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김연아 내세운 동서식품 신제품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김연아 내세운 동서식품 신제품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 입력 2012-02-24 09:30
  • 승인 2012.02.24 09:30
  • 호수 929
  • 4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길은 끌지만 제 살 갉아먹는 집안싸움(Cannibalization)은 어떻게 하나

▲ 동서식품 '맥심 화이트골드' 광고 캡쳐
동서식품은 최근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워 ‘맥심 화이트골드’ TV광고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동사는 이 광고에 앞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아의 커피'라는 티저(teaser)광고를 통해 본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 바가 있다. 이번 본 광고는 “연아의 커피가 궁금하다"라는 탤런트 고현정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고서들이 빼곡 찬 서재의 창가로 스며든 햇살과 함께 김연아가 커피를 마시며 “전 우유를 넣어도 향이 깊은 커피가 좋아요. 그게 커피 아닌가요?"라며 맛을 음미한다. 이어 “우유를 넣어도 향이 깊은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믹스"라는 고현정의 목소리로 제품 특징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동서식품의 이번 광고는 균형이론을 활용한 광고라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대체로 인지(認知)상의 균형을 이루려는 강한 심리적 속성이 있다는 것은 사회심리학자 하이더(Fritz Heider)의 균형이론(balance theory)에서 설명된다. 광고에선 사람들로 하여금 특히 신제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도록 설득하기 위해 많이 활용된다. 이것은 세 가지 기호인 P-O-X 관계를 형성한다. 소비자(P)는 특정 연예인(O)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기 마련인데 그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켜 특정 상품(X)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표시하도록 한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인지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득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모델의 선정과 그 상품에 대한 모델의 개입 정도다. 이런 광고에선 모델의 역할이 오로지 설득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델 선정에서 우선할 점은 모델이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고 호감을 얻고 있으며 상품에 적합한 이미지를 지녀야 한다. 모델 개입도와 관련해선 소비자에게 소구하고자 하는 상품에 대해 모델이 출연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매우 좋아 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있어야 하고, 그 의사표시는 상품의 속성을 설명하는 내용보다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동서식품의 광고도 그 조건들을 잘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높다.

▲ 남양유업과 동서식품이 '커피믹스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등장한 남양유업의 공격적 광고 캡쳐
첫째, 이 광고의 모델은 김연아인데 그녀는 연예인 이상의 국민적 인기스타이다. 더욱이 커피가 주로 성인을 상대로 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첫 시작 멘트인 “연아의 커피가 궁금하다”고 한 것과 관련 이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성년의 나이가 된 그녀를 모델로 선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둘째, 상품에 대한 모델의 평가가 매우 분명하다. 그녀는 “전 우유를 넣어도 향이 깊은 커피가 좋아요. 그게 커피 아닌가요?"라고 반어법으로 강조하여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모델이 상품에 대한 뚝 부르진 의사표시인 것이다. 셋째, 상품에 대한 모델의 개입이 높다. 모델의 연기가 자발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넷째, 모델의 메시지가 보다 강조되고 있고 상품의 속성을 설명하는 메시지인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는 나중에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이 광고는 또 다른 기법인 동일시(identify)라는 기제를 병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모델의 메시지에 동조하여 모델과 한편이라는 소속감을 느껴 심리적 만족을 얻게 하려는 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또한 이 광고는 우유와 커피를 섞으면 어정쩡한 커피 맛이 될 것 같지만 ‘우유를 넣어도 향이 깊은’ 커피라는 강한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의 관점을 바꿔놓게 하려는 ‘관점가변(觀點可變)’기법도 병행하고 있어 그 설득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 광고의 문제점은 시작과 마무리 메시지의 고현정의 등장이다. 그녀는 커피믹스와 경쟁관계인 원두커피 ‘맥심 아라비카 100’의 모델이었으며 이 광고에서 ‘아라비카 커피만을 마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연아의 커피가 궁금하다”면서 “우유를 넣어도 향이 깊은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믹스"라는 메시지를 읊조리는 것이 어찌된 일인가.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effect : 자기잠식효과)은 원래 식인종이 자신의 종족을 잡아먹는다는 의미로 기업에선 자사의 새로운 제품이 기존 제품과 직접적인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것을 뜻한다. 이 회사의 경우도 신제품 커피믹스가 기존제품 원두커피와의 경쟁으로 인해 판매가 줄어들 수 있는 자기잠식 소지가 있다. 더욱이 그동안 원두커피를 주장하던 고현정이 이번 광고에서 커피믹스를 부러워하듯 속삭인다. 원두커피를 포기한 듯이 비춰질 수 있어 기존제품의 위상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마케팅 전략의 적지 않은 오류인 것이다.

또한 유사 신제품의 출시는 동종제품끼리의 자기잠식효과도 동반한다. 커피믹스 시장은 5년 연평균 성장률이 6.1%였던 것이 원두커피로 급성장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시장의 영향으로 지난해엔 1.4%에 불과했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장에서 동종 제품끼리의 이전투구는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을 겨냥하여 카제인나트륨 공격을 하는 등 노이즈마케팅으로 커피믹스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긴 했다. 그렇다고 시장점유율 격차가 아주 큰 강자인 1위 업체가 2위 업체를 따라 하는 ‘미투(Me Too)전략’으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남양은 ‘커피에 우유를 넣는 남양의 신기술을 동서가 따라하고 있다’는 대응광고를 하고 있다. 소비자의 시선에 강자의 횡포로 비춰진다면 이것도 경계할 일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광고라도 제 살을 갉아 먹고 약체 업체의 시비꺼리가 되는 마케팅으로 역효과를 낸다면 스스로 부메랑을 자초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