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목회 농협 정치후원금
검찰, 청목회 농협 정치후원금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11-16 09:55
  • 승인 2010.11.16 09:55
  • 호수 86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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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명 전현직 ‘벌벌’
여의도 검찰 반격 카드 준비 중 “검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나”
지난 10일 청목회 입법로비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에 앞서 이규남 법무부장관이 정부관계자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야 전현직 의원 46명 실명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니 수사 태풍의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의 반격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수처 설치보다는 ‘상설특검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건 상설 특검제 도입이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럽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하면 이귀남 법무부장관이나 김준규 검찰 총장의 낙마시키는 것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들인 입법부와 사법부가 자존심을 걸고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검찰이다. 검찰은 ‘입법 로비 의혹’ 사건으로 알려진 청목회 수사를 진행하며 11명의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한때는 국회 의원회관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정치권이 초긴장했다. 이어 검찰은 농협 불법 후원금 조사까지 추가하면서 정치권을 향한 사정 정국을 본격화했다. 특히 10만 원 소액 후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인해 11월 12월 연말을 맞이해 후원금을 집중 모집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입구가 막히면서 장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지방선거가 있던 올해는 평년의 두배인 3억 원까지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청목회 사건에 농협 불법 후원금까지 검찰이 손을 대면서 유관 협회나 각종 이익단체 들은 연말 후원금을 약속해놓고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연말에 후원을 하기로 한 단체들이 모두 ‘두고 보자’는 태도로 바뀌었다”며 “후원한도금(3억 원)을 다 채우지 못했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언제 한도금을 다 채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목회 냉풍, 여의도 맞대응 생존 전쟁 치열

국회에선 법인 후원이나 후원회 개최 등을 없앤 대신 10만 원의 소액 다수로 후원금 제도를 정착시키는 마당에 검찰이 선관위에 신고한 금액까지 수사를 벌인다며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우리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후원계좌 배너까지 삭제했다”며 “영감이 검찰의 후원금 조사가 시작되자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으로 집권 여당보다 후원금 모집이 더 힘든 게 정치 현실이다. 민주당 한 상임위원장실은 후원금이 전혀 입금되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방 역시 연말에 후원금을 바짝 걷으려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후원금을 모집하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돈줄만 메마른게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로비를 통해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외부로 들어나면서 도덕성마저 메마른 집단으로 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국회의원 고유 권한인 입법 기능을 정치 후원금을 모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판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국회 가자고 말하기가 창피해서 택시를 타면 국회 앞 건물에서 내려 의원회관으로 들어온다”며 “국회 가자고 했다가 택시운전기사로부터 된통 혼났다”고 사연을 전했다.

또 다른 여당 비서관 역시 “택시를 타면 국회가자고 하는 대신 여의도로 일단 가자고 한다”며 “여의도에 들어오면 그때 가서 국회로 가자고 하면 짧게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욕을 덜 먹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회가 망신살이 퍼지면서 생긴 신 풍속도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선 ‘임명직이 선출직을 너무 무시한다’며 검찰의 권한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스폰서 검사’, ‘떡검사’ 파문으로 검찰 개혁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스폰서 검사 사건 이후 정치 일정으로 인해 여야가 강하게 논의했던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나 상설 특검 도입 논의가 유야무야됐다. 또한 대검 중수부 폐지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권한을 축소시키는 논의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피의사실 공표 정도만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고 검찰의 권력 분산은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었다.


“임명직이 선출직을 이렇게까지…” 여의도 분노

그나마 검찰이 자정노력 차원에서 검찰 권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기소독점권을 완화하는 기소배심제도를 시행하기로 자체 결의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기위해선 형사소송법 전반을 개정하고 사법부와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행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청목회 사건’은 검찰의 개혁에 대한 여야간 합의가 전광석화처럼 이뤄질 전망이다. 일단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 11월 10일 공수처 설치 법안을 발의해 불을 놓았다. 검찰의 주요 권한 중 일부를 빼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별도 기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곧 공수처를 통해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에 대한 수사권이 공수처로 넘어가기 때문에 검찰은 고위층 수사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공산이 높다. 그동안 검찰이 ‘스폰서 검사’, ‘떡검’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이를 반대한 배경이다.

집권 여당 역시 검찰 압박 수위는 만만치 않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면서도 ‘상설특검제’ 도입을 들고 나왔다. 나 의원은 지난 11월 11일 한 라디오 방송사에 출연해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는 점에서 옥상옥이 될 수 있고 독립적인 수사권이 왜곡될 수 있다”며 “상설특검제를 도입에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여야가 공수처 설치나 상설 특검제 도입에 지지부진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본격 추진할 태세다. 2009년말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발의했지만 유야무야된 개정안으로 경찰을 수사 주체로 명문화 하고, 검경이 수사 과정에서 협력하도록 규정하는 등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도록 돼 있다.

한편 11월 셋째주부터 국회는 정부에 대한 예산결산심의를 각 상임위별로 진행시키고 있다. 검찰의 예산을 동결하거나 삭감을 통해서 검찰의 운신의 폭을 좁히려는 양동작전을 구사할 전망이다. 이미 국회는 지난해 예산안 심사에서 검찰의 특수 활동비와 법무부의 예산 중 중복 논란이 있는 항목을 삭감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활동비는 499억 원에서 532억 원으로 늘려 ‘눈감고 아웅식 삭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 그래도 현행법 주장도

하지만 내년 법무부 및 검찰 예산 책정에선 특수활동비를 포함해, 수사 활동비, 중복 예산을 가려내 대폭 삭감시켜야 한다는 엄포성 발언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의원 수십명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건은 청와대 하명 사건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청와대와 국회간 제로섬 싸움에 검찰이 낀 형국으로 향후 역풍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번에 논란이 된 소액 후원 제도 즉 ‘오세훈법’에 대한 찬반 논쟁마저 일고 있다. 10만 원 소액 후원이 단체로 대납되고 대가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오세훈 법’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소속 한 국회의원은 “지금처럼 법인이 후원을 할 수 없게 만든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법인이 300만 원까지 후원할 있도록 하고 개인이 1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한도를 100만 원으로 줄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걷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중앙선관위가 모집해 299명 국회의원에게 나눠주든지 아니면 아예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던지 하라”며 “현 소액제도가 그나마 제일 깨끗한 후원 제도”라고 반대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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