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공감… “노 대통령과 끝장본다”
동병상련 공감… “노 대통령과 끝장본다”
  • 홍성철 
  • 입력 2005-12-13 09:00
  • 승인 2005.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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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정상명 검찰총장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박 대표는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 시절 발생했던 각종 의문사건들이 조작됐거나 박 전대통령이 개입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또다시 과거사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정 총장은 검찰총수로 취임하자마자 ‘검찰권 축소’라는 절체절명의 암초에 부딪쳤다. 두 사람 모두 여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대망론을 품고 있는 박 대표나 검찰 최대 위기에 직면한 정 총장이나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동병상련 입장에 처한 두 사람이 위기돌파 차원에서 전략적 빅딜을 물밑 추진하고 있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의 전방위 압박에 공동대응하면서 상호 실리를 모색하자는 게 빅딜설의 골자다. 박 대표와 정 총장의 위기는 여권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범여권 세력의 전방위 압박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과거사위의 발표와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두 사람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압박 공통분모

국정원 과거사위는 7일 박정희 정권 당시 발생한 인민혁명당(인혁당) 및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은 최고 권력자인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개입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또 이들 사건은 당시 독재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고문 등의 방법으로 민주인사를 탄압한 공안사건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여기에 DJ(김대중 전대통령) 납치 사건을 지시한 사람도 박 전대통령이나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과거사위의 조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또 박 전대통령의 치부는 친딸이자 정치적 수혜자인 박근혜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떠 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과거청산 후폭풍이 박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이다. 정 총장 역시 여권의 압박을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최대 현안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경찰의 손을 들어주는 입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총장 입장에서는 야권도 아닌 믿었던 여당에 배신을 당한 꼴이 됐다. 잘 알려진대로 정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동기(사시 17회)로 국회 인사청문회때 ‘코드인사’ 논란이 거세게 제기됐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 총장이 검찰수장에 정식 취임하자 정치권 주변에서는 청와대와 검찰간에 신밀월관계가 형성됐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당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꼴이 됐다.

박-정 대노 전면전 불사

이처럼 여권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게되자 박 대표와 정 총장은 대노(大怒)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여권을 상대로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특히 검찰권 축소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 정 총장과 검찰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정 총장은 7일 취임후 처음 가진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검경 수사권과 관련해 “경찰과 대등ㆍ협력관계란 있을 수 없으며 정치권의 정략적 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 수뇌부와 일선 검사들도 크게 동요하며 정면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여권 고위인사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정치사건들을 원칙대로 수사해 검찰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구속된 거물브로커 윤상림 사건을 비롯해 안기부 X파일, 오포비리 등 대형사건들을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법의 잣대로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들 대형 사건들에는 차기 대권주자를 포함해 전현직 정치 거물들이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들과 관련해 거물급 인사들의 연루 여부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 추이를 조율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표도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대여 전면전을 선언했다. 7일 밤 열린우리당이 재경위 소위에서 종합부동산세 법안을 전격 강행처리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

북한인권 국제대회, 탈북 국군포로 한만택씨 북송사건, 과거청산 문제 등 일련의 여권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지지율 하락 등 수세에 몰린 여권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각종 개혁정책을 강도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밀리면 정국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혁당 사건 등과 관련해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한 국정원 과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박 대표를 자극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이른바 ‘박근혜 죽이기’ 플랜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대여 투쟁이라는 승부수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적 빅딜 의기투합

박 대표와 정 총장이 여권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한 만큼 두 사람이 대여 공동대응에 물밑 교감하고 있을 것이란 이른바 빅딜설도 나돌고 있다. 여당에 배신당한 검찰 입장에서는 이제 한나라당에 기댈 수밖에 없다. 여당 내부에서도 아직 조정안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작금의 여권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에 의지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정 총장이 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현정부와 검찰이 코드가 맞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느나 지금까지의 검찰 성향은 한나라당에 가깝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검사 출신 의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정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들은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물론 검사 출신 의원들과 법사위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검찰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과거사 망령에 시달리고 있는 박 대표 입장에서도 검찰을 끌어안고 가는게 자신은 물론 한나라당에도 유리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정부와 검찰이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실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권을 꿈꾸고 있는 박 대표가 검찰을 등에 업는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정 총장과 검찰이 내민 구원의 손길을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뿌리칠 수 없는 정황들이다. 정 총장도 노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 보다도 검찰조직을 대표하는 총수로서 명예와 자존심을 지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박 대표와 정 총장이 위기극복을 위해 전략적 빅딜을 모색할지, 또 두 사람의 물밑 의기투합이 향후 정국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말 파행정국의 또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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