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컨설팅, 선거 전략에서 이미지까지
미국에서 시작된 정치 컨설팅 바람이 우리나라까지 상륙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치 컨설팅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대권 후보만 정치 컨설팅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상당수가 정치 컨설팅의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컨설팅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내로라하는 컨설팅업체들을 만났다. 수많은 경쟁 속에서 한 업체를 선정, 그곳에 컨설팅을 맡겨 당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10%p이상 뒤지던 한 후보가 컨설팅 업체의 조언으로 당선됐다는 말도 들려온다.
총선이 50여 일 남아 있는 가운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들만 1928명(중앙선관위, 18일 기준)에 이른다. 이들 대다수가 정치 초년생들로 컨설팅 업체는 이들에게 구세주나 다름없다. 선거 준비부터 선거전략, 유권자 분석, 여론조사, 인쇄, 홍보, 연설, 현수막, 유세차량, 이미지 등 선거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여한다. 여기에 정치컨설팅 업체는 해당 분야에 특화된 협력사들과 제휴한다. 심지어 후보에게 정책, 이미지, 연설 등에 관한 분야별 책임자를 투입한다는 게 컨설팅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렇듯 선거를 총괄하는 종합컨설팅은 비용도 제각각이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준에 맞춘다. 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업계에선 ‘풀옵션’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1억~1억 2천만 원, 기초단체장 8천만 원~1억 원, 광역단체장 5~8억 원, 기초의원 1천500~2천만 원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분적인 컨설팅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거의 원가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금액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더 많다”며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1명만 잡더라도 수억 원 이상은 번다”고 전했다. 이어 “한마디로 ‘한철장사’”라며 “선거가 없는 시기에 컨설팅업체가 살아남기에는 힘이 들고, 그만큼 일이 없지만 선거철만 되면 일이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법정제한 비용을 넘는 경우가 허다해 비용을 축소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중 장부’를 만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로 신고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빈틈을 노려 법정선거비용을 받기 위해 비용을 확대 신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한 컨설팅 관계자의 전언이다. 컨설팅업체와 후보자가 단합해 이득을 챙긴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 A후보는 500만 원대의 서비스를 형식적으로 받는 대신 컨설팅 업체와 ‘암묵적 거래’를 맺어 선거보존 비용을 확대해 나눠먹었다는 후문이다.
여론조사기관도 ‘호황’
정치컨설팅업체만큼 종합적인 서비스는 아니더라도 연계산업도 호황을 누린다. 여론조사 기관이 대표적이다.
특히 각 당의 상향식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에겐 더더욱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길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굴지의 여론조사 기관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 방식과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다”며 “ 표본 수 1000명을 대상으로 RDD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600만원 안팎, KT등재 방식은 2~300만원 안팎, 전화면접은 1000만 원 정도”라면서 “여론조사 비용은 1회 당 최소 3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선거명함, 인쇄소, 광고 등을 지원하는 업체들도 선거특수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와 여론조사 기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을 도입한 것은 종전 총선 때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후보자의 일별 트위터 사용 빈도를 집계하는 게 시작이다.
여기에 리트윗 수, 팔로워들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인물인지 등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지도’ 내지는 ‘영향력’을 나름의 방식으로 수치화한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관계자는 “SNS 분석은 아직 ‘추정’하는 수준”이라면서 “현재 3~4개 기관이 SNS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번 총선이 SNS와 실제 여론의 상관관계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30곳 이상 성업 중
현재 여의도에서 영업을 하는 정치컨설팅업체는 약 30곳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컨설팅 업체는 MIN(대표 박성민)과 P&C(대표 황인상), 연우커뮤니케이션(대표 김승용), 인뱅크코리아(대표 이재술) 등이다. 신생 업체들도 선거 컨설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엠넷(대표 이응석)과 조원씨앤아이(대표 김대진), GO기획(대표 고재구) 등이 대표적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