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은 시작일 뿐이다

지난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부터 1시간 여 동안 서해 연평도에 170여발의 포탄이 날아왔다. 북한 해안 포대에 의한 이같은 무차별 포격으로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 등 모두 4명이 숨지고 십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북한의 도발이었다.
뿐만 아니라 포격 직전 평안남도 북창기지에서 이륙한 북한의 미그 23기 5대가 초계비행을 한 뒤 황해남도 황주 비행장으로 전개해 대기 중이었으며 서해의 북한 함정들도 전투 대기 태세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의도한 가운데 도발을 감행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일찍이 예상된 시나리오였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외비 또는 극비 등으로 분류된 많은 보고서들이 일찍이 북한의 대남 도발 시나리오의 첫 수순으로 서해 5도에 대한 공격을 예상했었다는 것이다. 각종 보고서들이 전하는 충격적인 북한의 대남 도발 시나리오들을 긴급 입수해 정리한다.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4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서해 북방한계선( NLL)에서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주목을 받았다. 벡톨 교수는 워싱턴의 한미경제 연구소에서 열린 북한 관련 행사에서 “포 공격이 될지, 해군이나 공군의 공격이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해상 교전 이은 섬 공격 각종 보고서 이미 예측
일부 사람들은 벡톨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한반도 군사 정세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벡톨 교수의 주장을 하나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동안 나온 각종 한반도 위기 상황 예측 시나리오 등에 따르면 이러한 북한의 도발은 일찍이 예상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한반도에서의 미래전 양상 및 한국의 대비 방향’이라는 논문(김계학)에 따르면 북한의 전면전에 앞선 초기 도발 양상으로 ①해상에서의 교전 ②도서지역(백령도 연평도 등) 점령 ③동해안 지역에 기습 상륙 후 태백산맥 지역에 은거한 게릴라전 전개 등을 예상한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2단계의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이 원하는 정도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다음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이후 사용할 수단으로는 서해 NLL 지역에서의 새로운 도발로 이 지역을 분쟁 지역으로 만드는 것과 포격 대상을 더 넓히는 것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는 아직도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에 한계를 정하고 단지 한반도의 불안한 모습을 대내외에 각인시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고 한국 측의 경제 원조 등을 얻어 내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궁지에 몰리며 모험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경우다. 더구나 후계 체제 문제까지 결부돼 북한 내부가 불안정하게 될 경우 북한은 확전을 불사하고 더 극렬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다.
그 한가지 예로 북한이 포격 지역을 더 넓혀 김포나 인천 공항에 가까운 영종도 일대 까지 노릴 경우 한반도는 급격히 전쟁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전면전을 불사할 것으로 보는 견해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많은 보고서들은 북한이 잘못된 상황 인식에 의한 전면적 도발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랜드 연구소 전면전에 핵사용 예측
얼마전 국가정보원 소속 국가정보대학원 김영환 교수가 ‘대국민 안보보고서’라는 제목의 개인보고서 70여 페이지를 언론을 통해 공개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김 교수는 본문에서 보안사 부사관 출신인 고 정지용씨 등의 증언에 따른 언론보도를 인용, “북한이 김포 인근까지 장거리 지하터널을 연결시켜 놨다”며 “북한의 기습남침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었다.
가장 전문적인 보고서로는 1998년 윤규식 당시 국방정신 교육원 교수가 발표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 내부의 정치적 위기, 경제 및 식량 위기, 군사 제일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체제위기의 돌파 수단으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 교수는 5가지의 전쟁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흥미를 끄는 것은 북한에서 귀순한 북한 군 고위 간부와 얼마 전 사망한 황장엽 등의 증언을 종합한 단기전 시나리오다. 이는 북한이 꿈꾸고 있는 전략으로 24~48시간 이내에 서울을 점령하고 전진이 여의치 않으면 한강을 연하는 선에서 미국과 협상한다는 것이다. 특히 황장엽은 ‘김정일의 3일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핵무기의 사용 위협 하에 한반도 전후방 동시 전장화를 획책해 3일 이내에 한반도를 석권한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보다 전인 1992년 작성된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한반도 비상 리포트(North Korean Campaign Planning in JLASS 92)’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주한미군사령부 등 주요핵심 군사시설에 특수부대에 의한 공격을 개시함과 동시에 휴전선 일대에서 엄청난 포격과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다연장 로켓 공격을 감행해 침공을 개시하면 공격이 저지당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97년에 작성된 미 육군의 ‘한반도 대재앙 시나리오(An War Scenario Korean Cataclysm)’는 북한이 정규 비정규전을 배합한 총력 기습 남침을 감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북한군은 개전 전에 서울에 다수의 특수전 부대를 침투시켜 전략 표적을 파괴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하며 국가 중추신경을 마비함과 동시에 기계화 부대가 전선을 돌파하고 동시에 인구밀집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결국 한미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중국의 개입과 북한의 핵무기 사용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 18만 특수부대 최전방 배치
이밖에도 미 국방성이 만든 펜타곤 비밀 연구(A Secret Pentagon Study), 미 의회 조사국의 한국 위기(Korean Crisis), 캐스퍼 와인버거 전 미 국방장관의 다음 전쟁(The Next War) 등도 곧잘 인용되는 보고서다.
