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현대자동차 작년 꼴찌였던 美 ‘수퍼볼’ TV 광고 평가
[김재열의 광고비평] 현대자동차 작년 꼴찌였던 美 ‘수퍼볼’ TV 광고 평가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2-08 09:16
  • 승인 2012.02.08 09:16
  • 호수 927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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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35억 ‘통 큰 배팅’ ROI 효과 궁금해진다

▲ 성량과 소리 높낮이가 다른 개 11마리가 짖는 소리는 소음처럼 들리지만 몇 초 후엔 놀라운 장관이 연출되는데 개 짖는 소리가 화음이 돼 하나의 노래로 완성된다.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베이더 테마곡 ‘imperial march(임페리얼 마치)’다. <2012년 수퍼볼 폭스바겐 광고 캡쳐>
현대자동차가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46회 프로풋볼(NFL : National Football League)) 결승전 ‘슈퍼볼(Super Bowl)’ 광고 효과에 큰 기대를 하는 듯하다. 수퍼볼 중계는 미국 내 시청자 수만 4천만 명이 넘고 전 세계 200여 개 국에서 1억 명 이상이 시청을 하는 만큼 광고 단가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올해 30초 광고비는 약 40억 원으로 초당 광고비가 무려 1억3333만 원이다. 현대차는 경기 생중계 시작 직전 두 차례 60초 광고를, 그리고 제 1, 4쿼터 때 30초짜리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가 2008년 슈퍼볼 광고를 한 이후 60초짜리 광고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3분 동안 광고비로 무려 235억 원을 썼다. ROI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 증대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투자효율성(Return On Investment)을 얼마나 거두게 될 지가 궁금한 것이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슈퍼볼 광고를 하려는 이유는 광고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미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꼽힌다. 슈퍼볼을 통한 마케팅효과를 살펴보면 먼저 슈퍼볼에 광고를 한다는 그 자체가 신뢰(Credibility)감을 준다.

 

둘째, 슈퍼볼 결승전은 수많은 경쟁을 통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팀 간의 승패를 가리는 경기로 이를 1억 이상의 사람이 동시에 시청한다는 확실성(Authenticity)이 존재한다.

 

셋째, 스포츠의 빅 스타가 출전하는 경기의 광고에 대한 수용도(Acceptability)는 높을 수밖에 없다.

 

넷째, 이처럼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과 빅 모델 및 슈퍼스타가 등장하는 스포츠행사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동시에 접근토록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섯 째, 슈퍼볼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자사의 브랜드가 다루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 슈퍼볼 광고시간을 3분이나 샀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큰 화제가 된다. 광고 내용 자체도 얘기 거리가 된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슈퍼볼 광고를 퍼 나르고 본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정도로 슈퍼볼 광고는 입소문을 많이 타기도 한다.

 

여섯 째, 슈퍼볼 광고는 현지 주요 매체들의 주요 기사거리다. 어느 기업이 광고를 몇 차례 하고 어떤 주제로 광고를 했는지를 자세하게 보도한다. 지난 해 현대차 슈퍼볼 광고 기사를 보더라도 방송 39건, 신문 27건, 인터넷 매체 75건 등 총 141건에 달했다. 이밖에 포브스닷컴과 USA투데이 등은 각 사별 광고를 점수화 해 어느 기업의 광고가 우수했는지를 평가한다.

 

현대차가 5년째 슈퍼볼 광고를 하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작년 슈퍼볼 광고에서 미국 언론들과 시청자들에게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 USA투데이는 지난해 방영된 광고 61개 중 기아차는 39위, 현대차는 최하위의 평가를 내렸다.

 

▲ <2011년 수퍼볼 폭스바겐 광고 캡쳐>

 

또한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는 자동차 회사 광고로는 폭스바겐의 승리였다고 보도했다. 슈퍼볼 광고 이후 이 회사의 세단 파사트(Passat)의 관심도가 70%나 높아졌다. 이 광고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Darth Vader)로 분장한 어린 소년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광고 속 아이는 ‘초능력’을 이용해 물건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좌절한 소년은 아버지 차의 시동 걸기를 시도하고 이를 성공시키지만 이면에는 아들을 배려한 아버지의 ‘리모컨’ 작동이라는 따뜻함이 숨어 있었다.

 

현대차는 작년에 신형 엘란트라로 ‘생각 없는 소비자'를 형상화 한 광고를 내보냈다. 양(羊)이 타사 차종들을 운전하는 모습과 함께 “소비자들이 생각 없이 사주기 때문에 업체들이 지루한 차를 계속 만드는 건 아닐까?”라는 비교 광고였다. 이 광고는 특종 차종을 말하지 않지만 마치 다른 브랜드의 차는 모두 ‘재미없는 차'인 것처럼 비판을 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의 중요한 기준은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광고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를 도울 수 있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타사 제품을 깎아내린다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더욱이 빅 스포츠 축제에서 ‘나만 잘 났다’는 식의 이 같은 비교 광고는 시청자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미국인은 평상시 TV광고를 외면하기 일쑤지만 수퍼볼 경기 때는 ‘얼마나 잘 만들었나?', ‘얼마나 재미있나'하며 즐겁게 광고를 본다. 그러니 각 기업은 이 금쪽같은 광고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광고 만들기에 몰두하게 된다. 광고를 대충 만들거나 기업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알리는 자기중심적 메시지로는 수퍼볼 광고에서 효과를 볼 수 없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수퍼볼에선 자동차 광고가 부쩍 늘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침체에 빠졌던 자동차 시장이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앞 다퉈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광고의 역할은 시장점유율 증감 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ROI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시 되지만 235억 원이라는 광고비를 배팅할 때는 그만큼 광고의 내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자랑한다. 광고 한 편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기업다운 전략적 접근과 선택은 중요하다.

 

올해의 현대차 수퍼볼 광고에선 작년의 실패까지도 몽땅 덜어내는 성공 스토리가 들려오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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