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화장해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받은 혐의(살인 등)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살인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산고등법원 형사2부(황적화 부장판사)는 8일 살인, 사체은닉,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 모(41·여)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살인죄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은 들지만 공소사실에 구체적인 범행방법이 적시돼 있지 않고 사망원인이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타살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인 김 모(26·여) 씨가 심장질환을 앓은 전력은 없지만 과체중 상태였고 잦은 음주로 인해 간 지방 수치가 일반인의 2배에 달했던 점, 우울증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던 점 등에 비춰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돌연사 또는 자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무고한 1명을 억울하게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정신과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사형을 최고형으로 하는 살인죄를 불명확한 증거에 의해 유죄인정할 수 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
손 씨는 2010년 5월부터 24억 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6월 중순 대구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김 씨를 부산으로 데려왔다. 그는 다음 날 확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받으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판결에 대해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혀 ‘시신 없는 살인’은 대법원에서 법적공방을 가려질 전망이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