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적은 뒷전…씨티그룹 눈치 보기 급급한 하 은행장
- 신입행원 72%가 사표내는 씨티은행?…미래 불투명
한국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그룹 고액배당 논란에 휘말린 이후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설과 신입행원 퇴사 의혹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 은행장의 4번에 걸친 연임으로 정체된 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이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회장은 지난 7일 방한해 “전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 상태에서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는 작금의 경제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고객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지난 2010년 5만8000명이라는 대규모 감원을 감행해 눈길을 끌었다. 당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올해도 45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해 씨티그룹의 재정 현황을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팬디트 회장은 “이머징 국가는 다르다. 무역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머징 마켓은 여러모로 금융 환경이 좋고 사업 기회도 풍부하다”면서 “미국 본사에서 진행중인 변화는 한국이 타깃이 아니며 한국 시장에서 씨티그룹의 비즈니스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씨티은행을 안심시켰다.
이러한 팬디트 회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씨티은행 임직원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씨티그룹이 씨티은행에 올해 연간 비용을 전년대비 6000만 달러(한화 약 670억 원) 축소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지난 2010년 관리비용은 8310억 원으로 씨티그룹의 지시대로 이행한다면 비용은 8%가 감소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아시아 지역의 계열사까지 긴축재정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씨티은행이 하 행장의 양적성장론을 접고 본사의 ‘미션’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혼자만 동중정(動中靜)?
현재 하 은행장이 이끄는 씨티은행은 그룹 고액배당, 사회공헌 최저, 고졸채용 무(無) 등 끊임없는 지적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는 물론 노조 반발 및 여론 악화라는 3고(苦)를 겪고 있다.
동시에 씨티은행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 감원설 및 신규 지점 개설 중단, 기존 지점 축소 계획 등이 흘러나와 금융권에서 씨티은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씨티은행 내부의 한 임직원은 “지난해 못다 한 명예퇴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면서 “다행히 노조 덕분에 일단 정지된 상태지만 언제 또 움직임이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5000명의 임직원 중 2%인 100명을 감원하려다가 노조와 여론의 반대로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하 은행장은 지난 2004년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당시 “현재 시장점유율(M/S) 7%를 수년 내에 10%까지 끌어올려 메이저 은행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2010년 M/S는 4%대로 주저앉아 퇴보했다. 자산 역시 2004년은 52조 원대, 지난해 58조 원대로 불과 6조 원 증가에 그쳤으며, 점포수는 인수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220개로 정체 상태다.
급기야는 씨티은행 신입행원의 72%가 사표를 내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입행한 50명 가운데 재직 중인 행원이 14명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퇴사한 A씨는 “외국계라는 환상에 젖어 들어왔는데 국내 토종 은행보다 모든 면에서 오히려 뒤처지고 있어 실망했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금융권 내 은행들은 저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며 성장하고 있는데 씨티은행은 홀로 멈춰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씨티은행에서도 움직이는 것이 크게 있다. 바로 배당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씨티그룹에 1229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결정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 중에서도 씨티은행의 모기업 배당은 실로 엄청나다”면서 “하 행장은 한미은행장 출신이면서도 씨티그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12년째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씨티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고 신입행원은 정확한 재직 인원수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라며 “고액배당은 최근 지주 배당 후 그룹 배당으로 절차가 바뀌면서 배당금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