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의 중심에 서다
여야 갈등의 중심에 서다
  • 이금미 
  • 입력 2005-12-20 09:00
  • 승인 2005.12.2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3일 의원회관 644호에서 만난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 그에게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의 여파를 볼 수 있었다. 목이 잠겨 있는 것이다. 여야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기에 한나라당과의 입 싸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그는 “우리당 의원들에게 한나라당에 대응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잠겼다”고 전했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개정안 통과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고, 사학재단 및 종교단체도 나서 연일 개정안 통과에 분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교육위원회 간사로서 개정안을 주도했던 정 의원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공교육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고등학교 50%, 대학교는 80% 이상이 사립학교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사립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사립학교가 갖고 있는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족벌체제, 재정운영 불투명, 일정 정도의 비리, 정 의원은 사립학교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결국 개정안은 사학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데 있다는 것. 정 의원은 “그 방법이 바로 개방이사”라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사학재단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할 말이 많다. “현재 전체 교원 중 전교조 가입 교사는 12%이며, 학교 운영위원 11만7,000명 중 전교조 비율은 5.6%다. 전교조 출신이 이사로 추천될 비율은 0.2명, 많이 양보해 1명이라고 해도 2배수 추천이다. 최종 결정권자는 이사장이기 때문에 전교조 출신이 이사가 될 가능성은 0%다.” 그 1명이 이사에 선임된다 해도 마찬가지 결론이다. “이사회는 정수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의사결정 원칙이 있다. 적극적으로 전교조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겠는가, 어찌 전교조 1명의 참여로 ‘좌경화’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가.” 사학재단 및 한나라당의 주장과 달리 어떤 색깔의 개방이사가 참여해도 학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전교조의 장악, 반미·친북 교육이라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더욱 한나라당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장외로 나간 까닭은. 정 의원은 “25%의 한나라당 골수 지지자들을 위해 무리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대리투표 의혹’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리투표’ 등은 국회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비판에도 ‘금도’가 있다.”사실, 정 의원은 늘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올해 초 이기준 교육부총리 발탁과 관련, 그는 우리당에서 비판의 날을 세운 첫 주자였다. 이슈 선점에 대한 정 의원의 생각은 이렇다. “이슈는 뒤쫓기 위함이 아니라, 선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또 사회가 혹은 정치가 가고자하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보좌진 및 지역주민들과도 협의한다. 그러나 이슈 선점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늘 경계선에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11월25일 정 의원의 미니홈피 ‘일촌번개’에 70여 명의 일촌이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정 의원의 하루를 동영상에 담은 ‘봉주르 라이프’는 재방송 요청을 받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정 의원은 정치인의 전체적인 위상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

“공항은 정치인들의 위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보호를 받는 사람은 연예인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고민하는 정치인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역전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수평적 네트워킹’은 내 역할이다.” 참고로 정 의원의 아이디는 ‘해피 바이러스’다. 정 의원은 요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와 관련해서도 역할을 수행중이다. 당원과의 수평적 네트워킹이 바로 그것. 그는 당원 중심의 ‘국민정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근태 장관의 특징은 외연학대의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내 조직인 참정연 및 의정연, 그리고 보수층, 사회 상층부 등 제세력과의 연대에 있어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스스로를 ‘김근태 보좌관’이라고 부른다.

정봉주(45·서울 노원갑) 열린우리당 의원은 ‘선전 활동가’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른 바 ‘서울의 봄’으로 대변되는 80년에 대학에 입학한 그는 한국외국어대 민주화추진협의회(총학생회) 회장으로 활동, 학내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다. 이로 인해 1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졸업 후 해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서 간사로 활동했으며, 한겨레신문 창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엔 ‘전국민족민주운동협의회’의 기관지인 ‘전민련 신문’의 편집기획 겸 차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출마, 당선된 정 의원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끌고 있는 ‘한반도재단’ 운영이사, 17대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황우석 도운 ‘황금박쥐’도 조용~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향한 정치권의 시각이 곱지 않다. 만약,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은 황 교수와 정부 당국을 연결해준 장본인임에도 파문이 일자 입을 닫아 버렸다. 또한 ‘황금박쥐’ 멤버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와 박기영 보좌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그리고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 4명은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 ‘황금박쥐’라는 모임을 만들었으며, 정기적으로 만나 황 교수 연구에 직·간접적인 후견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한편,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황 교수와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거기엔 2007 대선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도 있다. <정치부>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