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 햄버거 결혼식과 억대 호화판 결혼식
맥도널드 햄버거 결혼식과 억대 호화판 결혼식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2-02-27 10:52
  • 승인 2012.02.27 10:52
  • 호수 929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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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인권위원회는 올 해부터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들에 대한 반부패 청염도 평가 요목에 경조(慶弔)사 항목을 신설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조사와 관련해 공공기관 고위직 종사자들이 호화판 자녀 결혼식을 올리면서 고액의 축의금을 받아 부정부패 고리로 이용된다고 했다. 정부는 호화판 경조사를 억제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면 “가산점을 많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중앙 부처의 고위 공직자는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결혼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친것 같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조사 문화가 크게 빗나갔다는데서 정부의 규제는 필요하다. 경조사에서도 1% 대 99%의 빈부격차 설음은 복바치고 본래의 미풍양속을 해치며 부정부패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서 그렇다.

1년여 전 서울의 한 특급 호텔에서는 차관보급 고위공무원 출신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하객이 무려 2000여 명이나 몰려들었다. 하객들 중에는 부조리의 고리로 묶여 두툼한 돈 봉투를 들고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의금이 아니라 뇌물이다.

사치스러운 결혼식 비용에는 하객 500~700명을 기준으로 건 당 5000만~억대는 족이 든다고 한다. 꽃 값 2500만 원, 1인당 식비 20만 원, 와인 한 병 10만원, 웨딩케이크 100만 원, 기념 초 30만 원, 등 식장이 온통 돈으로 도배된 느낌이다. 갑자기 돈 벌어 주체할 줄 모르는 졸부(猝夫)들만의 추한 돈 자랑 행진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일부 떼돈 번 연예인이나 스포츠맨 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른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세를 누렸다고 해도 교회나 호텔 또는 전문 결혼식장에서 50여 명 내외의 친척과 친지들만 초대, 조용히 마친다.

홍콩에서는 맥도널드 햄버거 식당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한다. 미국 ‘뉴욕 타임스’의 국제판 신문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011년 2월28일자가 그 같은 스토리를 소개했다. 작년 12월 맥도널드 햄버거 점포는 결혼식장으로 대여하기 시작했다. 홍콩에 맥도널드 햄버거 지점이 1975년 입점한지 36년만의 일이다.

홍콩 당국은 2006년 법을 고쳐, 교회나 시청 외의 다른 장소에서도 결혼식을 올리도록 했다. 그 후 쇼핑몰, 보트, 수중 결혼도 한다. 맥도널드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하객 50명 기준으로 140만 원 정도 든다. 하객들에게는 빅맥 햄버거와 콜라 등 비알콜 음료를 대접한다.

우리나라도 결혼식 문화의 거품을 뺄 때가 됐다. 신성하고 거룩해야 할 백년가약의 혼례식을 부조리 고리로 동여 묶거나 돈 자랑 잔치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홍콩에서 처럼 맥도널드 햄버거 집에서 빅맥으로 하객을 대접하면서도 진심으로 두 젊은이의 미래를 축복해주면 충분하다.

장례식장에 가도 1%대 99%의 빈부격차는 선명히 드러난다.

장례식은 특급호텔에서 하지 않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른다는 데서 가진 자나 못가진 자나 표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장례식장에 들어가면 거기에도 엄청난 격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떤 상가에는 조화가 하나도 없는가 하면, 이웃 상가에는 수십 개 또는 수백 개가 줄줄이 쌓여 남의 상가까지 침해한다. 조화들 중에는 공공기관에서 보낸 것들도 많다.

국민인권위원회는 호화 결혼식만 억제할게 아니라 호화 조화도 규제해야 한다. 죽어서도  1% 대 99%의 싸늘한 차별을 받고 저 세상으로 떠나지 않도록 하며 건전한 장례문화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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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webmaster@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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