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는 당초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대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청목회 입법 로비의혹에 대한 과잉 수사를 비난하며 정회를 요구, 회의가 중단돼 버렸다.
허태열 위원장은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과 심사보고서 보고를 들은 후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예산안 심사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결국 정무위는 심사보고를 마친 후 개의 1시간 30분만인 11시40분께 정회됐다.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우제창 의원은 회의 시작 직후 "야 5당이 검찰의 청목회 로비 수사를 비난하며 공동대응키로 합의했고 오늘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오찬도 예정돼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대통령 사과와 검찰총장 사퇴 등의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는 상임위를 정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신건 의원도 "검찰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수사에서는 증거 인멸의 기회를 주며 암묵적인 공범행위를 하고 이번에는 그럴 상황도 아닌데 압수수색을 했다. 이는 야당을 탄압하고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위축시킨 행위로,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며 향후 국회일정 보이콧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의사일정을 제대로 진행하면서 여야가 공히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을 함부로 보고 마음대로 법을 주무르는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늘 상임위를 일단 정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또 "소액 정치후원금 제도는 정치발전을 위한 청량제 역할을 해왔고 나처럼 돈 없고 배경 없고 재벌이 후원하지 않은 의원들이 유일하게 의존하는 제도"라며 "소액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이 범죄자라도 되는 듯 몰고 마치 대단한 일인 것 마냥 압수수색을 하는 태도를 그대로 두고 보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도 "소액 후원금을 받은 것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범죄행위로 다뤄지는 것은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소액 후원금 취지에 무지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의원들 전원을 잠재적 수사선상에 올릴 수 있다고 겁박하고 국민들에게 의원들이 모두 돈 받고 법 만드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이라며 "입법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야를 떠나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되지만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내년 예산 문제는 방기하면 더 큰 비난이 따를 것"이라며 정상적인 예산 심사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복지 예산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면 국민들이 이해를 하겠느냐"며 "예산안 심사를 해 가면서 별개로 항의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도 "야당 의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집행한 것이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억울한 상황을 겪었다"며 "국회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허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공감한다"며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청목회 문제는 정치적으로 대처하되 예산안은 정상적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입장인만큼 일단 제안설명과 전문위원 보고를 받고 이후 순서는 여야 합의로 정하자"고 중재했다.
박주연 기자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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