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추진위가 움직인다
경찰노조추진위가 움직인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11-16 09:45
  • 승인 2010.11.16 09:45
  • 호수 864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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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과중, 차별 대우…경찰 노조 꿈틀
지난 10월 27일 ‘경찰 처우개선을 위한 전문가 초청 정책토론회’장에 유인물이 뿌려졌다. ‘경찰노조추진위에서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에서 “현장 경찰의 생명과 인권을 담보로 잘못된 파출소 부활과 3부제 환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MB 정권과 조현오 청장에 대해 강력한 견제력을 만들자”고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 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는 ‘경찰 노조는 불법으로 형사처벌 사안’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이어 전국경찰노동조합이 탄생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노조추진위(이하 추진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은 지난 9월 11일이다. 추진위는 경기 안산상록서에 근무했던 박윤근 전 경사가 위원장으로 나서 일선 경찰들의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박 전 경사는 2009년 조현오 현 경찰청장의 성과주의를 비판하다 파면당해 복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추진위가 출범한 후 같은 달 28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경찰 화합과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하로 “경찰 공무원의 노조 가입 금지”와 “이를 어길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하지만 추진위 측에선 지난 11월 12일 G20이 개최되는 시기에 서울주재 각국 대사관에 전보를 보냈다. 이 전문에는 “OECD국가는 물론 전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허용하는 경찰노조가 우리나라에서는 그 자체가 불법으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노조허용을 위한 법개정 내지 공론화와 같은 활동마저도 형사처벌하겠다는 정부방침이 나왔다”며 “그야말로 G20 의장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경찰 4만명 과로. ‘처우개선’해야

이를 보낸 한국자치경찰연구소의 문성호 박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MB 정권이 추진하는 파출소 부활과 3부제 환원은 일선 경찰 4만 명의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다”며 “경찰서가 기본이 돼야지 일제시대 수탈과 감시의 상징인 파출소를 부활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최근엔 일선 경찰 여경사가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여경이 사이버청에 근무조선이 열악하다고 글을 올렸다 파면당해는데 이 사건 역시 열악한 근무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그는 일선 경찰들이 일부에서는 과로사에 몰리고 고문 수사를 강요당하는 현실, 그리고 항명시 집단 해고로 이어지는 등 악조건을 타파하기위해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7일 경찰 처우개선 토론회에 따르면 지난 2003∼2007년 5년간 범인의 공격으로 인한 부상을 입은 공상 경찰관은 1405명으로 이 중 6명은 순직했고, 같은 기간 불법 집회 시위로 부상한 경찰관은 260명이었다. 또한 공상 경찰관의 수도 매년 늘어 2005년 1187명(순직 경찰관 22명), 2006년 1399명(17명), 2007년 1413명(15명), 2008년 1440명(17명), 지난해 1574명(13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체 경찰공무원 9만6427명 중 72.5%인 6만9913명이 야간 및 공휴일 구분없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대학 출신들의 각종 특혜 역시 노조 설립의 한 배경이 됐다.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는 추진위 측은 경찰대학 유지를 위해 청문감사관 경정 자리 300여개, 지구대장 경감 자리 1천여 개가 새로 생겼고 불요불급한 지방청과 경찰서가 신설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경찰은 경찰대 출신을 위해 2011년 경위 1025명을 경감으로 승진시키고 경위에서 경감 승진시 특진 비율을 현행 5%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해 추진위 측에선 “조 청장과 경찰을 장악한 경대생들이 객관적으로 공정힌 시험승진비중을 줄이고 대신 부패와 특혜의 온상인 특진 비율을 늘이는 모순된 행태에 환멸감을 느낀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대 출신 특혜도 계기돼

현재 경찰 노조는 경찰개혁시민연대, 경찰발전협의회, 대한민국 무궁화클럽 등이 주축이 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5개시도 조직 책임자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로 노출될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구성원은 전현직 하위직 경찰공무원으로 순경출신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경찰간부후보생, 경찰대, 고시출신들은 고위직으로 노조 참여가 어렵지만 경위까지는 노조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문 박사는 ‘촛불시위’로 정권 초기 어려움을 겪은 이명박 정권이 경찰노조가 합법화되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희망은 남아 있다고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박사는 “노조나 시위에 강경한 MB 정권과 조현오식 실적주의가 오히려 경찰 노조를 만드는 데 역설적으로 토대를 마련한 힘이 됐다”며 “MB 정권에서 합법화되는 것은 사실상 힘들고 역대 공무원노조를 보면 1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5년 안에 적은 희생으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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