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KT 티저광고, 타사 고객을 ‘성질 급한 사람’으로 내몰지만 자기 속 까발리는 초조함도 고스란히 드러나
[김재열의 광고비평] KT 티저광고, 타사 고객을 ‘성질 급한 사람’으로 내몰지만 자기 속 까발리는 초조함도 고스란히 드러나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2-14 09:35
  • 승인 2012.02.14 09:35
  • 호수 928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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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성질 급한 한국사람' 티저광고의 '사탕키스'편 장면 캡쳐
KT는 최근 티저광고 형식의 ‘성질 급한 한국사람’ TV광고 3편을 내보고 있다. 광고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위트와 재치로 그려내고 있다. 먼저 ‘사탕키스'편은 드라마 ‘아이리스' 주인공의 키스신'을 패러디해 보여준다. 키스를 통해 사탕을 건네주는 로맨틱한 순간에 성질 급한 이 여성은 그냥 오도독 하며 사탕을 씹어 먹어 버린다. 또한 ‘커피자판기'편은 커피가 나오는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종이컵을 빼려다 손을 데는 장면을 담았으며 ‘프린터'편은 출력되는 문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잡아당기다 종이가 찢어지는 ‘성질 급한 한국인’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티저(teaser)는 ‘놀려대는 사람’ 또는 ‘짓궂게 괴롭히다’라는 뜻이다. 광고에서는 처음부터 회사 이름이나 제품명을 밝히지 않고 소비자의 약을 올리듯이 약간의 단서만 제시하여 은근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서서히 드러내거나 어느 시점에서 한 순간에 그 속살을 다 보여주는 광고 기법이다.

 

이 기법은 국내외의 성공과 실패 사례가 많지만 최초의 티저광고로 일컫는 담배 ‘Camel’의 광고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광고는 신문 광고 면에 아무 것도 없는 백지를 보여주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작된다. 다음 날엔 광고 면 왼쪽 하단 모서리에 조그만 점 하나만 드러낸다. 그 다음 날부터는 점이 오른쪽으로 옮겨가며 커지고 점이 점점 커지는 광고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1주일이나 계속되다가 마지막 날엔 그 점이 한 마리의 낙타로 변한다. 그 다음 주에는 알파벳 C·A·M·E·L 순으로 하루에 한 자씩 실렸고 마지막 날 ‘CAMEL is Coming’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마침내 셋째 마지막 주엔 사막에 서 있는 낙타와 오른쪽 하단의 Camel이라는 글씨의 선명한 담배를 선보인다. 당시 이 일련의 광고캠페인은 사람들의 눈길을 계속 붙들어 매면서 거듭되는 호기심의 유발로 일대 선풍을 일으켰다. Camel 담배 판매는 결국 당시의 미국 시장 절반에 가까운 46%를 석권한다.

 

KT의 이번 티저 광고도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등 호기심으로 눈길을 끌고 있어 그 기법에선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 KT '성질 급한 한국사람' 티저광고 중 '자판기'(좌)와 '프린터'편 장면 캡쳐
이 광고는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LTE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왜 ‘성질 급한 한국사람'인지는 설명하지 않아 티저광고의 기법대로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추론해보면 경쟁사 LG U+와 SK텔레콤의 LTE 서비스가 조금 앞서 갈 뿐 아직 최상의 것이 아니니 이 보다 훨씬 더 만족할 수 있는 KT LTE 서비스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급한 성질 탓에 제대로 알지도 않고 지금 이것저것 아무 LTE 서비스를 선택하여 나중에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말라는 뜻인 듯하다.

 

알려진 바로는 KT는 차세대 기지국 시스템인 클라우딩커뮤니케이션센터(CCC)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활용하면 장비의 부피와 무게를 줄여 여러 위치의 지점에 설치가 가능한 효율적 무선 통신망을 구축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타사가 앞섰다고 자랑하는 LTE의 초기 불안정성과 제한된 커버리지 등을 능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광고는 비록 KT가 다소 뒤늦은 LTE 서비스를 하지만 곧 CCC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교우위의 LTE 서비스에 나설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만약 이러한 예측이 사실이라면 다음번에 내놓을 시리즈 광고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왜 한국 사람들이 성질이 급한지에 대한 그 해답인 것이다. 그래서 후속 광고가 더욱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광고가 나왔을 때 이미 경쟁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몽땅 ‘성질 급한 사람’들로 매도되어 도매금으로 묶였던 사실을 알게 돼 눈살을 찌푸리게 되면 그 후유증은 적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더 훌륭해진 KT 서비스로 갈아타길 바란다면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KT의 CCC 기술 관련 실체가 언제쯤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려진 게 없을 뿐 아니라 그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광고는 지루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첫 인상의 분위기를 구체적인 자기 알리기로 적절히 전환하는 것도 티저광고의 중요한 포인트다. 만약 KT가 준비한 서비스가 제 때에 선보이지 못 할 경우 지금의 광고는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KT의 초조함이 지금의 광고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경쟁사들은 이미 LTE 서비스를 시작해 상당수 가입자를 확보했기 때문에 KT로서는 급박한 심정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광고에서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의 속성은 비록 나중에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당장 사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으면 서비스 회사를 좀체 바꾸기 힘들다. KT가 이런 난관마저 뚫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KT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번 광고가 KT의 속마음만 다 까발린 결과로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이 걱정만큼은 감출 수가 없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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