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 수난사
국회의원 보좌관 수난사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11-22 14:41
  • 승인 2010.11.22 14:41
  • 호수 86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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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때문에 나만 괴로워”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보좌관이 짐을 나르고 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이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해당 의원 보좌관과 여비서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루된 국회의원이 4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아 후유증이 심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진들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거나 체포당하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청목회 관련된 의원의 보좌관들 대다수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그림자’로 묘사되는 국회 보좌관들의 애환을 알아봤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관들은 업무상 대부분 ‘갑’이다. 국회 입법기관인 ‘영감님’(국회의원 부르는 별칭)을 모시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로 인해 소위 대접받는 자리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갑’이 있다. 바로 모시는 국회의원, 지역민 등을 만날 때면 오래간만에 ‘을’이 된다. 특히 영감님과 보좌관의 관계는 상하주종의 관계가 명확하다. 영감님의 눈 밖에 날 경우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도 ‘해고’를 당할 정도로 소위 ‘파리 목숨’이다.

한나라당 P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영감님의 지역구 관리에 여념이 없다. 같은 당 S 의원실의 보좌관들은 영감이 퇴근하는 9시까지 책상을 지켜야 해 여유시간이 없다. 이런 보좌관들의 스트레스가 근래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바로 청목회 사건 때문이다.

여야 해당 의원들만 40여 명에 달하고 후원금 특성상 회계담당 여비서와 보좌관들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원보다는 보좌관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갑’ 보좌관…
후원금 조사로 ‘을’ 신세

지난 10월 17일에는 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관련 민주당 최규식 의원과 강기정 의원실의 전현직 보좌관과 여비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의 보좌관의 경우 자발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원 회관을 벗어나 퇴근하던 중이거나 식사 중에 검찰에 의해 강제 구인을 당한 셈이다. 이미 관련된 여야 의원 38명 중 대다수의 국회의원 보좌관과 회계 담당자들은 검찰에 의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상황이다.

후원금은 정치자금으로 국회의원 의정활동비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회보좌관들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로 인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돈’을 다룬다는 점에서 믿을 수 있는 친인척, 지인들을 회계담당자로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사건이 불거질 경우 ‘독박(혼자 죄를 뒤집어쓰는 것)’을 쓰는 것은 보좌관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자발적이건 강제적이건 보좌관들이 영감님을 대신해 검찰 조사를 받고 때론 감옥까지 가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청목회 사건이나 농협 불법 후원금 사건의 경우 국회의원이 직접 챙길 수 없다는 점에서 보좌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법으로 판명날 경우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유지하기위해서라도 보좌관들이 ‘독박’을 쓰고 감옥에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영감님 대신해 감옥까지…
풀죽은 보좌관

최근 최철국 의원의 임모 보좌관의 경우 2005년 12월부터 2008년 12월 사이 진주지역의 한 소방시설 제조업체 대표 김모씨로부터 한국전력에 소방설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38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인의 계좌로 돈을 받은 것은 문제가 되지만 받은 돈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게 아니라 의정활동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보좌관 특성상 영감님을 위해 썼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 실형을 받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 역시 2009년 12월초에 검찰에 체포됐다.

이미 현 의원은 1심,2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 이유는 김모씨가 수천만 원의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고 의원과는 무관하다는 진술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여의도에선 “100~ 200만 원도 아니고 수천만 원을 어떻게 의원 모르게 보좌관이 착복할 수가 있느냐”며 “보좌관이 영감님을 대신해 독박 쓴 것”이라는 관측이 폭넓게 퍼졌다.

‘여대상 성희롱’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강용석 의원 보좌관들 역시 ‘보좌관’이라는 업무특성상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사건은 영감님이 벌여놨지만 이후 국정감사를 비롯한 의정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재판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원회관 사무실 문까지 걸어 잠그고 있는 강 의원실을 두고 한나라당 보좌관들은 “의원님은 그렇다고 치고 보좌관들이 무슨 죄냐”고 눈총을 보내고 있다.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들뿐만 아니라 다른 보좌관들 역시 연말이 되면 피곤하다. 매년 여야가 정부 예산을 둘러싼 극한 대결로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이면 방패막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말이 무서워”…
여야 대치 땐 몸싸움 동원

또한 2010년이 선거가 있던 해로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액이 3억 원으로 평년에 비해 두배다. 연말을 맞이해 후원금을 받아야하는 보좌관들이지만 청목회, 농협 불법 후원금, 산재의료원 파문 등으로 인해 한도액을 채우지 못해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 K 의원실, 또 다른 K 의원실의 보좌관은 업무 스트레스로 한창 나이인 40대에 과로사를 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삶과는 달리 보좌관들의 삶이 고달퍼지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검찰, 한전 자회사 정치 후원금 조사 ‘솔솔’

한전 자회사 N사 국회 후원금 조사설

검찰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법정치후원금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동부지검에서 한전 계열사 N 회사에 대한 불법 후원금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돌아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N사의 경우 지식경제부 산하단체로 합법적으로 국회의원 후원금을 관행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선 한전 본사도 아니고 6개나 되는 자회사 가운데 왜 하필 N사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N사의 경우 과거 한명숙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임명과 관련 구설수에 올라 서울 중앙지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검찰이 조직적으로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며 “남부, 서부, 북부, 중앙지검에 이어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동부지검까지 내세워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N사가 과거 한 전 총리의 공기업 사장 임명과 관련 금품 수수 의혹이 일었던 회사로 당시 검찰이 ‘별건’으로 갖고 있다가 이제 와서 터트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청목회 수사는 서울북부지검, 농협 불법 후원금은 의정부지검, 산재의료원 노조 후원금 로비 등 불법 후원금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벌이고 잇다.

이미 의정부지검은 지난 10월 15일 농협 조합장 일부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김성수 의원(한나라당)에게 불법 후원금을 기부한 의혹과 관련해 의정부와 양주, 동두천 지역의 농협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농협중앙회 지부 2곳과 단위농협 10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김 의원의 후원금 계좌와 농협간부·직원들의 입출금 명세가 담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차명계좌를 확인 중이며 조만간 농협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도 산재의료원 노조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산재의료원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고발한 이 사건은 노조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정치인 7명에게 1억5000여만 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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