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입김에 자유 얻은 산은, 숟가락 얹은 기은
강만수 입김에 자유 얻은 산은, 숟가락 얹은 기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2-14 10:21
  • 승인 2012.02.14 10:21
  • 호수 928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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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은행 공공기관 해제


- 시민단체 “공공기관 지정 해지는 명백한 법률 위반” 주장
- MB 최측근 강 회장에 대한 불신 높아…정·재계 ‘예의주시’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DB산은금융그룹·KDB산업은행(회장 겸 은행장 강만수)과 IBK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는 지난달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산은금융·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2012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기재부 측은 해당 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분명히 밝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과 시민단체들은 뜨겁게 달아올라 반발하고 있다. 강만수 회장의 입김으로 인해 일명 “‘패키지’로 이뤄졌다”는 공공기관 해제 논란에 대해 짚어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표 강철규 외)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산은금융과 산업은행이 정부소유지분 100%인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련법에 근거하지 않은 채 이들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한 것은 위법적 결정이며 명백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소유지분 50% 이상인 기관들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돼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해제는 정부소유지분 매각이 이뤄지면서 충족요건이 갖추어질 때 가능하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산은금융·산업은행 지분은 100% 전량이며, 기업은행 지분은 65.1%(우선주 포함)로 모두 50% 이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소유지분의 매각 없이 이들 기관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형평성 논란은 물론 특혜 시비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 ‘무소불위’의 권력

무엇보다도 이명박 대통령(MB)의 최측근인 강만수 회장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17일 산은 경영전략회의에서 “내 자리를 걸고서라도 (공공기관에서) 해제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2주가 지난 뒤 기재부가 산업은행 등의 공공기관 해제를 발표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의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타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지분을 매각하면 공공기관에서 자연스럽게 해방되는 것을 민영화 전 기업공개(IPO)에 대비해 미리 해제해줬다”면서 “분명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함은 물론 지분가치 상승 후 매각해 차익을 남기려는 정부의 뻔한 의도가 결합됐다”고 날을 세웠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타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6~7년 동안 그렇게 원하던 공공기관 해제를 산업은행은 강 회장이 취임한 지 10개월 반, 공언한 지 2주 만에 해냈다”면서 “만약 기업은행이 덤으로 얹혀 있지 않았다면 산은금융과 산업은행은 더 큰 논란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같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해제되지 못한 한국거래소(이사장 김봉수·이하 KRX)의 불만이 터져 나올 법 하다. 김종수 KRX 노동조합위원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역시 나름의 논리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힘의 차이’에 대해 한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산은·기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측은 하나같이 “이번 공공기관 해제로 인해 인사·예산·경영의 자율권을 확보했지만 방만 경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국책은행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양행의 경영 버릇이 민영화가 된다고 고쳐지겠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의 안일한 민영화 준비와 방만한 경영 행태는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 [일요서울 제918호 - 강만수 회장, HSBC 11개 지점 인수로 메가뱅크? “어느 세월에…”]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감사원(원장 양건)은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의 안일한 민영화 준비와 방만한 경영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6%로 5개 시중은행 평균인 2.4%에 비해 훨씬 낮고, 예대율은 425%로 타 시중은행의 105~120%에 비해 4배가량 높아 민영화 이후에도 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은 정부지원을 제외할 경우 현행 ‘A1’ 등급이 아닌 지방은행보다도 낮은 ‘D’ 등급에 불과해 향후 민영화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한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인 금호생명의 주식을 고가로 인수해 최대 2589억 원의 손실이 우려되는 등 주식인수 업무 등을 부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타 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매각, 상장폐지 위기 기업 여신승인 후 손실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기업은행 역시 국정감사 등으로 끊임없이 곤혹을 치렀다. 본지 [일요서울 제911호 - 기업은행, 국책은행 간판으로 편법경영 ‘구설수’]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의 지난해 10월 은행권의 ‘꺾기' 등 불완전판매 현황 조사 결과 기업은행은 300여건의 위규를 행해 적발됐다.

타 국책은행보다 지나친 기업은행의 골프회원권 매입도 지적됐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업은행이 보유 중인 골프회원권의 장부가 액수는 139억9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에도 골프회원권과 관련해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군 기업은행은 2002년 이후 골프장, 콘도, 스포츠센터 등 각종 회원권을 집중 매입해 2008년까지 총 278구좌에 233억2000만 원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는 입장에서 동등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더라도 산은법은 물론 금융지주법 및 은행법도 적용받아 경영공시 중이며, 감사원이나 국회 국정감사 등으로부터 관리 및 감독 장치가 철저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 역시 아직 중소기업은행법 등 특별법에 의해 예산 심사나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 기존과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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