원제 중심으로 탈바꿈시킨 호텔이다.

하지만 어반오아시스가 신규회원권 분양 부진과 PF 상환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채권단 자격으로 반얀트리 매각을 추진했다. 이를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 구성된 현대그룹 컨소시엄이 1600여억 원에 입찰해 지난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반얀트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분류상 가족형 호텔로, 특1급 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6성급 호텔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현대그룹의 반얀트리 인수 확정 시 사업주체는 현대아산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수 직후부터 회원권 3300구좌(1구좌 당 1억3000만~1억8500만 원·총 4800억 원 규모) 중 기분양된 47%를 제외한 미분양 물량 조기 소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 변수는 있다. 현대그룹의 실사가 끝나지 않았고 싱가포르 반얀트리그룹과의 세부적인 딜 등이 남아 있어 ‘막판 뒤집기’의 불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어반오아시스는 공사대금 반액에 해당하는 700억 원을 미지불해 오래 전부터 손을 뗀 상태고, 채권단인 쌍용건설은 사업권을 하루빨리 매각해 대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미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이상 현대그룹의 반얀트리 인수는 반얀트리그룹과 약간의 마찰이 있더라도 결국 정해진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반얀트리를 인수함과 동시에 현대가 오너들은 저마다 자존심을 건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은 6성급 호텔인 해비치호텔을 제주도에 보유 중이며, 현대중공업그룹(최대주주 정몽준)의 호텔현대는 특1·2급으로 경포대, 경주, 울산, 목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해 있다. 특히 호텔현대 경포는 오는 5월부터 해외 유명 건축가를 동원하는 등 총 2000억 원을 들여 신축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도 6성급 호텔인 파크하얏트를 서울에 지어 운영 중이며 부산에도 개관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그룹은 같은 현대가인 현대차그룹 및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형국이다. 현대그룹은 2010년부터 현대차와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감정이 상해 민·형사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지난해 현대건설을 넘겨주는 굴욕까지 맛봤다.

또한 현대중공업과는 2006년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계속해서 현대상선 지분 다툼으로 깊은 앙금을 남겼다. 그 여파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패했던 현대그룹은 이후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발주를 기존 발주처인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으로 바꿔 불화를 더욱 키웠다.

이후 현대그룹은 지난해 8월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식을 앞두고 현대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취하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으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끝내 결혼식에 불참해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을 여실히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다툼으로 그룹 경영권 분쟁까지 치달았던 정상영 KCC 명예회장 역시 불참해 현대가의 화합은 아직 시기상조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뺏김으로써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적통성’을 주장하려는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의지가 녹아 있는 현대아산의 품에 반얀트리를 안겨 무너진 자존심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이 오래전부터 금강산 등 관광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호텔에도 눈을 돌려 물색하던 중 드디어 반얀트리를 인수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북사업의 실패로 와신상담하던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호텔업 진출의 경우 타 현대가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라도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반얀트리 인수는 타 현대가와는 관계없다”면서 “어디까지나 현정은 회장이 강조한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