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대형 게이트 조짐… 비리의혹에 포위된 이상득
정권 말 대형 게이트 조짐… 비리의혹에 포위된 이상득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2-07 10:39
  • 승인 2012.02.07 10:39
  • 호수 927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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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빠진 ‘상왕(上王)’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상왕(上王)’ 또는 ‘영일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상득 의원의 막강했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이른바 ‘권력의 핵심’에서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몰락한 것. 이 의원은 보좌관 박배수씨가 구속되면서 치명상을 입은데 이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에게 공천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말만 무성하던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검찰 수사가 이 의원 측으로 확대되자 이 의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력의 핵심’에서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몰락
MB 레임덕 부추기는 SD 비리 의혹 실체 밝혀지나

‘실세 중의 실세’라는 이 의원은 그동안 각종 의혹의 배후인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인사들도 이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했을 정도다. 이 의원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MB 정권 말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권력누수현상은 더욱 심화돼 MB 정권도 흔들리고 있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 의원은 “몰랐던 일”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의심의 시선은 거둬지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은 이제 이 의원이 ‘문제의 돈’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에 다다랐다. 그동안 이 의원은 숱한 의혹 속에서도 번번이 검찰의 수사를 피해왔지만 이번에는 소환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 확대 차단 나선 SD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 의원실 여직원 임모(44)씨의 계좌에 10억 원 안팎의 현금이 드나든 정황을 포착하고 이 자금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여 왔다.

앞서 검찰은 박 보좌관을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 보좌관은 코오롱 시절부터 이 의원을 20년 넘게 보필한 인물이다.

특히 검찰 수사과정에서 박 보좌관이 이 의원실 보좌진 4명과 코오롱그룹 임직원 5~6명의 가차명 계좌를 이용해 돈세탁을 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이 계좌의 존재와 자금 출처를 알고 있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 의원은 박 보좌관의 금품 수수에 대해 “모르는 일이고, 박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받은 돈일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박 보좌관이 수수한 로비자금 일부가 이 의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사를 벌여 왔다.

검찰이 계좌 추적을 벌인 결과, 임씨 등의 계좌에 입금된 10억여 원 가운데 박 보좌관에게 입금된 돈은 1억9000여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나머지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시켜왔다.

검찰은 해당 돈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이면서 의원실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왔다. 검찰 주변에서는 문제의 8억 원이 ‘로비자금’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팽배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이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8억 원이 모두 자신의 돈이라는 내용의 소명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실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 의원은 의원실 직원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보유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이 의원의 차명계좌 보유 행위 자체가 사법처리 대상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소명서에는 “자택 안방에 있는 장롱 내 비밀공간에 꽤 많은 현금을 보관해 왔다”며 “이 현금을 여비서에게 줘서 의원 사무실 경비로 쓰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이 의원은 소명서를 통해 “이 현금은 결코 대가성 로비자금이나 불법 정치자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이 의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이 의원이 정치적 타격을 무릅쓰고 차명계좌를 실토했지만 자금 출처와 성격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현금의 출처와 불법성 여부 확인을 위해 이 의원에 대한 소환 또는 서면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헌금 뇌관 터지나

여기에 김학인 이사장이 공천로비 명목으로 이 의원 측에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김 이사장을 협박해 10억 원대 식당 건물을 받아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예진 전 경리직원 최모(37)씨에게서 “김 이사장의 지시로 2억 원을 이 의원실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의 내용도 구체적이다. 최씨는 “1만 원권으로 2억 원을 박스 두 개에 담아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이 의원 측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줬다”며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조건으로 이 의원에게 20억 원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한예진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김 이사장과 최씨의 대질심문을 했으나 김 이사장은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정치권 진출을 도모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청주 흥덕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저조한 득표율로 낙선했다. 또 2007년 한나라당 부설 정치대학원 과정을 수료하는 등 정치권과 꾸준히 친분을 쌓으며 정치권에 뛰어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2년부터 10년 가까이 한예진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해온 인물로 김 이사장의 수백억 원대 횡령과 탈세 사실을 소상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의원 측은 지난 3일 “이 의원과 김 이사장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라며 “공천 헌금 관련 내용은 사실 무근으로 이에 대한 내용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뿐 아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2008년 7·3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와 관련해 박희태 국회의장의 배후로도 거론되고 있다. 돈봉투 출처와 관련해 박 의장 개인돈, 여권 실세 비자금, 대선 잔금 등의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몽준 의원은 이 의원을 겨냥해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상왕’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MB 정부는 ‘식물 정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것만으로도 여권과 이 대통령에게 도덕적 치명타를 입히는 등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반면 이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더라도 현 정부의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겠냐는 검찰수사에 대한 회의론도 대두하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의 비리의혹은 경찰 수사 향방에 따라 ‘폭풍’이 될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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