이들 연구 보고서들의 공통점은 북한 특수부대의 공격과 핵무기를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특수부대 존재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초반의 전세를 결정지을 중요변수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특수부대는 ▲경보병 여단 ▲저격 여단(청년돌격여단) ▲정찰 여단 ▲상륙 여단 ▲공정 경보병 여단(항공 육전대) ▲제병연합 여단(혼성 여단) 등이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얼마전 북한 특수부대의 실상에 대해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무술 훈련으로 단련된 북한 특수군(SOF)은 맨손으로 한꺼번에 수명의 적을 해치울 수 있으며 손에 소총 한 자루를 쥐어주면 그들은 200m 전방에서 움직이는 목표물 수개를 15초 내에 명중시킨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북한은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글라이더와 행글라이더 등 각종 레포츠 기구를 해외에서 상당량 수입하고, 이를 이용한 공중침투 부대를 운영 하고 있으며 ‘충성폭탄' 북한 특수부대도 운용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우리 군당국도 북한의 특수전 위협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특수전 위협은 핵과 미사일, 잠수함, 장사정포와 함께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은 2~3년 전부터 추진해온 특수전 부대의 배치계획을 최근 완료했다는 것이 한미 군당국의 평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7개 경보병(특수전병력)사단을 창설해 최전방으로 배치하고 전투서열 제1번으로 높였다는 것이다. 1개 경보병사단 병력은 7천여 명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정예화된 5만여 명의 특수전 병력이 최전방에 배치된 것이다.
전투서열 제1번에 특수부대를 배치함으로써 유사시 또는 평시에도 기습 침투가 가능하도록 특수전 작전계획을 완성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면전은 부담, 서해 5도 기습 점령
우리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북한은 가장 호전적인 부대인 특수 8군단을 해체하고 7개의 경보병사단을 창설했으며 북한의 특수전병력은 18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갯벌에서도 고속기동이 가능한 공기부양정 130여 척, 고속상륙정 90여 척 등 260여 척의 특수부대 병력 수송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부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키기에는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모험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미군이 가세한 한국군의 전력이나 한국의 국력으로 미뤄 볼 때 사실상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모든 연구 보고서도 전쟁의 결과를 남측의 승리로 결론짓고 있다. 또한 북한이 비록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전에 사용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으며 비록 남측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북한은 그보다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위협용 또는 협상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삼는 것은 서해 NLL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도발이다. 북한은 이 지역에 막강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연평도, 백령도와 인접한 해안과 섬의 암벽을 따라 굴을 뚫어 해안포를 촘촘히 숨겨 놨다. 1000여 문 정도로 추산된다. 해안포는 동굴진지 안에서 5m 길이의 레일을 따라 앞뒤로 이동할 수 있어 사격 때에는 동굴 진지 안에서 끄집어내 바깥의 위장막을 걷어낸 뒤 발사한다.
북한군 해안포대가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함께 배치돼 있는 지대함 미사일 때문이다. 북한은 황해도 해안의 산 일대에 사정거리 83~95㎞에 이르는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을 대거 배치시켜 놓았다. 북한이 해안포 공격에 나설 경우 남한 해군이 맞대응 함포 사격에 나서기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북한은 “남조선이 또 군사적 도발을 하면 주저없이 2차, 3차로 물리적 보복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중앙통신은 28일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조선 서해가 분쟁 수역으로 된 것은 미국이 우리 영해에 제멋대로 그은 북방한계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북한 도발이 더욱 에스컬레이트될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별 취재팀>
특별 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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