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여권 핵분열설과 맞물린 영호남 권력·대권암투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여권내 핵분열설 중심에는 호남출신 차기주자인 정동영 장관과 노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 또 영호남 대권암투 과정에서는 고건 전총리가 핵심 뇌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역학구도는 문희상 전의장을 정점으로 한 실용파와 장영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 등이 일정 지분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호남vs영남 핵분열 조짐
차기 대권주자군인 정동영 장관은 실용파가 물밑 지원하고 있고, 김근태 장관은 재야파와 가깝다. 또 유시민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직계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김 두 잠룡이 당에 복귀할 경우 노선투쟁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은 이러한 역학구도와 맞물려 있다.특히 현정부 출범이후 청와대와 정부 등 권력 핵심부를 장악했음에도 정작 당내에서 만큼은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PK(부산 경남) 세력들도 향후 대권구도 경쟁에는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핵분열설이 가시화될 경우 그 정점에는 PK세력이 자리잡게 될 것이란 분석도 이러한 전망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청와대의 핵심 포스트는 PK가 장악하고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을 정점으로 황인성 시민사회수석, 386세대 맏형격인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 정상문 총무비서관, 권찬호 의전비서관, 차의환 혁신관리비서관 등이 대표적인 PK 출신이다. 행정부에는 윤광웅 국방장관, 진대제 정통부장관,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박흥수 농림부장관,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 등이 포진해 있다.공기업 및 정부산하단체에도 PK출신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 이수열 한국가스공사 사장,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장차관급과 청와대수석비서관 및 공기업 사장, 정부산하단체장 82명 중 PK 출신이 26명을 차지해 3분의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청와대와 정부, 공기업과 산하단체 등에는 PK세력이 대거 포진하면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PK세력이 향후 당권 및 대권정국에서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되지는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세력을 극대화 해 당권 및 대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PK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중장기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당내 최대 계보를 이끌고 있는 정 장관이 복귀할 경우 이들 PK세력을 중심으로 한 친노직계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 할 것이란 분석도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당권 및 대권구도가 호남 vs 영남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고건 복심이 최대 변수
특히 대권암투가 본격화 될 경우 영호남 경쟁구도는 노심(盧心) 논란과 맞물려 핵분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정 장관 입장에서는 지지율 하락과 자신의 인기 만회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정 장관이 복귀할 경우 노 대통령과 현정부에 대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란 섣부른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또 정 장관이 노 대통령을 공격할 경우 PK사단 등 친노세력은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동시에 정 장관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호남 분열을 예고하는 정황들이다.고건 전총리의 대권 복심도 여권내 핵분열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나라당 ‘빅2’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고 있지만 고 전총리는 여전히 경쟁력있는 차기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여권은 물론 한나라당과 군소정당이 고 전총리 영입에 목을 메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높은 대중적 인기와 경쟁력을 반영하고 있다. 여권 핵분열 과정에 고 전총리의 복심이 중요한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이러한 경쟁력과 무관치 않다. PK사단이 정권재창출 플랜을 가동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뚜렷한 차기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고 전총리 같은 경쟁력있는 후보가 절실한 상황이다.최근 친노세력 사이에서 고 전총리를 예찬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것은 고 전총리를 끌어안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참모는 “고 전총리는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차기주자다. 그가 여권에 들어와 경선에 뛰어들 경우 흥행은 물론 정권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또 청와대 참모진을 중심으로 친노세력들이 고 전총리 영입을 위해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리도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이처럼 친노세력들이 고 전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고 전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고 전총리의 여당행이 현실화되고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이 그를 지원할 경우 정 장관을 중심으로 한 호남계는 이를 명분으로 탈당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전총리의 대권 복심이 여권 핵분열 뇌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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