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요금 인상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서울시에,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해야겠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박원순 "요금 인상 외면하면 서울시 부도"
서울시는 2일 버스와 지하철의 누적적자로 인해 부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교통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요금이 지난 2007년 4월 이후 동결된 점 ▲그 사이 전기요금(24.8%)과 천연가스(44%), 경유(41%) 등의 연료비는 증가된 점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적자가 3조5천억 원에 달하고 있는 점 등을 들며 오는 25일부터 버스와 지하철의 요금을 15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요금 인상 문제를 외면하다가는 서울의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절박한 상황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지하철 적자의 절반은 노인 등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 때문”이라며 “무임승차가 국가 복지정책의 하나인 만큼 국비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물가 안정에 목을 맨 정부는 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에 얼굴을 붉히고 있다. 시가 오는 25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16.7%) 인상하면 연간 0.06%p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의 요금 인상이 개인 서비스요금 등의 가격을 올리게 하는 ‘촉매제’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재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오전 서울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직설화법’으로 표현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시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ㆍ지하철 재투자ㆍ저상버스 비용 등으로 국비 8000억 원가량을 요구한 것을 단칼에 거절했다.
박 장관은 “정부와 소비단체, 정당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견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서 버스와 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한 것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시의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박 장관은 특히 “도시철도 무임운송 손실은 지자체의 책임이며 모든 비용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상은 전환해야 한다”고 직격 비판했다.
박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서울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서울시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이미 작년에 예정돼 있었다”면서 “정부의 요금 인상 시기조정 요청을 적극 수용해 올해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노인 등에 대한 지하철의 무임 수송은 국가의 법률에 따라 국가복지정책의 하나로 시행되는 감면제도”라며 “법적ㆍ도덕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므로 정부의 국비 지원 협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ilyoseoul.co.kr
천원기 기자 000wonki@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