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맥주대전의 향배는?
제2차 맥주대전의 향배는?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2-14 10:49
  • 승인 2012.02.14 10:49
  • 호수 928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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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림 오비맥주 사장 vs 이남수 하이트진로 대표

하이트, “영업망 통합으로 반전”…오비, “경쟁력 강화에 힘 쏟을 것”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도 관건…입장 다른 양사, 긴장의 강도도 달라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오비맥주(사장 이호림)와 하이트진로(대표이사 이남수)의 맥주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15년 만에 하이트진로를 누르고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는 서자 브랜드였던 ‘카스’의 역할이 컸다. 오랜 전통의 ‘OB’ 브랜드를 버리고 ‘카스’에 ‘올인’한 승부수가 적중했던 것이다. 반면 정상에서 끌어내려진 하이트진로는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경영진에 대한 비난 여론도 일부 일었다. 와신상담으로 재탈환을 노리고 있지만 근래는 맥주 시장이 비수기인 탓에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곧 성수기 마케팅 전쟁에 돌입해야 하지만 아직은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런던올림픽으로 인해 맥주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하이트진로 ‘침통’

이남수 하이트진로 대표
15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내준 하이트진로의 회사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침통’이다.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다가 자리를 내준 직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연일 계속됐던 ‘뒤집힌 순위’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회사 분위기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이트진로는 조선맥주 시절 철옹성 같던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의 ‘OB’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렀던 과거 설움이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1993년 임직원의 각고의 노력 끝에 출시한 ‘하이트’로 잠시 빛을 봤다. ‘지하 150M 천연암반수로 만든 맥주’로 소비자에게 각인된 ‘하이트’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고, 지난 1996년 마침내 하이트진로는 43%의 시장점유율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1위에 오른 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또 다시 OB에게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2007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결국 1위 자리까지 내주고 말았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맥주 시장 점유율(수출 포함)에서 오비맥주는 50.22%를 차지했고, 하이트진로는 49.78%에 그쳤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와의 합병으로 통합된 영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지수라는 게 동종업계의 분석이다. 하이트맥주는 지난 2006년 3조 원을 들여 소주업계 최강자 진로를 인수했고, 지난해 9월 합병했다. 진로가 수도권에서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하이트는 영·호남 지역에서 우세였던 만큼 두 회사의 영업력이 통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서울·부산 지역에서 통합영업을 시범 실시 중인 하이트진로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면서 효과를 말하기는 힘든 시점이지만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덤덤’

하이트진로를 따돌리고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오비맥주는 지난해 실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은 데다 통합과정에서 영업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측면에 따른 반사이익라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올해도 경쟁사와 상관없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오비맥주의 입장에서 여유로움도 느껴진다.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

하이트가 등장하기 이전의 동양맥주는 70%대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던 업계 최강자였다. 하지만 ‘하이트’의 등장으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소주업계의 진로도 ‘카스’ 브랜드로 맥주시장에 뛰어들면서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 2000년 31%까지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오비맥주는 2001년 카스맥주를 합병하면서 반전에 나선다. 특히 2007년 이후 ‘카스’에 올인한 것이 성공적이었다.

‘카스’는 각종 선호도 조사에서 최고의 맥주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메가브랜드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오비맥주는 지난 2007년 ‘카스 레드’ 출시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카스 레몬’, 2009년에는 ‘카스2X’를 잇따라 선보였다. 특히 2010년 출시한 저칼로리 맥주 ‘카스 라이트’는 소비자의 웰빙 및 다이어트 심리를 꿰뚫으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OB’ 브랜드도 부활시켰다.

이러한 오비맥주의 성공에는 외국계 사모펀드에 회사가 인수된 뒤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는 지난 2009년 5월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KKR은 오비맥주의 몸값을 키우기 위해 마케팅 총력전을 펼쳤고, 최근 그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의 전망은 앞으로도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각종 선호도 조사에서 꾸준히 하이트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20~30대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카스’와 정통맥주 ‘OB 골든라거’를 양대 축으로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가격 인상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2월 가격인상을 발표했다가 3일 만에 철회한 전력이 있다. 최근 수입맥주를 비롯한 각종 수입상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만큼 외국계 사모펀드가 소유주인 오비맥주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오비맥주 관계자는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롯데 진출이 최대 변수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모두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양사의 입장 차이 때문에 하이트진로의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롯데는 지난달 18일 충북 충주시와 맥주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롯데가 KKR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장 건설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가 롯데의 품에 안기는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롯데는 마트·백화점 등 소매점은 물론 대규모 유통망까지 갖추고 있다”며 “만약 오비맥주를 인수한다면 당장 부담스러운 경쟁사가 돼 큰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KKR은 장기투자 차원에서 오비맥주를 인수했으며 당분간 매각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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