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LTE 3사의 ‘비틀기 제쳐둔 채 혈투에만 눈 먼’ 반전(反轉)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LTE 3사의 ‘비틀기 제쳐둔 채 혈투에만 눈 먼’ 반전(反轉)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2-03 09:10
  • 승인 2012.02.03 09:10
  • 호수 926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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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지게 싸우지만 그 광고엔 식스센스(Sixth Sense)가 보이질 않아

4G 통신서비스인 LTE는 3G보다 속도가 최고 다섯 배나 빨라 시장의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동통신 3사의 광고 수준은 그렇지 못한 느낌이다. 광고기법이 유치한 것은 물론 경쟁사를 깎아내리거나 고객을 교묘히 속이는 등 그 내용들도 다분히 과장되어 있다. 기존 시장판도가 다소 변화될 조짐을 보이자 죽기 살기 식의 혈투를 벌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 달 초부터 인쇄매체 2개 지면을 양면으로 활용하여 ‘같지만 다른 LTE-여자 편'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는 SK텔레콤 LTE를 공격하고 있다. 광고에서 원피스의 매력적인 여성은 LG유플러스를, 미모가 처지는 투피스의 여성은 경쟁사인 SK텔레콤을 비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품질은 뒤에 있다'는 카피로 단말기가 같더라도 네트워크 품질이 다른 점을 강조하는 TV광고를 하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전국 84개 모든 도시에서 LTE를 제공하지만 서비스 지역이 28개에 불과한 SK텔레콤의 약점을 찌르는 역공으로 대응한 것이다. 첫 그림에서 다 똑같은 LTE로만 알던 소비자에게 “이게 뭔 소리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하고 둘째 그림에선 서비스 지역 정도에 따라 확실한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반전(反轉)광고다. 하지만 이 광고의 반전 요소들이 상당히 어설프다.

 

▲ LG유플러스 '같지만 다른 LTE-여자 편' 광고 캡쳐

반전이란 어떤 일이나 판세 및 형국이 뒤집히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야구경기에서 지고 있던 팀이 9회 말 투 아웃에서 극적인 역전 홈런 한 방으로 승리를 낚아채는 짜릿함이 있는 것이 반전이다. 광고에서도 이 같은 반전의 묘미를 자주 활용한다. 오늘날 수많은 광고 홍수 속의 소비자들은 그 광고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광고의 집중도를 높여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반전의 요소는 소비자들의 기존 상식을 깨뜨리거나 자신의 생각과 상반된 상황에 허를 찔리게 하는 비틀기가 그 중심이 된다. 이러한 비틀기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확 붙들면서 그 순간 소비자는 경계심을 풀어놓고 방심 상태가 된다. 그 틈을 타서 광고가 의도한 목적을 각인시키려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소비자들에게 광고에 속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광고 속의 비틀기가 결코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도 기발하거나 신선한 발상의 짜릿한 자극의 즐거움을 주게 된다면 이것은 반전광고가 갖는 크나 큰 매력이 된다.

 

이처럼 반전광고는 소비자를 순식간에 광고 속으로 흡수하여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기억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진 기존의 태도나 선입견을 깨뜨려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려 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광고는 우선 반전광고의 핵심인 비틀기에서 역전 홈런 한 방과 같은 짜릿함이 보이질 않는다. 경쟁사가 갖추고 있지 못한 약점만을 꼬집고 있어 광고주의 짜릿함은 있을지 몰라도 광고를 보는 소비자가 느끼는 짜릿한 즐거움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요즘의 소비자들은 꽤 똑똑하다. LTE의 네트워크 서비스의 중요성을 알 사람은 모두 알고 있으며 그 선두에 LG유플러스가 있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상식을 깨뜨려야 비트는 것이 되지만 이미 상식인 이야기에 소비자들의 허를 찌르지도 못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아야 하지만 광고 속 매력적인 여성과 미모가 다소 처지는 여성을 대비시키는 정도의 비주얼은 광고에선 너무 흔하다. 오히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여성 비하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마저 있다. 특히 반전광고는 약자가 강자에게 던지는 승부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LTE시장에서 지금 LG유플러스는 이미 강자가 아니던가. 자신의 포지셔닝마저 잘 못 설정되어 있어 더욱 안타깝다.

 

이 회사는 ‘LTE 불편한 진실-사투리, 품질 편' TV광고도 하고 있다. ‘사투리'편에는 개그맨이 등장, 개그 콘서트 ‘불편한 진실' 코너의 포맷을 빌려 LTE를 설명하고 ‘품질'편에서는 ‘품질'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광고 말미엔 ‘전국 모든 시에서 터지는 유일한 LTE’라는 메시지가 노출된다. 두 편의 TV광고도 스토리가 밋밋하여 드라마타이즈 된 힘이 부족하고 등장 모델의 연기도 어색하여 아이 캐처(eye catcher) 요소가 떨어진다.

 

SK텔레콤의 광고는 “LTE 폰? 원빈도 폰은 나랑 같네”라는 여성의 나레이션에 원빈은 “그건 네 생각이지”라고 반문하며 제품 뒷면을 보여주는데 거기엔 SK텔레콤 4G LTE 로고가 선명히 보인다. 이 또한 반전광고이다. 2G 시대부터 1위업체로서의 강점을 ‘명품’으로 표현하며 4G 시대도 여전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명품’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는 점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 SK텔레콤 '품질은 뒤에 있다' 광고 캡쳐

KT는 스타워즈의 주인공 다스 베이더(Darth Vader)를 모델로 한 ‘성질 급한 LTE WARP’ 광고를 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 최단거리로 이동한다는 ‘WARP’을 강조하지만 아직은 범용화 되지 않는 서비스를 마치 현재도 그런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다. 이 광고 역시 ‘순간 이동’이라는 반전 요소를 활용한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장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소름 끼치는 반전 한 장면을 통해 영화 식스센스(The Sixth Sense)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듯이 광고 또한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한다. 이동통신 3사끼리 서로 헐뜯고 물고 물리는 도토리 키 재기 식의 광고로는 똑똑할 대로 똑똑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겠는가.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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