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여·야 의원들…
잠 못드는 여·야 의원들…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11-16 10:08
  • 승인 2010.11.16 10:08
  • 호수 86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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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버티면 강제구인”
지난 8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대포폰게이트와 전국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 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청목회 입법로비 파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사무실과 회계담당자 자택 등 5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정치권은 지금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검찰이 현직 국회의원 11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정치권은 “국회를 말살하려는 의도”라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선상에 오른 의원들의 소환시기를 G20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인 이달 중순 쯤으로 저울질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타 상임위 피감기관 후원회 등을 상대로 내사를 벌이며 ‘제2의 청목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을 따라가 봤다.

지난 5일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김태철 부장검사)는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5000만 원을 받은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서울 강북구 후원회 사무실, 2000만 원 이상을 받은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등 1000만 원 이상 고액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의원들의 지역구 후원회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무실에서 후원금 명세가 적힌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일,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후원금의 대가성 여부를 가리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압수수색이 집행된 의원은 한나라당 이인기·권경석·조진형 신지호·유정현 의원, 민주당 최규식·최인기·강기정·조경태·유선호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11명이다. 최규식 의원에 대해선 후원회 사무실을 포함해 후원회 사무국장 집, 의원회관 사무실, 비서 집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앞선 지난달 28일 회원들에게서 8억여 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청목회 회장 최모(56)씨와 사무국장 양모씨 등 3명을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사전에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원금의 성격이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입증되면 뇌물수수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수사방향은 정치자금법위반에서 뇌물 혐의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의원들 ‘대가성’ 인식 정황 속속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청경 후원금 사건 경위 요약’이라는 해명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 따르면 권 의원은 지난해 11월 12일과 18일 이틀간 청원경찰들의 배우자 등 100명의 명의로 각 10만 원씩 후원금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권 의원은 회계 직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즉시 반환하라고 지시했다.

권 의원은 후원금 반환 이유로 “부인 명의로 후원하더라도 이는 신분 위장이며, 특히 현재 청원경찰 관련 법률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라 대가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이는 권 의원이 당시 청목회로부터 건네받은 후원금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고 대가성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박 의원의 지시와는 달리 이 돈은 최근까지 반환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앞서 세무사 42명에게서 420만 원을 받은 뒤 12일 만에 돌려준 사실과 비교된다.

권 의원 측은 지난달 말 청목회 간부가 구속되자 의원실 사무국장이 다시 확인해 돌려줬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굳어졌다. 정치자금법상 불법자금을 받았을 경우 30일 이내에 돌려주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도 해명을 했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최 의원은 지난해 7월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청원경찰이 후원금을 납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해 ‘정치자금법상 제한규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자신이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입법과정에 있다는 사실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선관위 측은 “이해관계에 대해 밝히지 않아 일반적인 후원금에 대한 답변을 한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최근 청목회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목회’라고 쓰인 후원금 기부자 관리 명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10만 원 등 소액으로 입금된 후원금은 이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던 정치권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다. 이 장부는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수사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소환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당초 검찰은 G20 정상회의가 끝난 다음 주 초로 정했으나 증거 보강작업을 거쳐 이달 중순 이후로 다소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나라당이 소환조사에 협조한다는 방침을 밝힌 반면 민주당은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대상 의원 소환 시기는?

앞서 민주당은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당론과 소환에 불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소환을 거부하는 의원실 회계담당자 중 혐의가 분명한 일부 관계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정치권의 반발을 고려해 일단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실제 출석 여부는 개별 의원의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각 의원실에 조사 협조 여부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0일부터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실 회계담당자 이모씨와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실 지역사무국장 홍모씨를 각각 소환하는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때 확보한 후원자 명단과 후원회 계좌를 토대로 청목회가 후원금을 건넸을 당시 의원들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수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민주당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도부의 ‘소환불응’ 방침에도 당내에선 ‘떳떳하게 수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의원 5명이 신상발언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강기정 조경태 최인기 의원 등 3명은 “떳떳하게 나가서 소환조사를 받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수사 불응 언제까지 버티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검찰 소환에 자칫 잘못 응했다가는 청목회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도 야당 의원들이 줄줄이 엮여 들어가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당론에 따라 달라”고 이들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뿐만 아니라 C&그룹 특혜 의혹 수사 등 또 다른 게이트형 사건에도 야당 의원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에 검찰에 기선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지도부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에도 당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추후 당론이 아니라 의원들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내 여론뿐만 아니라 국민들 눈도 있는데 언제까지 버티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소환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실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민주당에서 끝까지 거부하면 되려 역풍까지 맞을 수 있어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수사협조를 타진하는 한편, 끝까지 소환에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8일 “국민은 검찰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의연하게 대처하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제2의 청목회’ 터지나?

검찰의 사정칼날로 정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조만간 ‘제2의 청목회’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국회 일부 상임위 2곳의 피감기관 후원회에 ‘후원이 어떻게 진행돼 왔냐’고 추궁하는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당 상임위 소속 일부 의원실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문마저 돌면서 그동안 해당 상임위 의원실로 들어왔던 후원금도 뚝 끊겼다고 한다.

한나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의 내사 소문이 돌아서인지는 몰라도 피감기관 후원회로부터 온 후원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검찰인지 발신지가 확실치는 않지만 피감기관 후원회에 ‘그동안 후원이 어떻게 진행돼 왔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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