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굴욕…겉은 수익성 감소, 속은 정치권 눈치
두산의 굴욕…겉은 수익성 감소, 속은 정치권 눈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2-28 11:05
  • 승인 2012.02.28 11:05
  • 호수 930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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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수입차 사업 철수


- 두산家, 슬그머니 혼자 빠져…수입차 업계 ‘배신감’
- 재계는 지금 ‘딸은 빵장사, 아들은 차장사’로 바빠

두산그룹(회장 박용현)이 수입차 사업 철수를 발표함에 따라 수입차 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그 배경에 일제히 주목하고 있다. 두산의 사업 철수는 또 다른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동안 오너 일가의 중소업종 진출과 관련, 정부는 베이커리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낮은 중소업종에 대해서만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두산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자동차 사업 철수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선 “두산이 너무 앞서 나가 정치권 눈치를 본 것은 무엇인가를 감추려 하는 의도가 숨어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두산그룹은 자회사 DFMS의 수입차 딜러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DFMS는 옛 두산모터스를 합병해 혼다를 비롯해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병행수입해 판매해왔다. 두산家 3세인 박용곤 명예회장과 4세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이 지분을 소유한 상태다.

두산그룹 측은 “수입차 사업 철수는 향후 인프라지원사업(ISB) 확대 등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그룹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 1952년 OB맥주 등 소비재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2001년부터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며 산업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에서는 “국내 혼다 판매량이 반토막나는 등 두산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익이 악화됐던 것”에서부터 “실상은 재벌家 자녀들의 사업 확장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정계 눈치 보기’가 가장 컸던 것”, “마침 사회적 분위기까지 맞물린 차에 사업을 정리하고 생색까지 낸 두산의 셈이 빠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두산의 수입차 사랑은 갈지자(之)?

실제로 두산은 수입차 사업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다. 앞서 SK네트웍스(사장 이창규)가 지난해 6월 수입차 관련 사업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하면서 DFMS를 일부 지역의 재규어·랜드로버 신규 딜러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다. 이전까지 DFMS는 혼다자동차만을 수입했지만 보다 안정적인 수익 추구를 위해 재규어·랜드로버까지 브랜드를 확대한 것이다.

당시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러한 두산의 행보에 대해 “SK네트웍스가 내놓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딜러 사업권에 쟁쟁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몰렸는데 이를 제친 두산의 수입차 사업 의지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8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이때, 두산은 수입차 사업 전면 철수를 발표하며 업계에 충격을 던졌고 이에 대한 배신감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사측 입장으로 표명한 ISB 확대, 겉으로 드러난 수익 악화, 속에 숨겨진 정계 눈치까지 더해져 ‘두산의 굴욕’이라는 지적까지 일 정도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혼다의 국내 경쟁력 약화와 인지도 저하로 인해 딜러인 두산의 수입도 급감했을 것”이라며 “이에 두산은 다른 대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사업 철수 입장을 밝혀 정계의 눈도장과 수익 포트폴리오 정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얻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딸은 빵장사, 아들은 차장사’와 같이 핵심은 오너 일가가 대규모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손쉬운 판매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라며 “두산 역시 실상은 오너 일가의 이익을 챙기다가 슬그머니 혼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수입차 업체 관련 조사는 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토요타 등으로 두산은 이에 해당되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대기업의 중소업종 침해를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는 물론 눈도장을 찍으려고 너무 앞서 나가는 두산 역시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ISB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며 수익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정계 눈치 보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GS그룹·효성그룹·코오롱그룹 등 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주요 수입차 딜러 회사들 역시 두산의 행보와 공정위 조사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GS는 렉서스 딜러인 센트럴모터스로 허창수 GS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인 허준홍씨, 허완구 승산 회장의 딸 허인영씨 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효성은 메르세데스 벤츠 딜러인 더클래스효성·토요타 딜러인 효성토요타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3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코오롱은 BMW 딜러인 코오롱 B&S(옛 코오롱글로텍)로 이웅렬 코오롱 회장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건설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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