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동부건설(부회장 윤대근)이 건설한 경기도 남양주의 진접센트레빌시티가 홍역을 앓고 있다. 동부건설은 각종 하자보수로 인해 입주 초기부터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데 진땀을 빼야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입주민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실내 공기질 측정 검사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까지 검출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동부건설은 입주 초기에 이 같은 문제를 감추기 위해 입주민의 관리비·가스비 등을 대납하고, 심지어는 금품까지 살포하며 입막음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접센트레빌 논란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한모씨는 지난 2007년 동부건설이 건설한 남양주 진접센트레빌 아파트 156.9m2(47평)를 분양 받았다. 한씨는 “자연환경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님과 세대를 합치고 평생 살 생각으로 분양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 마침내 입주시기가 찾아왔지만 집안 전체에 결로가 생기고, 벽 갈라짐, 곰팡이 등으로 도저히 입주할 수가 없었다. 한씨는 일단 입주하면 보수해주겠다는 동부건설의 말을 믿고 들어갔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보수만 이어지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입주 3개월 만에 한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미분양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 기간 동안 동부는 한씨가 생활했던 아파트의 관리비(수도·전기세·가스비)를 대신 내주기로 약속하면서 한씨를 달랬다. 당시 미분양된 아파트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지난해 8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동부건설이 제공한 미분양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500만 원 이상의 관리비와 가스비를 동부건설이 부담했다.
동부건설은 한씨의 입막음을 위해 65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동부건설이 한 언론사에서 시상하는 ‘살기좋은 아파트상’ 심사 발표를 앞두고 한씨의 계좌에 두차례에 걸쳐 150만 원과 500만 원을 입금한 것이다. 한씨는 “아파트 보수를 제대로 안 하면 심사기관에 아파트 하자에 대해 알리겠다고 하자 돈을 보냈다”며 “동부건설 쪽에 무슨 명목으로 나에게 돈을 보냈냐고 물어도 피해 금액의 일부라고만 할뿐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우리집 말고도 돈을 받은 주민들이 꽤 됐다”며 “상을 받기 위해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하면서 돈을 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수 끝나자 발암물질
그러나 동부건설은 검사 결과에 대한 공개는 거부했다. 이에 한씨는 지난해 8월 환경부가 실시하는 실내 공기질 점검 서비스를 신청했다. 검사 결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100㎍/㎡ 이하)의 5배가 넘는 518㎍/㎡가 검출돼 ‘우려’ 등급을 받았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도 기준치(400㎍이하)의 4배가 넘는 1780㎍으로 ‘우려' 등급이 나왔다.
한씨는 “잠시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했고, 발암물질까지 검출된 마당에 어떻게 그 집에 들어가서 살겠냐”고 토로했다.
한씨에 이어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의 집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씨는 경기도 북부청사 환경과에서 실시하는 실내공기질 측정검사를 신청해 실시한 결과 포름알데히드 332㎍/㎡이 검출됐다. 친환경을 자랑했던 진접센트레빌의 이미지가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한씨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동부건설 본사와 모델하우스 등을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이며 동부건설 측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주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집값 하락을 염려해 ‘쉬쉬’하던 주민들은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입주 초기부터 각종 하자·보수로 주민들 분통
친환경아파트 내세운 아파트에 발암물질까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공기 좋다는 말만 믿고 이사를 했는데 실내 공기가 너무 나쁘다”며 “입주민 공동시설에만 가 봐도 공기질이 얼마나 나쁜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주민 B씨는 “그동안 집값 하락에 대한 염려 때문에 불만을 참고 있었던 주민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현재 분위기로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면 주민 70~80%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아파트 거래도 끊겼다. 진접센트레빌 단지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10% 이상 빠졌지만 좀처럼 문의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접센트레빌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대표회의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입장이 정리되면 동부건설 쪽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겠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개인적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주민 이모씨는 동부건설을 상대로 아파트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이씨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동부건설은 회사 이미지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다른 주민들의 추가 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동부건설이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동부건설 관계자는 “불만이 있는 주민은 3가구에 불과하다”며 “피해 보상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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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