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식사지구 의혹 범야권 잠룡 겨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중인 일산 식사지구 재개발 비리의혹 수사가 정치권의 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월4일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식사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장 최모씨(70)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최씨와 사돈지간으로 알려진 친박근혜 계 임두성 전 의원이 연루되면서 박 전 대표까지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며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에서는 여 1명과 야권 4~5명의 거물급 인사들이 추가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을 겨냥한 기획 사정의 핵심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산 식사지구 재개발 비리 사건 향방을 추적해봤다.
현재 검찰의 정관계 로비 의혹 관련 수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C&그룹 대출 로비의혹으로 정관계 선물 리스트 105명의 명단을 입수해 놓은 상황이다. 이 명단 가운데 여권에선 J, L 의원이 거론되고 야권에선 P 의원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서부지검에서는 태광그룹 비자금 및 인수.합병 인허가 로비 의혹과 한화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태광그룹 수사의 경우 정무위와 문방위 등 관련 상임위 전현직 의원 50여명 명부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들까지 엮여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의 경우 과거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여권 P 의원에게 60억 원에서 160억 원 가량이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검찰 관측통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서울북부지검에서 진행중인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사건은 여야 33명의 의원들이 관련돼 있고 이미 검찰은 13곳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지난 11월 5일 압수수색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권에선 K 의원, 야권에선 L, K, C 등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이 고액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50~100여명까지 불어나
아울러 농협 불법 정치 후원금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까지 더해질 경우 여야 국회의원들은 최소 50여명에서부터 100여명까지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G20이 끝나는 11월 12일 이후 관련 정치인 줄소환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중 단연 관심이 가는 검찰 수사는 가장 최근 불거진 일산 식사지구 재개발 사업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구속된 최씨가 고양시 식사동 일대 100㎡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을 조성하는 도시개발 사업의 조합장을 맡아 도시개발 사업 시행사 등 관련 업체로부터 수십억원대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시행사들과 함께 군부대 관계자와 관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유력 정치인 5~6명을 상대로 인.허가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비자금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가 2004년 고양시 식사동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된 재개발 사업은 당초 고도제한 규정에 묶여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역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 주변에 군부대가 있어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의 건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된 이후 고양시의 요청으로 건축 고도에 대한 재협의가 이뤄진 끝에 결국 30층 높이까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허가가 나왔다. 또한 식사지구에 아파트 뿐 만 아니라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하는 문제도 타 지역과 형평성을 고려해 시가 반대했지만 경기도의 승인을 받아내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임두성 전 의원은 압수 수색당한 업체 대표와 긴밀한 관계인데다 구속된 최씨와는 사돈 간으로 그가 시행사와 함께 조성한 로비 자금을 정.관계 인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을 개연성을 검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임 전 의원은 올해 9월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시행사 대표에게서 분양가 승인을 도와주는 대가로 24억 원을, 최씨에게서 당선 축하금 3억 원을 각각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편 정관계 로비를 받은 의혹 대상자로 여의도에선 여권 J 의원을 비롯해 야권의 J, C, H 등 전 현직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야권 의원들 중에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거론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름까지 나오고 있어 야권에서 ‘차기 잠룡 죽이기 아니냐’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17대 고양 덕양갑 국회의원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44대 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또한 임 전 의원이 친박 성향의 의원인데다 박근혜 전 대표와 친분이 깊다는 점에서 친박 진영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임 전 의원은 호남 출신이지만 사단법인인 한빛복지협회 회장, 육영재단 고문, 한센복지협회 이사, 무궁화사랑운동본부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박 전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장관 이름 거론에 야권 발칵
박 전 대표 역시 임두성 전 의원이 주관한 한센인 후원회 밤 행사를 꼬박꼬박 챙기는 등 2007년까지 애착을 보여왔다. 2006, 2007년 연말 ‘한센 후원회의 밤’에 참석해 축사를 했으며 2007년 5월에는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빛복지협회가 주관한 전국 한센 가족들과 단합대회에 참석해 체육대회 및 다과회를 함께 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일산식사지구 재개발구역내 한센병력인촌인 고운농장이 위치해 있어 임 전 의원을 가교로 박 전 대표와 한센인간 인연이 재개발 특혜를 누리는 데 일조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하지만 친박근혜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한센인에 대한 애정이 많지만 재개발 특혜를 줄 정도는 아니다”며 “오히려 임 전 의원이 박 전 대표를 활용해 호가호위를 했을 공산이 높다”고 일축했다.
한편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는 거물급 인사들의 실명이 나오는 것에 대해 검찰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로비 대상이라는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나 돈의 액수를 확인한 적이 없다”며 로비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등의 연루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그를 상대로 수십억원의 비자금 사용처를 캐는 한편 관련 업체 등 공동 시행사 대표들을 불러 사업비 횡령 등의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이 전방위 수사로 인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된 여야 의원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당장 정치권은 G20이 끝난 이후 몰아칠 검찰발 사정 태풍에 초긴장하고 있는 빛이 역력하다. ‘물타기용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나 한화 비자금 관련 수사 역시 수십개의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은 곧 닫칠 검찰발 사정정국이 어디로 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관련 인사들은 만약에 있을 검찰 수사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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