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MB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여권의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과 함께 측근 비리 의혹으로 인해 사퇴를 함에 따라 그동안 숨죽여 있던 언론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C 노조의 경우 김재철 사장 퇴진과 함께 그가 임명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을 가결한 상태며, KBS의 경우도 보도본부장과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가결을 통해 공정보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거기에 YTN 노조도 회사 측에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으로까지 번지며 이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던 족쇄를 풀어내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보고 들을 것이 없다”며 언론을 외면한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언론의 몸부림에 박수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MB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언론 중 맨 앞에는 MBC가 있다.
MBC 노조 기자회는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진행해 117명 중 108명이 찬성해 찬성률 92.3%로 퇴진을 결의했다. 영상기자회 또한 37명 중 36명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퇴진에 찬성했다.
이런 움직임에 MBC 측은 박성호 기자회장을 뉴스에서 하차시키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과 함께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선전포고를 했고, 결국 지난달 30일 오전 6시부터 전면 총파업을 시작했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는 ‘석고대죄 드립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MB정권의 언론탄압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굴했습니다. MBC의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못하고 저들의 품안에서 놀아난 2년을 가슴 깊이 성찰합니다”라며 시청자와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어 노조는 “이런 정권의 방송 MBC가 현 체제로 총선, 대선 방송을 이어간다면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방송인으로 남아 생을 연명하는 것이기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섭니다”라고 총파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정권의 선전도구가 아닌 국민의 여론장으로 반드시 돌려놓을 것을 천명”한다고 밝혀 그동안 진실을 외면했던 모습을 벗어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MBC 노조는 500여 명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에 따라 방송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MBC 노조와 관련된 기사와 게시글에는 많은 댓글이 게재되며 지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KBS 양대 노조, “더 이상 못 참겠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을 가결하자 KBS 양대 노조의 고대영 보도본부장과 박갑진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불신임률이 나타났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KBS 노조는 김인규 사장을 상대로 두 본부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김 사장 체제 전반에 대한 투쟁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김 사장은 재빨리 고대영 보도본부장 자리에 이화섭 부산방송총국장을 임명하며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려 했으나 또 다시 큰 반발에 부딪쳤다.
KBS 양대 노조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고대영 본부장과 함께 지난 4년 동안 KBS의 뉴스와 보도 프로그램을 권력과 자본에 오염시키는 데 앞장서 온 이화섭 현 부산방송총국장이 차기 보도본부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혹시라도 후임으로 이화섭 총국장이 온다면 이는 고대영 본부장을 유임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노동조합과 KBS 구성원들을 능멸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김 사장의 인사는 현 정부의 ‘회전문 인사’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KBS 또한 공정보도를 놓고 노조 측과 회사 측 사이의 극한 대립의 도화선은 이미 놓인 상태다.
2008년 촛불 정국 상기해야
지난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문제로 전국이 들끓었을 때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두 개로 나뉘었다.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여기에는 MBC도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KBS를 포함한 보수인론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면서도 차가운 시선으로 대했다.
MBC는 <PD수첩>을 통해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짚어나갔지만 KBS는 이와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당시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MBC의 취재에 대해서는 협조를 잘해준 반면 KBS 기자가 곁에 오기만 해도 “저리 가라”고 고함을 지르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KBS 카메라기자들 중 일부는 회사 로고를 테이프로 가리기도 했으며, KBS 로고가 새겨져 있는 옷은 가급적 입지 않았을 정도였다.
몇몇은 취재 중에도 “방송생활하면서 이렇게 창피한 적은 처음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KBS가 국민들에게 멀어질 것 같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광우병 소고기 문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KBS 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공영방송을 지켜달라”고 호소하자 이에 대해 시민들은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 KBS 지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장악 전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KBS는 국민들의 눈과 귀에서 점점 멀어지고 말았다. 물론 현재의 MBC도 당시와 같은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제대로 된 공정한 보도를 원하고 있지만 그런 욕구를 MBC·KBS 모두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치적 의도라는 비판도 있어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올해, 국민들은 언론이 공정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판단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 초기와 달리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고,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는 더욱 큰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MBC·KBS의 집단행동도 결국 정세가 야당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어 미리부터 야당에 줄서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종편의 진출로 방송사 간 경쟁이 더욱 첨예화된 상황에서 이번 정권은 끝났다고 판단한 언론들이 미리부터 야당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는 것도 정론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MBC·KBS 노조 측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되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방송을 하는 것이지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이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중요한 사실조차도 정부에 불리하다면 보도하지 못하는 현재의 보도행태를 근절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해 언론으로서의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종편, 어부지리 얻나
MBC와 KBS 노조의 공정보도 요구, YTN 노조의 사장 고소 등으로 언론계는 한바탕 폭풍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은 곳은 SBS와 지난해 말 새롭게 출발한 종편뿐이다.
만약 KBS 노조마저 파업을 진행할 경우 볼거리가 줄어든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종편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개국 이후 ‘0%대 시청률’이라는 수모를 겪고 있는 종편에게 있어서 현재 상황은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보수적인 색채를 띤 종편들은 현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자칫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정보도를 쟁취하려다 오히려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종편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가망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조만간 방송될 TV조선의 <한반도>와 방영 일정이 불투명해지기는 했지만 채널A의 <인간 박정희>의 경우 정치색은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기초는 보수적이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사퇴로 위원장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MB정부는 자신들과 운명을 끝까지 함께할 인물을 찾기 위해 다각도의 검토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몇몇 인물의 하마평까지 나돌고 있다.
이는 곧 제 목소를 내며 안간힘을 쏟고 있는 언론사에 다시 한 번 재갈을 물려야만 하는 현 정부의 위기 상황과 맞물린다.
MBC·KBS로 촉발된 공정보도의 염원과 이를 최대한 막고자 하는 정부의 갈등은 70일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