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J 갈등, 그 이면에 무슨 일이
삼성 -CJ 갈등, 그 이면에 무슨 일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03-06 11:01
  • 승인 2012.03.06 11:01
  • 호수 931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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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승자의 저주’로 인한 배후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삼성(회장 이건희)과 CJ(회장 이재현)의 상속분쟁 소송과 관련해 말들이 무성하다.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척한 두 기업이 단순하게 상속분쟁을 일으켰을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는 것.

오히려 이번 소송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소송과 관련해 CJ 측이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고,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화우’의 기획설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에는 CJ의 ‘승자의 저주’로 인한 배후설까지 풍문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때문에 “CJ의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가설이 있는가 하면 “삼성도 무엇인가 감추려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그 본질에서 벗어나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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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이숙희씨로 이어진 삼성가 2세들의 상속재산 분할청구 소송이 확산되면서 CJ의 사전개입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는 정황상 이재현 CJ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CJ가 빈틈없이 짜놓은 각본대로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2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추론이다.
실제 이재현 회장의 개입을 뒷받침할 내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이맹희 씨의 소송에 앞서 CJ 법무담당 직원이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와 함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뒤 다음날 같이 귀국해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CJ가 소송에 간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 불거진 ‘CCTV 미행 사건’ 역시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또한 이번 소송과 관련한 풍문도 나돌고 있는데 그 신빙성도 커지고 있다. 일명 ‘승자의 저주 설’이다. 재계에선 M&A를 통해 기업인수에 성공한 기업이 이후 주가가 떨어지거나 경영이 어려워지는 등의 후유증을 겪는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실제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권분쟁은 물론 주가 하락 등으로 고초를 겪었고,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이 ‘시숙간의 대립’으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CJ가 인수한 대한통운과 CJ E&M 역시도 이 ‘승자의 저주’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CJ의 주가하락이 이번 소송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미디어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합병한 CJ E&M은 지난 1일 통합법인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주가는 오히려 합병 이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달 29일 CJ E&M 주가는 전일 대비 1.14% 상승한 3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현재 CJ E&M 주가는 통합법인이 설립되기 직전인 작년 3월 초 전신인 오미디어홀딩스 주가(5만7000원)와 비교하면 47%가량 하락한 상태로 거래 중이다.

게다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CJ E&M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무리한 차입금 조달도 지주사인 CJ의 발목을 잡았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CJ제일제당은 8000억 원, CJ GLS는 4400억 원을 차입했다. CJ GLS의 차입을 돕기 위해 CJ는 447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CJ 실적으로 전달된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CJ GLS와의 시너지 효과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반면 금융비용 부담은 당장 드러나고 있는 부정적 재료”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CJ가 두 기업의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으로 소송을 진행했고, 이재현 회장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아버지를 통했다는 설이 업계에 파다하다. 게다가 이재현 회장은 2008년 차명재산으로 살인청부 소동까지 빚었고, 당시 국세청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어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직접 움직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CJ는 여전히 과거 차명계좌 사건이 법정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도 차명계좌로 검찰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국세청은 물론 그동안 쌓은 이미지에도 먹칠이 불가피하기에 이재현 회장이 직접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CJ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된다라며  단순 분쟁임을 강조했다.

재계는 일단 이번 소송이 범 삼성가로 확산됨에 따라 소송의 키워드는 이건희 회장의 남매인 세 자매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또 다른 참여자가 나온다면 소송금액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건희 회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은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주식이 걸린 것이라 형제들의 요구분이 많아질수록 일부 승소만으로도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맹희씨는 삼성생명 주식 824만 주, 이숙희씨는 삼성생명 주식 223만 주를 요구했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4녀인 이덕희씨는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우호지분이 언제까지나 우호적이지 않듯이 형제들 역시 언제 누구의 편으로 갈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거대한 삼성가 재산분쟁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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