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도십곡병은 미산(米山) 허형(許瀅, 1862∼1938)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허형은 아버지인 소치 허유(허련), 아들인 남농 허건과 함께 운림산방(雲林山房) 3대라 불리는 화가로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일가 중의 한 명이다. 운림산방의 문을 연 아버지 허유는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도 유명하다.
뻗어있는 가지들과 함께 소나무 한그루가 그려져있는 이 노송도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담백한 작품이다.
박 의장도 지난달 세계한민족차세대 리더대회 참석차 예방한 이들에게 "애국가에도 나오는 우리 민족의 기상을 드러내는 소나무"라고 소개한 뒤 "역경 속에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말 것"을 당부했다.
이 그림은 박 의장이 직접 선택, 의장실로 들여온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그는 취임 이후 접견실과 집무실 등에 걸 작품들을 고려한 뒤 이 노송도를 접견실에 걸 그림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구입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집무실 등에 두는 그림을 직접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가격이 비싼 만큼 최근에는 임대 방식으로 들여오는 게 보통이다.
노송도 역시 8000만원정도 되는 고가의 작품이어서 의장실 측은 구입가격의 6.8%를 연 임대료로 적용, 내년 8월까지 500만원 가량을 내고 임대해 들여왔다.
그러나 작품이 마음에 들면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어 노송도가 박 의장의 재임기간 동안 계속 접견실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노송도에는 그림을 선택한 박 의장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박 의장이 한국적인 그림을 좋아해 산수화 쪽으로 선정한 것으로 안다"며 "20점 가량의 작품 중에서 노송도를 포함해 3점을 골라 들여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나무가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회를 대표하는 수장이 손님을 맞을 때 배경으로 삼는 그림인 만큼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정규 기자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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