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재벌 2세야” 몸 뺏고 돈 뺏고
“나 재벌 2세야” 몸 뺏고 돈 뺏고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3-06 11:51
  • 승인 2012.03.06 11:51
  • 호수 931
  • 2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들 울린 ‘현대판 카사노바’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재벌 2세를 사칭해 여성들을 속여 성관계를 맺고 금품을 뜯어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철장신세를 지게 됐다. 이 남성은 유명 여성 의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인 것처럼 행세하며 결혼을 약속하거나 조건만남을 제시해 여성들의 환심을 샀다.
또 그는 잘생긴 외모와 교묘한 언변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농락했다. 특이 이 남성은 경제력 있는 여성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고 협박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훤칠한 키·잘생긴 외모·화려한 언변 무기로 사기행각에 나서
채팅 사이트 통해 경제적으로 넉넉한 여성들에게 의도적 접근

채모(34)씨는 185㎝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타고난 언변을 무기로 사기행각에 나섰다. 채씨는 인터넷 채팅사이트와 중매사이트에서 사기 대상을 물색하기로 마음먹고 거짓 프로필을 올려놓았다. 그는 프로필에서 재력을 과시하는 등 재벌 2세 행세를 하며 여성들을 현혹시켰다. 그는 주부 또는 직장여성, 학원운영자 등 경제적으로 넉넉한 여성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채씨는 쪽지를 주고받거나 채팅을 통해 피해 여성들의 직업과 경제력을 사전에 파악한 후 본격적으로 접근했다.

결혼하자고 속여 성관계

2010년 8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그는 주부 A(34)씨에게 접근했다. 채씨는 A씨에게 수차례 쪽지를 보내 A씨의 경계심을 풀었다.

연락처를 주고받게 되자 채씨는 달콤한 말들로 A씨의 마음을 공략했다. 그는 “과거에 야구 선수였는데 어깨를 다쳐 야구를 그만 둔 뒤 모델 활동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강남과 왕십리에서 여종업원 7명을 두고 유명 여성의류 브랜드 매장 2개를 운영하고 있다”며 재력을 과시해 환심을 샀다. 그는 또 “여동생은 일본에 살고 있다”며 “아버지는 건설업체 사장이고 어머니는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씨는 부부사이가 좋지 않던 A씨에게 ‘부부불화’를 언급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채씨는 “결혼해 아내와 8살 난 아들이 있는데 사이가 좋지 않다”며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이혼하게 되면 함께 살자”고 속여 성관계를 맺었다.

채씨는 A씨와 관계가 깊어지자 검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편도선 수술을 해야하는데 아내가 통장과 재산을 들고 도망가 입원비가 없다”며 “아내를 찾으면 바로 돈을 찾을 수 있으니 입금시켜 달라”며 돈을 요구했다. 채씨의 거짓말을 의심 없이 믿은 A씨가 입원비를 송금하자 채씨는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채씨는 A씨에게 최근까지 매장 리모델링비 등의 명목으로 3200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익 당하고 싶냐” 협박

이뿐 아니었다. 채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미혼 여성들에게도 검은 손길을 뻗쳤다. 채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학원강사 B씨(25·여)에게 접근해 “사촌형이 성형외과 의사이니 성형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환심을 사 성관계를 맺었다.

채씨는 성관계를 맺고 이를 빌미로 B씨의 신용카드를 가로채갔다. 채씨가 B씨의 카드를 자신의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하자 B씨는 신용카드를 정지시켰다. 그러자 채씨는 “신용카드 사용정지를 풀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협박해 거래정지를 취소하게 했다. 채씨는 B씨의 신용카드로 300만 원 상당의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대금결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0년 8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여성 6명으로부터 89회에 걸쳐 5600만 원을 가로챘다. 채씨는 재력을 과시해 성관계를 맺은 뒤 “매장 리모델링 하려는데 돈이 부족하다”, “직원 월급 및 물품대금이 밀렸다”등의 거짓말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채씨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거나 돈을 주지 않으면 “성관계 사실을 가족에게 모두 폭로하겠다”, “성관계시 찍은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가로챘다.

경찰 관계자는 “채씨는 재벌 2세인 것처럼 행세했지만 무직이었다”며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치고 알몸 사진을 유포해 수감된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인터넷 채팅사이트나 스폰 만남을 통해 성관계를 가진 것에 대한 약점과 수치심 때문에 협박을 당했는데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렸다”고 전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