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순봉 전 의원이 밝히는 정치비화
하순봉 전 의원이 밝히는 정치비화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0-11-16 09:42
  • 승인 2010.11.16 09:42
  • 호수 864
  • 12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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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81년 핵무기 공개후 하야” 밝혀
백두진, 차지철에게 잘보여 국회의장 되기도


““이건 나 혼자 결정한 비밀사항인데, 나는 2년 뒤 1981년 10월에 그만 둘 생각이야.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 때 핵무기를 내외에 공개한 뒤에 그 자리에서 하야 성명을 내겠어. 그러면 김일성도 남침을 못 할 거야.”(중략)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공보비서관이었던 선우연 의원에게 해운대 바닷가를 산책하며 긴밀히 내린 지시였다.(중략) 박정희는 후계자를 민주적인 외양을 통해 대통령으로 앉히고, 자신은 상왕 구실을 하는 체제를 꿈꾸었을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 MBC 뉴스데스크 앵커, 4선 국회의원 하순봉 경남일보 회장이 낸 회고록 ‘나는 지금 동트는 새벽에 서 있다’(연장통 출판)의 내용 중 일부다. 1979년 1월 1일의 일이라고 부기돼 있다. 하 전 의원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 현장 리포트-박정희에서 이명박까지’라는 부제 가 붙은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한국 근대사의 정치 비화를 공개했다. 책 내용 중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화 몇가지를 발췌 공개한다.


차지철에게 걷어차인 정강이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 두 사람에게 각각 2억이 든 돈가방을 보냈는데 YS는 되돌려 주었더라” (중략) “YS가 국내 문제를 가지고 자꾸 밖에다 대고 떠드는데, 정치권에서 영원히 제명시켜 버리겠다” 몇 순배 술잔이 돌아간 끝에 박정희 대통령이 내뱉은 말이다. 나는 바짝 긴장하며 순간적으로 “각하, YS는 직접 타일러 보시지요...”그랬더니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던 차지철 경호실장이 식탁 밑으로 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말도 못하고 벌컥벌컥 따라주는 술만 마셨더니 나도 모르게 혀가 꼬부라졌다. 술에 약한 고흥문 의원이 탁자 위로 고개를 떨구자 술자리는 끝이 났다. 그날 술은 평소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막걸 리가 아니고, OB가 개발한 포도주 마주앙으로 아직 시판도 되지 않은 시제품이었다.


1977년 1월 30일
박정희 대통령의 일기

집에 돌아와 아내 영정 앞에 가서 “지만이가 오늘 육사에 들어갔소. 내가 지금 데려다 주고 돌아왔소. 당신께서 앞으로 늘 지만이를 보살펴 주시라”고 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왜 이다지도 약할까. 오전 중에 지만이 방을 정돈했다. 온 집안이 텅 빈 듯하다. 군에 자식을 보내는 모든 부모의 심정은 다 마찬가지리라.


차지철 경호실장의 전성기

(차지철 경호실장은) 독으로 대통령을 위해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보는 보고서를 먼저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자리 하겠다는 정치권 인사들은 줄을 지어 차지철 앞으로 몰렸다. 서울 출신 공화당 K의원은 국회의원들의 동향을 하나하나 경호실장에게 보고하는 여의도 정보통이었고 유정회 출신 백두진 씨 내외가 경호실장 사저를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되었다. 더구나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중진 S의원은 차지철에게 야당의 동향을 제일 먼저 알려 주었다.(중략)


10·26 그날
불길한 조짐이 있었다

그날(1979년 10월 26일) 나는 동료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헬기편으로 충청도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행사장에 먼저 도착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관계자들은 다른 헬기편으로 뒤에 내렸다. 그날따라 대통령의 표정이 무척 지치고 어둡게 보였다. 카랑카랑한 음성이 갈라졌고 치사를 읽는데도 몇군데나 더듬거렸다. (중략)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도착하는 순간 호텔 경내에 설치돼 있던 사슴 우리에서 사슴 한 마리가 헬기 소름에 놀라 날뛰다가 철책에 받혀 죽었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중략)
10.26 일주일 전인 10월 19일 이른 아침, 경호관 숙소로 꿩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숙소 벽에 머리를 부딪고 죽어버렸다. 함수용 경호과장은 누가 볼까 봐 꿩의 시체를 몰래 치워 버렸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기 바로 5, 6분쯤 전, 청와대 본관 지붕 위에 두세 살난 어린애만 한 커다란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꾸르륵 꾸르륵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드린 돌다리도 건너지 않는 대통령

최(규하) 대통령은 정승화(육군 참모총장)에 대한 연행 계획을 결재하면서 배석한 신현확 총리에게도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가 문서에는 총리의 서명란이 별도로 없어 여백에 서명하였다. 아마도 혼자보다는 같이 하는 것이 혹시나 모르는 후환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노신영 총리를 대통령으로

일요일이면 전두환 대통령 내외가 총리 공관에 들르기도 하였다. 이러다 보니 노신영 총리는 실세 총리로 부각되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 다음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세인의 관심이 쏠렸는데, 노태우 민정당 대표, 장세동 안기부 장관과 함께 노신영 총리도 거론되었다. 하루는 내 방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음 대권은 누가 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평소에 나의 생각을 말했다. (중략) 한마디로 세 사람 중에는 노신영 총리밖에 없다는 해석이 따르는 대단히 민감한 말이었다. (중략) 그 때부터 민정당과의 당정 관계도 불편해 졌고 안기부와의 업무 협조도 되질 않았다.(중략) 노태우 대표는 비밀리에 노신영 총리와 만나 대취해서 자기를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으나 말이 사정이지 협박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철새 의원들의 모습

1998년 2월25일 DJ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중략) 이회창 총재가 명예총재로 물러난 그 시기에 하루 평균 3~4명씩 의원들이 집권당 쪽으로 갔다. 서울 출신 K 의원은 밤에 이회창 총재 집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면서 집권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하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큰 생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K 의원은 은행에서 융자한 돈이 많았다. 중진급의 Q 의원은 정부기관원이 좀 보자고 해서 단 둘이 만났다. 정부기관원은 큼직한 보따리를 풀어 놓더니 “이것이 모두 의원님에 관한 비밀자료입니다”라고 했다. 그 한마디에 그는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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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Park 2019-07-21 04:03:59 76.90.170.247
하순봉이 어지간히 관종이네... 뒤진사람이 그런 말했다는걸 얘기해봐야 누가 믿나. 그리고 누가 자진하야를 하나? 자진하야하는 독재자 봤나? 하순봉 쓰레기 인증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