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시한이 12월2일인 것은 헌법 제54조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1일로부터 30일간을 역산하면 12월2일이 되는 것이다.
올해도 정치권이 처해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가 쉽지않아 보인다. 여야 간 첨예하게 맞서 있는 4대강사업 예산 외에도 청목회 입법로비와 관련된 검찰 수사, 민간인 불법 사찰, 한미FTA 비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 처리 등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쟁점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정기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사례를 봐도 법정 시한을 지켜 처리된 적은 단 한번밖에 없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선거일정에 쫒겨 서둘러 합의하는 바람에 예산안을 2002년 11월8일 조기 처리한 것이 유일하다.
역대 대선이 치러졌던 해인 1987년(10월30일), 1992년(11월20일), 1997년(11월18일)에도 정치권이 대선 일정을 의식, 예산안을 조기 처리했었다.
그러나 2007년 대선때에는 이같은 관행도 깨져 대선이 끝난 뒤인 12월28일에야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역대 예산안 중 국회 처리 과정에서 가장 극심한 여야 대치와 혼란을 겪었던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난해 예산안이다.
당시 예산안은 준예산 편성 우려속에 12월31일 ▲예결위 회의장 점거농성 ▲회의장 변경 처리 ▲예산부수법안 직권상정 ▲여당 단독 처리 등의 우여곡절속에 처리됐던 것이다.
게다가 법정시한인 12월2일에야 예산안이 예결위에 상정돼 심사에 들어간데다, 야당이 4대강예산 편성에 거세게 반발하자 여당은 강행 처리라는 맞불을 놓아,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예산안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2004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과거사기본법안, 사립학교법안, 언론개혁법안 등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이른바 '4대 입법' 처리와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처리가 얽히면서 예산안 처리는 12월31일에야 이뤄졌다.
2003년과 2005년에는 12월30일에 새해 예산안이 아슬아슬하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003년에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측근 비리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해 국회가 공전되면서 12월30일에야 예산안이 겨우 처리됐다. 사립학교법안 강행처리가 이뤄진 2005년에도 진통끝에 12월30일 예산안이 통과됐었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안 심사로 극심한 대치가 예상됐으나 경제위기 극복차원에서 비교적 빠른 시일인 12월13일예산안이 처리되기도 했다.
우은식 기자 es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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