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잡아라” 사정기관 총력설 전모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MB 정권 공격의 최선봉을 자처하고 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그의 대정부 투사적 면모가 확연히 드러났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 여당을 코너에 몰아넣고 잇는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관련 대통령 영부인 연루 의혹이나 청와대 행정관의 정관계 인사 사찰 의혹 등 굵직굵직한 폭로 배후에 박 원내대표가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다년간 청와대에 몸을 담고 있었고 문화부 장관에 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 등 화려한 경력에 언변 그리고 정보수집 능력까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 측은 이런 이야기를 일소에 부치고 있지만 대정부 공격 최선봉을 자처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박 원내대표는 가시 같은 존재다. 검찰 역시 박 원내대표가 정부 예산중 ‘법무부 및 검찰 예산 삭감’을 공언하면서 강한 압박을 가해오자 박 원내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권일각에서 ‘금명간 박 원내대표를 손 볼 것’이라는 악성 루머도 여의도에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0년 5월에 민주당 원대대표로 임명된 이후 정치권 및 언론의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그의 화려한 경력이 눈에 띈다. 14대, 18대 국회의원으로 선수는 재선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으로 인해 관록 있는 정치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2007년 12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당선자 대변인,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한때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지만 끝내 무죄 판결이 났고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주목받은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런 박 원내대표의 이력은 곧 고급 정보 수집능력과 뛰어난 언변, 그리고 원만한 대언론관계까지 갖추면서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정보수집능력은 올해 초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의 폭로로 알려졌다. 세종시 수정안을 앞두고 “청와대가 몇 몇 친박 의원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홍 의원의 폭로 자료는 박 원내대표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건넸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홍 의원의 폭로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친박 의원 폭로 배후 ‘박지원’ 지목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관련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 연루 의혹 제기와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의 청와대 행정관의 정관계 인사 사찰 의혹 역시 박 원내대표가 자료를 제공했다는 말이 민주당내에서 돌고 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의혹에 대해서 “자료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보았다”며 “그렇지만 조절을 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동료 의원들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나서서 고급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월 18일 야5당 원내대표 회담 모두 발언에서 박 원내대표는 “민간인 사찰, ‘대포폰 게이트’의 중심 인물인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려고 하는 공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야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의 핵심 인물로 지목당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증인채택을 당하자 외국으로 나갔다가 최근 귀국했다.
박 원내대표의 시진핑 발언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0월중순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면담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청와대 및 집권 여당으로부터 ‘벌 떼처럼’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벌 떼처럼 달려들어 쏴도 죽지 않을 것”, “(청와대가) 할 일을 하고 야당 대표를 길들일 생각을 해야지, 그렇다고 박지원이 길들여질 사람도 아니고 민주당이 그렇게 허술한 당이 아니다”고 맞섰다.
박 원내대표의 거침없는 언행은 청와대 및 집권 여당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명박 정권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정부부처내 내부 정보가 야당 원내 대표 수중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레임덕 징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 일각에서 ‘박지원 견제론’, ‘응징론’ 등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시작은 검찰발로 시작됐다. 박 원내대표가 청목회 사건을 계기로 검찰 및 법무부의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공언이 나온 직후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공식적으로 총대는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멨다.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 11월15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민주당 박지원, 우윤근 의원에게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며 “두 의원에게 각각 1만달러씩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폭로했다. 또한 이 전 중수부장은 “수사 초기에 그 진술이 나왔고 액수가 적어 수사를 미뤄왔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진술을 했다는 건 팩트(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즉각 “근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맞섰다.
C&.태광그룹·한화 수사 종착점 ‘박지원’?
서부지검에서 조사하는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역시 박 원내대표를 겨냥한 수사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한화측이 박 원내대표에게 로비를 벌였고 그 댓가로 수십억원이 건네졌다는 게 요지다. 이와 관련 지난 11월 9일에는 경제개혁연대라는 한 시민단체가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 매각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대한생명 관련 의혹들을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중인 C& 그룹(임병석 회장) 수사 역시 박 원내대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호남 출신의 임 회장이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 당시 정권 내 실세였던 박 원내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서울 서부지검에서 진행하는 케이블 티브로이드를 소유하고 있는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역시 박 원내대표가 DJ 정권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다는 점에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 무기중계상 김영완씨가 재차 거론되고 있다. 과거 대북송금사건의 주역인 김씨의 행방을 검찰이 재차 알아보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현대그룹이 북측에 넘기기 위해 마련한 돈 중 일부를 세탁해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대북송금 특검 때 해외로 도피해 특검을 반쪽짜리로 만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수행한 박 원내대표와 김씨의 해외 접촉설에 나오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현대그룹으로부터 비자금 150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2006년 5월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할 당시 검찰은 재일영사관을 통해 김씨를 조사,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진술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내부에선 김씨가 국내에 들어와 출두를 했다면 박 원내대표의 ‘무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바야흐로 민주당과 검찰, 그리고 레임덕을 차단하기위한 청와대간 본격적인 파워 대결에 돌입한 셈이다. 생과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박지원 원내 대표, 그리고 ‘밀리면 죽는다’는 검찰과 청와대. 본격적인 기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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