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발 북풍에 뜻 접는 금배지들 여야 의원들 ‘초긴장’
북한의 연평도 피격사건 이후 정치권이 병역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여의도 정가에선 차기 총선의 핫이슈가 병역문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번 연평도 피격을 기점으로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안보의식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대북포용정책 실효성에 회의를 느끼며 국민들이 표출하는 분노를 보면 차기 총선전략을 새로 짜야할 판이다. 정치권에 불고 있는 ‘병풍(兵風)’을 따라가 봤다. 연평도 피격사건에 대한 군과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라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 불똥이 정치권으로 까지 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18대 국회 현역 의원들 가운데 군 미필자에 대한 ‘색출작업’이 벌어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병역면제자는 내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확산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음 총선 공천에서 군필 여부가 상당부분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해있는 만큼 다음 총선에서는 군대 안다녀온 의원들은 아무래도 불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과거 개각이 있을 때마다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문제로 낙마하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상기해보면 현실성이 없는 말도 아니다. 지난 8·8 개각 당시에도 김황식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장관급 수뇌부 군 면제 비율이 24.1%에 달해 대국민적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면제율 일반인 보다 7배 높아
현재 18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18대 국회 병역 현황을 살펴보면, 병역 대상인 253명의 남성의원 가운데 41명(16.2%)이 면제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38명(15%)은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아들과 손자, 직계 비속의 경우 21명(10.3%)이 면제, 28명(11%)이 보충역으로 나타났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 일반 국민들의 현역 복무 비율은 89.8%. 반면 면제자는 2.4%에 불과하다. 현역 의원들의 군 면제율이 일반 국민들보다 약 7배에 달하는 것이다.
당별로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이 1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자유선진당 2명, 민주노동당 1명, 진보신당 1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일반 국민들이 1차 신검에서 면제를 받는 비율이 2.4%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면제 사유로는 질병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형이 10명, 고령이 4명이었다. 이 밖에 질병과 생계곤란 등으로 인한 장기대기 사유가 4명, 체중미달자 1명이었다.
병역 문제에 대한 비난 여론 확산은 현역 의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의 한 재선의원은 “(국회의원 병역면제에 대한 부분은)아무래도 여러 가지 국민들 정서로 봐서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면제받은 의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선거에 영향은 없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학생운동을 벌이다 2년여 동안 옥살이를 해 군 면제를 받은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 하다가 수감생활로 면제 받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경우 대다수가 수형생활로 면제를 받은 경우라 불똥은 피해갈 것이라 보고 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권자들이 사유를 불문하고 군 면제자에 대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의원들의 병역문제가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확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2년 4월로 예정된 다음 총선에서 병역 문제가 최대 이슈로 정착 될 경우 8개월 뒤에 치러질 대선에서도 대세의 밑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군 미필자는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잠재적인 대선주자 군으로 분류되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행방불명과 질병 등 사유로 병역을 미루다 고령으로 군대를 면제받은 경우여서 대선은 꿈도 못 꾸게 된다. 즉, 안 대표와 유사한 상황에서 대권을 노리는 제3·4의 인물들은 진작부터 뜻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병역 문제 공개 거론
실제 여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병역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추후 여야의 선거 전략은 물론, 주자들 인선작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월 29일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안보관계 장관과 참모의 경질을 요구하며 목청을 높였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병역의무 이행여부가 대북 정보능력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의 안보장관회의에 참가하는 장관이나 참모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병역 면제자는 좀 정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네티즌들이 안보관계 참모들의 군 면제를 거론하면서 조롱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안보불신은 바로 이런 점에서 출발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어 “이번 사태가 초래된 데는 위성장비, 첨단 전자장비, 대북첩보망을 갖고도 대비하지 못한 대북 정보관계자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국가정보원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직접적으로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안상수 대표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전당대회 직전 열린 한 TV토론회에서 안 대표와 병역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 한 전력이 있다.
당 내에서도 비공식적으로 군 면제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문제를 지금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이번 연평도 피격 이후 인터넷에서는 ‘군대도 안 갔다온 이들이 지하 벙커에서 회의만 한다’는 식의 비난과 함께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병역 면제 현황 자료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연평도 피격사건은 천안함 폭침사건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명백한 만큼 음모론도 없고 국민적 여론도 군 면제자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어 뭔가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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