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 여론 도마 위에 올라 개혁 칼질 당하나
정치검찰, 여론 도마 위에 올라 개혁 칼질 당하나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2-07 10:49
  • 승인 2012.02.07 10:49
  • 호수 927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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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 국민 분노 갈수록 부추긴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인기에서 보듯 국민들은 검찰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동안 뜸했던 ‘정치검찰’, ‘권력바라기’ 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검찰의 무리수를 보며 국민들은 검찰 스스로의 개혁은 이미 먼 나라 얘기이며, 결국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힘뿐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또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최근에 터진 김경협 원미갑 예비후보, 박희태 국회의장·외교통상부 압수수색 그리고 이상득 의원에 대한 의혹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두고 국민들은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는 조롱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코미디지만 재미없는 코미디라 못내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으로 선거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받은 민주통합당 총선 예비후보 김경협씨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의 돈봉투 사건에 대해 사실상 부실수사 임을 인정하고 내사를 종결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검찰, 김경협 내사에 헛발질

검찰은 지난 2일 예비경선 과정에서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았던 민주통합당 부천시 원미갑 김경협 예비후보에 대한 내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며 김 예비후보에 대한 내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김 예비후보는 자신이 건넨 것은 출판기념회 초청장이라며 검찰 출두를 거부했다.

결국 검찰은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인천 계양을 예비후보자 김모씨의 진술과 과학적 분석, CCTV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김 예비후보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 내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헛발질을 한 꼴이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제대로 된 확인 작업도 없이 내사를 진행하면서 총선에 나설 예비후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김경협을 지목한 것을 두고 그를 잘 아는 우리당의 모든 의원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억지로 짜맞추는 정치검찰의 행태,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검찰이 7,80년대식 구태를 여전히 벌이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장·외교부 압수수색, 초강경 분위기

검찰은 지난달 19일 2008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희태 국회의장 수석비서관실과 부속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앞선 15일에는 디도스 사건과 관련 비서실 을 압수수색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달 30일에는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외교통상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외교통상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상 초유의 일로 지금까지는 검찰에서 자료를 요청할 경우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그 수위가 종전과는 전혀 달랐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말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고, 부끄럽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현재 가장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에 민감하고 국민들의 관심이 몰려 있는 의혹이기 때문에 검찰은 이례적인 모습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떤 누구도 사정의 칼날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런 모습은 꼬리자르기를 통해 권력의 중심부를 비켜가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검찰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분위기를 띄워놓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고 또 한 번 ‘역시나’라는 얘기를 듣지 않겠느냐는 견해이다.

권력 핵심 SD는 서면 조사

‘모든 돈은 SD로 통한다’라고 할 정도로 최근에 일고 있는 의혹의 중심부로 갈수록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퍼졌던 ‘영포라인’의 존재 여부와 맨 위에는 이상득 의원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얘기가 아닐 정도로 이 의원은 정권 막후의 최대 권력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은 측근인 박배수 전 보좌관의 SLS그룹 구명로비 관련 뇌물 비리 의혹,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공천헌금 2억 원 의혹,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7억 원 의혹 등 이른바 지나가는 바람이 폭풍으로 바뀔 수 있을 만큼 큰 의혹에 휩싸이며 사면초가에 처했다.

이런 의혹이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지만 검찰의 모습은 김경협 예비후보나 박희태 국회의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대로 확인도 못한 상태에서 출석을 요청하거나 입법부 수장 부속실 등을 사전 예고도 없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과는 달리 이 의원에게는 서면 조사를 통해 조사를 진행하였다.

게다가 검찰 내부에서도 소환날짜를 두고 여러 얘기가 오고가는 등 정리가 제대로 안 돼 검찰이 과연 이 의원과 관련된 의혹을 풀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스스로 증폭시키고 있다.

대통령의 형이자 친이명박계 수장인 이 의원을 상대로 드러내놓고 조사를 벌이는 것이 검찰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모든 의혹에 이름이 거명됐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 의혹을 해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치솟은 분노 검찰에 劍 겨누다

실망만 주는 이런 검찰의 모습에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 딱 한 가지’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이틀 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회했으며, 15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 ‘백야’는 “대의민주주의가 헌법으로 규정된 나라에서 국민에게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조직폭력배나 다름없습니다”라며 검찰을 비판했으며, ‘해맑은’은 “검사 출신들이 많은 당은 어딘지 다 아시잖아요? OOO당에서 지켜주는데 개혁이 되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맘길위에내려놓지’는 “공수처가 답이지요. 정치검찰의 모태가 된 중수고 폐지하고 공수처 신설하여 정치검찰, 비리검찰, 썩은 환부를 잘라내야 검찰 개혁이 이뤄질 것입니다”라는 대안을 제시했으며, ‘시지프’는 “사법부도 국민직선제를 해야한다. 최소한 대법관, 검찰총장, 경찰총장은 국민직선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대다수는 검찰 스스로 개혁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검찰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했다는 방증이다.

검찰도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면 국민이 분노와 실망으로 날이 세워진 칼을 피할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맞고 생긴 생채기를 깨끗이 치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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